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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밥 먹을레?"

민석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표정을 찡그렸다.
남자를 무시하고 지나치려했지만 옆에 서있던 민석의 여자친구 지영이 민석을 끌었다.
지영은 대답이라도 하라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민석은 한숨을 쉬고 짜증난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꺼져."
"아... 미안해. 미안."

민석의 한 마디에 남자는 목소리를 떨며 눈시울을 붉혔다. 툭 치면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지영이 민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민석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터 짜증이났다. 일주일 동안 선잠을 잤다. 잠수탄 팀원들을 대신해 혼자서 과제를 끝맜쳤고, 방금 제출했다. 물론 제출할 때는 자신의 이름만 적었다.
그런 민석을 도와준 지영은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모양세였다. 그런 완벽한 점이 민석이 그녀에게 반한 이유이기도 했다.
반대로 저런 질질 짜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은 질색이다.

"하아... 핸드폰."

다원이 고개를 드는 순간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원은 손바닥으로 대충 눈물을 닦고 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난. 다원이야. 전다원."

다원이 핸드폰을 건대며 자기소개를 했다. 다원의 손끝에 뭍은 눈물이 민석의 손끝에 뭍었다.

"쯧."

민석은 신경질적으로 손끝을 문지르며 재빨리 번호를 찍었다.
번호를 중간정도 찍자 핸드폰 화면에 자신의 이름이 떴다.

[민석이]

통화버튼을 누르자 민석의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민석의 핸드폰엔 전화번호만 떴다.
민석은 다원을 위아래로 훑었다.
스토커? 하지만 남자가 남자를? 설마 지영이를 노리는건자?
민석은 지영을 자신의 몸으로 가렸다. 평균보다 큰 체구였기에 다원의 시야를 가리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 마른 몸,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와 가녀린 허리가 민석의 반도 안 됐다.
괜히 자신보다 덩치큰 민석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민석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정말 지영을 건드릴 생각이라면 반쯤 죽여놔도 상관없겠지.

"자."

핸드폰을 건내자 다원은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남아있던 눈물이 또르륵 하고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눈물을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뛴다.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기분나쁜 떨림이다.
민석의 얼굴이 붉어지자 지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 아파?"
그러자 민석은 다원에게와는 차원이 다른 상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아니긴! 병원 가야 되는거 아니야?"
"그정돈 아니야."

'쟤가 너무 짜증나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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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민석은 지영의 성화에 못이겨 다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 안 카페에서 만난 둘은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 커피만 마셨다.
다원은 밤을 센건지 피곤해 보였다. 간간히 눈뜨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졸리면 가서 자."

걱정보단 귀찮으니 여기서 해어지자는 뜻이었다.

"아... 괜찮아. 우리 밥 먹을레? 내가 말꺼낸거니까 내가 살게. 먹고 싶은거 있어?"

활기차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 했지만, 나른한 목소리였다. 지금당장 머리를 떨구며 자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다.

"아니."

차가운 말투에 다원은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그럼 커피마시자."

카페에 와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것도 민망해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올게."

자리에서 일어난 다원은 휘청거리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걸 바라보던 민석은 자신이 뭘 마실지 고르지 않은걸 깨닫고 다원을 뒤따랐다.
하지만 그사이 다원은 주문을 맞치고 쟁반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쟁반 위엔 민석이 좋아하는 민트초코 스무디가 두 잔 올려져 있었다.
민석은 눈을 찡그렸다.
'졸려서 착각한건가?'
확실히 반쯤 풀린 눈으로 뭘 생각하진 못할것 같았다.
민석은 쟁반을 대신 들기 위해 다원에게 다가갔다.
그때 좁은 통로에서 엇갈리던 여자가 다원을 밀쳤다. 가뜩이나 연약한 다원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음료는 쏟아지면서 바로 옆좌석에 앉아있던 남자를 덮쳤다.

"너 뭐야!"

차가운 날이었지만 반팔을 입고 근육을 자랑하던 남자는 큰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원을 밀친 여자는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 듯 자리를 떴다.
바닥에 엎어진 다원은 머리가 어지러운지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잡은 멱살에 일으켜세웠다.

"너 이 옷 어떻게 배상해 줄거야!"

축처져 남자의 손에 매달려있는 다원은 숨이 막히는지 뛰엄뛰엄 말을 이었다.

"아. 미안.. 해요."

다원은 굳이 두 손으로 멱살을 잡지 않아도 될정도로 가냘펐다. 민석은 그걸 보고 눈을 찌푸렸다.

'잘 먹긴 하는거야?'

남자가 바로 앞에 있는 다원에게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미안하다면 다야!?"

그때 남자의 뒤에서 여자가 말했다.

"형식씨 그만해요."

남자는 소개팅을 보는 모양세였다.

"이런 놈들은 버릇을 고쳐놓지 않으면 다음에 또이런다고요!"

민석은 어이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넌 또 뭐야!"

얼굴이 빨게진 남자는 다원을 내동댕이 치고 민석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주먹이 민석에게 향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원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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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원!"

남자의 주먹에 나가 떨어져간 다원은 그대로 기절했다. 피를 한 순간에 너무 많은 피를 쏟은 탓이었다.
남자를 경찰에 넘기고 다원은 가까운 학교 보건실로 옮겨졌다. 잠깐 정신을 차린 다원이 병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민석이 알았다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 그제야 다원은 뒤로 쓰러졌다.

"야!"

넘어가는 다원의 허리를 낙아채듯 잡았다. 한손으로도 쉽게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이 작은 몸 안에 온갖 내장이 들어있다고 믿긴 어려웠다.

민석은 다원을 안고 보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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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정신이 들어?"

머리를 부여잡던 다원은 잠시 멈칫했다, 상황을 이해한 듯 하다.

"미안. 우리 카페에서, 아. 지금 몇시지? 오래 기다렸어? 배 안 고파?"

민석은 슬슬 짜증이 났다. 밥이 뭐라고 얼굴만한 밴드를 붙이고 밥 걱정만 하는 걸까?

"씨발. 그딴 밥 안 먹어도 되니까 누워."

다원은 몸을 살짝 떨었지만 눕지 않았다. 또 밥먹자는 얘기를 할 것 같았다.
눈치 빠른 민석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밥은 다음에 먹어줄 테니까. 좀 자."

다원의 눈은 반쯤 풀려있다, 스스로의 몸도 재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민석을 걱정했다.
그리고 왜인지 그런 다원에게 화가 난다.
또다시 심장이 빨라진다.

"...응."

다원은 침대에 눞기위해 팔로 침대를 살짝 집었다.

"윽."

멍든 팔에서 통증이 올라오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하..."

민석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원이 아쉬운 듯 민석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가버릴거란 다원의 생각과 반대로 민석은 다원의 등을 받쳐줬다.

"누워."

침대에 누운 다원은 민석의 눈치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안 가도 돼?"
"입 좀... 닥쳐."

다원은 민석의 말대로 했다.
그리고 금세 세근거리는 소리가 초침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스토커는 이런가?'

어는세 다원을 스토커라 정의한 민석은 죽은듯 자고있는 다원을 내려봤다.

툭 치면 쓰러질것 같은 몸. 창백한 얼굴. 그러면서 검디 검은 머리카락이 피부와 대조된다.
민석은 다원의 얼굴에 손끝을 살며시 가져다댔다. 차가운 감각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보드라운 얼굴. 민석의 손길이 간지러운지 다원은 얼굴을 찡긋거린다. 찡얼거리며 민석의 손을 쳐내는 다원의 손엔 힘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햄스터를 만지는 기분이다. 너무 연약해서 잡기도 무서운 생명체.
그 생명체가 민석의 손을 잡았다.

옆에 있는 인형을 습관적으로 안는 것 처럼 다원은 민석의 손을 두손으로 잡았다.
순간 민석은 재빨리 손을 뺐다.
심장이 터질것 같다.



문이 열리며 헐떡거리는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다원아!"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는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왁스로 넘긴 머리를 어는세 내려왔고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남자는 다원의 얼굴에 붙은 붕대와 반창고를 보고 인상을 지었다.
그는 잠시 다원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제야 민석에게 눈길을 줬다.
남자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말했다.

"너가 왜 여기 있나."

민석은 남자를 처음봤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얼빠진 면상을 보니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소문?"
"너한텐 고마워하고 있어."
"무슨 소리를."
"이만 나가주겠나. 가족이 왔으니 외부인은 나가라."

남자가 다원의 볼을 쓰다듬었다. 방금까지 자신의 손을 잡았던 다원이 이젠 가족이라는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몸을 낮춰 손을 잡기 쉽게 만들어 준다.

"으응... 형?"
"괜찮아 다원아. 자."

남자가 다원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다원은 몽롱하게 뜬 눈을 다시 감는다.
편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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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모르겠어. 걔만 보면 짜증나."

지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마실거야?"
"민트초코."
"치약맛."

지영은 민석을 놀리며 카운터에서 주문했다.
방금까지 다원과 함께있던 곳이다.
민석은 쟁반을 들고 지영과 함께 자리를 찾았다. 지영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자 민석은 쟁반을 한 손으로 들고 지영의 손을 잡았다. 지영의 손은 너무나도 따듯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다원이 쓰러지던 장면에 가슴이 저려왔다.
"피곤해?"
"아니."
"병원 가야되는거 아니야?"

민석은 몇 달전 차사고를 당했다. 민석은 그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길가던 사람을 구해주다 사고를 당한거라 민석의 부모는 말했다.
마치 영화처럼 민석은 머리를 크게 다쳤다, 단기적 기억 상실의 증상이 나타날 거라 의사는 말했지만 민석이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민석은 의사가 돌팔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아무일 없이 대학에 다니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민석은 연인에게 무언갈 숨기는 유형이 아니었기에 지영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했다, 그 후론 지영은 민석이 조금만 아파 보이면 병원에 가잔 말을 먼저했다. 민석은 그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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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로 이쪽도 아니면서 이건 왜 듣냐?"

고등학교때 부터 친구였던 제원이 민석을 비웃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 그냥 학점 체우려고 들은거겠지."
"학점 깍기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 과목은 중간부턴 아무도 오지 않기로 유명했다. 교수가 전문적이긴 했지만 재미가 없다는게 흠이었다.
대부분 꼭 필요해서 듣거나, 다른 과목을 신청할게 없어 들어오는 곳이었다.
민석은 왜 자신이 이걸 신청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근대 이번학기엔 사람이 좀 많지 않아?"

강의실을 꽉 체울 정도로 사람이 북적거린다. 그중 반이상은 여자다.
제원이 답하려 할 때 교수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인사하는건 처음이네요. 앞으로 여러분을 가르칠 강노아입니다."

'..?'

교수라고 온 사람은 전날 다원을 챙기던 남자였다.

"그리고 이 분은 제 조수입니다."

강노아의 옆에 선 사람은 다원이었다.
붓기가 가신 얼굴엔 상처가 남았지만 화장을 했는지 전날보단 티가 덜 났다.


"저거 완전 자기꺼라고 티내네."
"뭐?"
"소문 못 들었어?"

이곳저곳 끼는 걸 좋아하는 제원은 어디선가 항상 소문을 주워들었다. 아무리 사소한 소문이라도 제원은 놓치지 않고 듣는 취미가 있다.

"교수가 조교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어."
"근거있는 소문이야?"
"둘이 키스하는걸 본 사람이 있다는데."

교수가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말할 동안 다원은 컴퓨터를 설치하곤 손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민석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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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얼굴을 익히고 싶다며 리포터를 직접 제출하러 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똑똑

안에서 인기척이 났지만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민석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안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

열린 문으로 다원이 나왔다. 흐트러진 옷, 살짝 젖은 머리카락, 운건지 촉촉한 눈가, 가시지 않은 열기 때문에 볼이 빨겠다.
민석은 안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미안해요. 잠시 다른 일좀 하는라."

다원을 따라 노아가 나왔다.
노아가 한 손으로 다원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곤 귓가에 달듯말듯 입술을 대고 말했다.

"미안."

옷으로 가렸지만 목덜미에 붉은 점이 보였다.
다원은 황급히 손으로 목을 가린뒤 고개를 떨궜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과제?"
"안에서 뭐 하셨습니까?"
"자네랑 무슨 상관이지?"

팔장을 끼고 문에 기댄 노아는 민석을 빤히 쳐다봤다. 도발이었다.
자신의 것에 손대지 말라는 경고.

"..."

노아가 손을 뻗었다.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있다.

"여자친구는 잘 있나?"

민석은 던지듯 리포트를 넘기고 다원이 사라진 쪽으로 뛰어갔다.

----

"전다원!"

저 멀리서 작게 다원의 등이 보였다.

"민석아!"

하지만 민석을 부른건 다원이 아닌 지영이었다.

"어디가?"

그때 뒤돌아본 다원과 눈이 마주쳤다. 지영을 본 다원의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슨일있어?"

지영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

그사이 다원은 점점더 멀어지다 코너를 돌아 사라졌다.

"아니. 아무일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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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2-25 01:40 | 조회 : 735 목록
작가의 말
뉴진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오타 수정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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