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일 (3)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주먹이 경비 부문장의 코끝을 스친다. 그 공격과 나란히 다가오는 레이피어의 날카로운 찌르기 공격이 경비 부문장의 심장을 노린다. 프리먼과 빙혈의 합동 공격이었다.

비록 위에서 도끼 하나가 빙혈의 머리를 노리고 있다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믿고 있는 파트너가 꼭 잡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

허나 빙혈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에도 프리먼이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도끼에 베인 프리먼의 두꺼운 팔이 눈에 띄었다.

잠시 뒤로 물러나면, 그들은 굳이 쫓지 않았다. 흑월의 범죄 조직 중에서도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부문장이라 공격적으로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갖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나를 왜 끌어당긴 거야, 프리먼? 이번에야말로 좋은 찬스였는데!"
"이봐, 침착해라. 공격은 저 도끼 녀석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조금 전에도 저 녀석은 자신의 부상을 각오하고 너의 턱을 노리고 있었다고. 저 녀석은 우리를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의 부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거다."

두 사람은 둘로 나뉘어 각자 경비 부문장과 도끼를 든 간부를 상대하려고 했으나 상대가 그렇게 두진 않았다. 철저히 원거리와 근거리로 나뉘어서 포지션이 맞춰져 있는 듯했다.

"거기에 나름대로 방어도 탄탄해서, 저 녀석을 먼저 쓰러트리자고 네가 결정했잖아. 그러니까 너무 흥분해서 막 공격하려고 하지는 마."
"...너한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니 내가 좀 과하긴 했나 보군. 제일 그럴 것 같은 녀석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자존심 상해."
"지금 이 상황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오냐, 이 녀석!"

시끄럽게 떠드는 프리먼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버린 후에 다시 방심하지 않고 그들을 노려본다. 계속해서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는 콤비이다.

"뭘 그리 서로 떠들고 있는 거냐. 빨리 와서 싸우지 못하겠냐? 흐흐흐.... 당연하겠지. 우리 경비 부문은 저기의 암살 부문과는 다르게 강한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거든. 저놈의 쓸데없는 고집으로 만들어진 조직보다야 더 강한 게 당연하다고."
"아니....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넌 좀 닥쳐라. 됐고, 곧바로 간다."

그들을 향해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경비 부문장. 이번에는 또 어떤 수로 올 것인가.

"제길, 이거 한 가지만 기억해둬라, 빙혈. 저 녀석들은 우리 모험가들과 달리 언제나 자신의 몸을 상처입히면서까지 우리를 죽이려고 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걸. 그걸 명심하고 싸워. 저 녀석들은 보통의 마물이나 인간들이 아니야."
"아아, 그런 것 같네."

주로 모험가들은 마물과 싸우지만, 만약 자신이 큰 부상을 입을 것 같으면 안전을 위해서 의뢰를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뒷세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을 터.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의뢰를 받으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단련되어온 자들이다.

"그리고 저렇게 보여도 저 녀석, 속도도 빠르고 힘도 세면서 의외로 머리를 쓸 줄도 알아. 같은 거구 캐릭터인 너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판단할 수가 있다는 거지."
"어이, 너 죽고 싶냐?"
"뭐,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진지하게 가자고.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당하겠어. 저 뒤의 녀석을 좀 봐."

말이 끝나자마자 도끼 두 개가 그 둘을 향해서 날아온다. 동시에 던진 것이 분명한데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오는 것이 한두 번 던져본 솜씨가 아닌 실력자의 투척이다. 방심하지 않고 두 사람은 각각 회피하고, 검으로 쳐냈다.

그리고 그 도끼가 신호가 됐는지 경비 부문장이 곧장 앞으로 튀어나간다. 긴장해야 할 상황은 이제부터다.

"<근력 강화>!"
"<근력 강화>!"

프리먼과 경비 부문장이 동시에 F급 마법인 <근력 강화>를 발동했다. 둘의 실력은 비슷하므로 그 차이는 누가 더 크다고 하지 못할 테다.

하지만 저번과 다른 점은 두 가지로, 그들보다 확연히 약한 [멸의 지룡]의 클랜원들이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서로 간의 조력자가 있다는 것이 확연한 차이였다. 그가 부문장을 잡아놓을 동안 빙혈이 다시 한번 더 간부에게로 뛰어간다.

"이 녀석이 어딜-"
"이봐, 지금은 나에게 집중하라고!"

서로가 힘을 맞대면서 잡은 손을 놓으려는 찰나에 프리먼의 강한 악력이 그를 놓치지 않는다. 더는 방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앞에서의 간부가 문제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건 수많은 도끼뿐만이 아닌 다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또다시 날아오는 묵직한 도끼를 레이피어로 튕겨내자, 경비 부문의 간부는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마법을 또다시 발동시키려 한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이었다.

"어이! 빨리 무력화시켜, 빙혈! 그렇지 않으면-"
"알고 있어, 프리먼! 그러니까 제발 입 좀 다물어!"

더 빠르게 다가가기 위해 <가속> 마법을 사용하지만, 그보다도 더 빠르게 스크롤이 찢어지는 것이 빨랐다. 그 속에는 D급 마법이 하나 담겨 있었다.

"...<풍압>."

모험가 중에서도 C등급에 다다른 사람들이 겨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지는 D등급의 마법은 다른 E, F등급의 마법과는 위력부터가 달랐다. 다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한 번에 밀려오는 바람의 엄청난 풍압에 뒤로 밀려나는 일이 계속됐다.

그 사이에 전황을 가다듬은 그는 다시 도끼를 던지면서 약을 올린다. 이러니저러니 계속해서 공격이 실패하는 건 마찬가지. 검을 바닥으로 꽂아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돌파 방법이 없었다.

"제기랄, 이래서야 공격이 닿지도 않잖아! 비켜봐라, <분노의 주먹>!"

경비 부문장의 틈을 봐 원거리 공격을 날리는 프리먼. 이 정도 거리에서는 적절한 견제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공격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경비 부문장이 내려치는 공격은 풍압으로 날아온 빙혈이 검으로 막으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니, 두 사람은 다시 고뇌에 휩싸이게 된다.

이 자를 물리치고 두 사람이 동시에 저 도끼를 든 간부를 쓰러트려야 할지, 그게 아니면 저자가 가지고 있는 스크롤의 마법이 떨어질 때까지 덤벼야 할지. 새로운 돌파 방법을 짜내어 공격하는 등의 계획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섣불리 선택하지는 못했다.

빙혈이 레이피어로 경비 부문장의 주먹을 막자 곧바로 프리먼의 강화된 근력이 그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무언가 묵직한 소리가 나면서 피해를 입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곧장 다른 한 손의 주먹을 꽉 쥐고 프리먼의 턱을 향해 휘두를 정도다.

"어딜!"

레이피어를 빼낸 빙혈이 그의 팔에 칼날을 꽂아 넣어 방향을 비튼다. 근육에 박힌 칼날에서는 새빨간 피가 나오는 것을 보니, 그 또한 인간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다시 한번 더 프리먼이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빙혈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저지하기 위해 검으로 연결된 두 사람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와 손으로 도끼자루를 튕겨내어 서로를 보완한다.

"아까부터 쫄래쫄래 도망 다니면서 던지는 것이 열 받는다고!"

그리고 그에 탄력을 받아 이번에는 프리먼이 그를 향하여 달려간다. 강한 근거리만큼이나 위협적인 것이 원거리 무기. 물론 일반적으로 도끼는 근거리이지만, 지금의 상태에서는 원거리니까. 레이피어를 사용해 찌르기로 견제하는 그를 경비 부문장의 상대로 맡기고 자신이 달려가는 것이었다.

경비 부문장으로서도 많은 방법을 시도해보려는 그들을 제지해야 했지만, 두 모험가의 실력도 한 클랜의 마스터인 만큼 쉽지 않았다. 흑월의 성안에서처럼 제압하기에는 두 사람과 근거리 전을 맞붙고 있는 탓에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진짜, 서로 득 볼 거 없는 싸움이군...!)

이러다가는 기껏 암살 부문장에게서 뜯어낸 스크롤이 하루 만에 다 없어질 운명이다. 그의 심경을 멀리서 간부가 알아챘는지 그도 가급적 스크롤의 사용을 지양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난폭한 모험가의 모습을 보니 겁을 먹어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하나의 스크롤을 개봉하고 말았다.

"...<푸, 푸, 풍압>!"

(쓸데없이 겁만 먹어가지고, 쯧.)

덧붙여 그의 팔에 꽂혀있던 레이피어는 이미 빠져있는 상태이다. 강제적으로 뒤로 물러난 프리먼과 빙혈이 서로의 등을 맞대면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견제하고 있었다. 각자가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을 나누면서 대책을 짜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길.... 안 되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마법의 풍압이 생각보다 거세고 공간도 넓어. 피하거나 버티는 거로는 힘들겠는걸."
"아무래도. 우리조차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D등급의 마법이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포션이나 먹어. 저기의 저 녀석도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것도 그럴 것이, 저 두 사람이 포션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경비 부문장은 말릴 수가 없다. 단순히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도 그들과 똑같이 품에서 꺼낸 포션 병을 들이켜 안면과 팔의 적정량의 치유를 하는 것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수밖에 없는 건가.)

마지막 수단이고, 그가 별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흑월의 무력집단을 많이 투입한 현 상황에서는 수단을 가릴 게 없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

"어이, 거기의 두 모험가 녀석. 이대로 계속 싸워봤자 우리 서로에게 전혀 득 될 게 없는 싸움이다. 저 녀석이 스크롤을 가지고 있는 이상, 너희들로서도 처리는 불가능하고. 근접전과 원거리로 나누어진 우리로서도 지칠 뿐이다."
"뭐, 그건 그렇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목표는 그와 같이 거대한 덩치를 가진 프리먼이 아닌 레이피어를 든 검사, 빙혈이었다. 조금 전까지 보여준 그라면 제일 이 조건에 알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거래하는 것이 어떻겠냐?"
"...뭐?"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지껄인 건지 이해를 못 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우리는 너희들에게 약 10년 정도는 일하지 않아도 놀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소유하고 있다. 그 정도라면 우리를 놓아줄 수 있겠냐?"
"...?! 겨, 경비 부문장님? 그....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뒤의 간부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상사인 그에게 더듬거리면서 약간의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도리어 그것이 그가 제안한 내용이 사전적으로 준비해놓은 계획이 아니라는 걸 더 강조할 수가 있다.

"하.... 범죄자와의 거래인가. 우리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으냐."
"한 번의 위험한 모험과 다르게 한 번만 눈감아주면 10년은 놀고먹을 수 있다고? 거절하기가 더 어렵지."
"...그래, 너희 둘을 우리가 놓아줬다고 치자. 그런데 너희들이 미쳤다고 우리에게 돈을 주겠냐? 언제 어디서 받을지도 모르고, 잘못하다 걸리면 우리들의 커리어에도 지장이 있는데 하겠다고? 헛소리도 이 정도면 불쾌한데?"

당연히 그들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걸로 좋다. 목표는 시간을 끄는 것이다. 만약 받는다고 해도 당연히 그런 거액의 돈을 주지는 않을 거다. 천천히 손에 마력을 모아간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만한 돈이 있는지부터가 거짓말 같아. 만약 있다고 해도 그만한 돈을 일개 모험가인 우리에게 주는 건 말이 안 돼. 거짓말이군."
"흐흐.... 글쎄다. 우리로서도 저딴 녀석의 의뢰에 말려 들어가서 죽는 것은 사양이라고. 그럴 바에야 빚을 내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정녕 네가 그런 마음을 먹어도 우리가 거절할 거다. 그딴 선물은."

빙혈 또한 그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을 끌 수 있다면 마력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이, 빙혈! 저 녀석 손에 마력을 모으고 있잖아! 방금 건 시간을 끌고 있던 거라고!"
"-칫! 저 근육 돼지가!"

서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믿는 빙혈과는 다르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시간 벌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빙혈은 그 말에 프리먼과 함께 경비 부문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지만, 이미 손에 있는 마력은 전부 모인 듯싶다.

"하지만, 늦었다고!"

오히려 이 타이밍을 예측한 것처럼 그 두 사람이 다가오자 가지고 있던 최대의 마력을 담아 이 싸움을 종결짓겠다는 의지의 대마법을 발사한다. 그가 현재 발동할 수 있는 등급 중 가장 강한 마법.

"<폭파>!"

그날 밤보다 더 마력을 응축해서 일으키는 대폭발. 포션을 먹어 약간의 마력 증가도 있기에 그들의 예상보다도 더 높은 출력의 폭발이 일어날 것 같다.

이미 그의 주먹은 그들의 눈앞까지 왔고, 두 사람의 몸도 가속을 붙었기에 조금 떨어져 있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건 지금의 타이밍을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런, 제길-"
"당했...."

두 사람에게 경비 부문장의 주먹이 닿으려는 그 순간- 무언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세 사람 사이로 낙하했다.
그곳에 나타난 건 바닥에 꽂혀있는 하나의 장창. 그것은 정확히 경비 부문장의 팔을 꿰뚫고 있었다. 그것도 폭파할 예정이었던 주먹. 강제로 바닥에 고정되어 버린 팔은 그에게 극악의 고통을 맛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풍압>!"

그러나 곧장 그 두 사람의 뒤에서 경비 부문의 간부가 센스 좋게 그들을 그 폭발 직전이 주먹으로 유도한다. 저항할 수 없는 거센 바람에 그들은 강제적으로 가만히 있는 주먹 쪽으로 자폭하기 위해 날아갔다.

그때 또다시 무언가가 낙하하면서 주먹과 두 클랜 마스터 사이에 파고든다. 그러면서 드디어 폭발하는 소리가 나더니 자욱한 회색 연기가 나면서 그 장소를 뒤덮는다.

.......

"저.... 경비 부문장님? 무사.... 하십니까...?"

그 자욱한 연기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경비 부문의 NO.2는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불안감을 표시한다. 조금 전에 떨어진 무언가하고, 또 한 번 그들 사이에 낀 누군가가 있는 것을 보면 절대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뜻.

천천히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연기 틈 사이로 조금씩 나아간다. 혹여나 기습이라도 들어올까 양손에 도끼를 쥐면서 말이다. 도끼 자체의 특성으로 어느 정도의 접근전은 그도 가능하다.

그가 폭발한 자리의 한 가운데로 가까이 가자 갑자기 그의 눈앞에 하나의 검이 날아오는 것을 느낀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볼 끝을 스쳐 지나간다.

"윽.... <풍압>!"

결국, 회색 연기를 걷어내기 위해 강력한 바람으로 그 자리에서의 상황을 선명히 만든다. 그리고 방금 자신에게 검을 던진 장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경악한다.

경비 부문장의 팔을 깊이 꿰뚫어 빨간 것이 흐르는 아주 거대한 장창, 그리고 자신에 의해 날아간 두 사람을 막는 아주 거대한 방패.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단단한 갑옷을 입은 거구의 남자.

"기, 기사.... 단.... 장...?"

자타공인 이 나라 최강의 방패인 기사 단장의 등장. 지난을 쫓기 위해 우연히 왔던 곳에 바로 이들이 있었기에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그의 적에게는 최악의 공포가, 아군에게는 최고의 협력자였다.

"전에 뵌 모험가분들이시군. 그리고 이 녀석이.... 흑월의 간부인가. 모조리 잡아들여야겠어."


★★★


벽의 한쪽 면이 거대한 실의 공격으로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다.

기껏 휘두른 와이어도 카프가 휘두른 단검에 의해 튕겨 나간다. 저번에 떼로 몰려다니면서 의뢰인을 처리하던 그때의 실력이 아닌, 명확히 상승한 실력이었다.

(왜지? 왜, 죽지 않았지? 분명히 사신을 시켜서 없애라고 시켰을 텐데? 그렇다면, 배신인 건가!)

그에게서 임무에 실패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사신이 거짓말을 한 거나 마찬가지. 그렇게 되면 아무 연락도 없이 흑월에 들어오게 된 사신이 스파이라는 말이 된다.

(아니, 하지만 그 녀석이 나를 배신할 이유가 있는 건가? 그것도 나보다 못한 이 녀석을 주워서 일부로 실력을 키울 정도로?)

암살 부문장이 제시했던 돈, 권력, 이성에 대한 걸 모두 거절한 자다. 그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거기에 지금의 자신을 없애봤자 별 이득은 없을 테고, 무엇보다 거슬렸다면 직접 죽일 수 있는 실력이 되는 자가 사신이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그때의 카프를 구한 자가 있고, 그가 사신을 공격했다고 하면 얼추 들어맞을 수도 있었다. 그자 또한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 같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정 또한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 확증도 없어서 어느 쪽이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 제일 빨리 알아내려면 이 녀석을 심문하는 것밖에 답이 없나. 뭐, 좋아. 어차피 배신자는 쓰러트릴 뿐이다.)

그나저나 이 며칠간 대단히 상승한 실력이다. 와이어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근접전으로 들어와 그의 틈을 노리고 있었다. 더불어 독을 사용한 기습까지. 그것 덕분에 지금으로서는 버티기가 고작이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이런 약은 수를 쓰는구먼, 응?"
"불법 의뢰를 하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다고 예전의 당신이 그랬었지. 그래서 그걸 응용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 실력은 온전한 너의 것이 아닌 네 뒤의 누군가한테서 배운 거겠지!"

그 말과 함께 발을 들어 그의 턱을 노리지만, 그조차도 예상했는지 왼손으로 막고 다시 오른손으로 단검을 찌르기 자세 그대로 앞으로 뻗는다. 독으로 약해졌기에 피하고 막는 것만 해도 벅차다.

(하지만 제기랄, 이거 정말 위험하군.)

그건 지금의 몸 상태뿐만이 아닌 전체적인 상황이 그랬다. 특히나 지금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의 눈초리가 매우 신경 쓰였다. 그분이라고 불리는 실력자가 이 모습을 보고 있을 텐데.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겁니까? 라는 환청이 귀에 선명하게 들어올 정도로 위급함과 다급함이 극에 달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나중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와이어를 꺼내 마지막 도박 수를 둔다.

"죽어라. 제발 좀 죽어줘."

저번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눈앞의 적이 미워졌다. 흑월의 회의고 뭐고, 직접 자신이 확실히 죽여두지 못한 것에 후회를 느끼지만, 이제라도 직접 죽이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좋아, 오늘 한 번 끝장내자."

그에 맞서는 카프의 복수심. 품에서 여러 개의 단검을 더 꺼내면서 투척과 칼질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한다. 두 사람 모두 서로 간의 증오가 극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진심을 낼 수 있는 시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녀석을 죽일 거다."
"죽이고 싶다. 죽일 거다. 그러면, 너는 죽어있을 거다."

.......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겁니까?"

문득 뒤의 남성이 앞의 암살 부문장에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무했다. 이미 그들만의 싸움이 시작된 듯하다.

"정말로.... 이렇게 해서는 곤란한데 말이죠."

지금의 저 상태에서는 그 어느 협박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면 그녀를 쫓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뭐, 저는 전투직이 아니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저런 나약한 여성 한 명쯤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기습으로서 카프가 떨군 독이 든 단검을 하나 줍는다. 전혀 멋지지 않은 달 무늬가 새겨진 손잡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단검. 그의 관점에 있어서 이 무기는 그랬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가 행할 작업도 그냥 단순한 작업.

"-제가 직접 죽이면 되겠군요. 그렇죠?"

그가 허락을 구하는 사인을 <전언> 속의 상대에게 물으면, 곧바로 OK 사인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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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04 18:28 | 조회 : 8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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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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