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전투 (3)

용사가 오자, 범죄자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도 범죄자들의 수는 많고, 기습으로 인해 기사와 경비병들의 대응도 늦어졌던 만큼, 전황은 아직 흑월에 기울어져 있다. 거기에 건물을 폭탄으로 폭파하는 등 자비 없는 죽음을 몰고 온다. 뭐, 머지않아 금방 진압되겠지만.

아, 왜 내가 아직도 대피하지 않고 떠들고 있냐고?

이날을 위해 시민들과 여행객들, 그리고 <그랜드 스쿨>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온 학생들의 수가 많아 밀집 현상이 생긴 탓에 아직도 나갈 수가 없었다. 누구나 이런 참상에서는 벗어나고 싶기에 더욱 혼란이 가중되는 중이다.

어차피 시민들 쪽을 건드리지도 않겠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전황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지난과 기사 단장, 그리고 용사들이 열심히 활약하면서 기사들과 경비들이 내가 속해있는 시민 쪽의 대피를 도왔지만, 아직도 상황은 많이 나아지지 않은 상태.

"이쪽을 건들지 않는 이유는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인질을 잡으면 더욱더 쉽게 왕의 목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렇게 모두의 이목이 쏠릴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이 타이밍을 굳이 노린 것이라면 제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시민을 인질로 삼아 <유메니티>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다스 에이나 폴로가 자진해서 희생한다면 그걸로 좋고, 그게 아니라 인질을 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해도 그의 평판을 깎는 데에는 일조할 것이다. 물론 후자는 왕의 목을 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할 가치는 있을 터. 어디까지나 흑월의 입장으로서는 이게 제일 큰 메리트다.

"당최 이해할 수 없군....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 되면 일부로 이 타이밍에 기습한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는 뜻. 본래라면 조사에 착수해야 할 테지만, 지금의 신분으로는 어쩔 수 없다. 이거, 오늘 밤에는 더 많이 힘들어질 것 같네.

"뭐, 그걸 알아내는 건 지난이 보고서로 제출하거나 로딘을 시키면 나중에 금방이라도 알 수 있겠지만은, 지금 아무것도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먼. 아, <마법 화살>."
"커헉-!"

내 옆을 지나가고 있던 범죄자 하나를 화풀이 삼아 죽인다.

정확히 목에 찔린 날카로운 화살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이 햇빛을 받아 순식간에 소멸했다. 증거도 남지 않는 아주 깔끔하고 좋은 기술. 어차피 혼란한 지금에는 누가 어떻게 쓰러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전투의 소리와 피비린내 나는 냄새. 거기에 맞춰진 잔혹한 풍경에는 기사나 범죄자들뿐만이 아니라 모험가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들 어딘가 격앙된 표정으로 흑월의 조직원들을 상대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때마침, 모험가 중 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검은 코트를 입은 흑월의 조직원을 건물의 벽으로 몰아붙인다. 가까이에 있는 시민들의 비명이 울림과 동시에 벽에 부딪힌 남자가 자욱한 연기 속에서 천천히 기어 나온다.

암살자의 온몸에는 모험가가 가지고 있는 검으로 베인 듯한 자잘한 상처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두 손으로 검을 마주 잡은 모험가가 암살자를 바라보는 모습은 거대한 증오 그 자체가 깃들여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어나, 이 새끼야."

거친 숨을 내쉬며 가지고 있는 단검을 잡은 손등으로 오른쪽 볼의 피를 닦는 검은 망토의 암살자에게 자비 없는 말투로 짧게 내뱉는다. 그가 들고 있는 장검과 둥근 모양의 방패는 언제라도 그를 죽일 것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희들 흑월 때문에 우리 클랜원들이 얼마나 피해를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거기에 이번에는 우리 클랜 마스터까지 부상을 입히고는...!"

다 삼키지 못한 분노가 마음 밖으로 튀어나오는지 점점 더 그 떨림이 심해지고 있다.

"너를 그냥 죽일 수는 없어. 절대로, 최대한의 고통을 주다가 내 동료들이 당한 것만큼의 괴로움을 느끼게 해주겠어!"

이윽고, 그 분노가 한계를 넘자 건물로 날려버린 그를 향해 검과 방패를 가지고 재빠르게 돌진한다. 죽음조차도 그자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듯한 의사표명이었다. 그가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라는 것은 충분했다.

그때, 검은 망토의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참 전에 비명을 지른 한 여성을 재빠르게 잡아 그녀의 목에 칼날을 들이 내민다. 인질로서 유효하게 사용할 생각인가 보다. 그런 그의 돌발 행동에는 사납게 돌진하던 모험가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봐,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온다면 이 년의 목을 그어버리겠어."
"히이이익-!"

비교적 여러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마물과의 전투와는 달리, 인간을 상대로는 저런 우회의 방법을 쓸 수가 있다. 그래서 인간을 비롯한 지성 있는 생명체는 조금 거슬린다니까.

(될 거 같은 것도 다 망치는 것이 지성 있는 종족들의 특징이니.)

"이봐, 어떻게 할 거냐? 지금 여기서 네가 움직인다면, 인질은 100% 죽어. 원거리나 마법 공격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는 암살자로서 금방 파악할 수 있으니, 실행하려는 순간 바로 죽일 거다."
"비겁한 자식...!"
"자아, 뒤로 물러나. 몇 명이나 죽여본 내가 이 여자 하나쯤 못 죽일 것 같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단검의 손잡이 부분을 잡아 도발하듯이 반대쪽 모험가에게 보여준다. 손잡이 부근에는 어두운 초승달 모양의 무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저것이 바로 흑월의 일원이라는 증표인가.
누구나 흑월의 이름을 듣고 금방 떠오를 듯한 단순한 무늬지만, 그 단검을 들고 있는 저자는 그런 것이어도 자랑스러운 듯이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부문장님께서 인질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시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우세가 확정되었을 때다. 용사까지 나온 지금으로서는, 이게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지, 안 그래? 자, 무기를 버려라!"
"크윽...."

다시 한번 조롱하면서 칼날을 인질에게 가까이 가져간다. 조금만 손을 움직여도 닿을 정도의 가까운 위치다. 어쩔 수 없이 모험가는 가지고 있던 장검을 그가 닿지 못할 정도의 거리로 던져버린다.

그 순간, 인질을 모험가에게로 거칠게 미는 암살자. 모험가도 그 행위 자체가 함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여성을 향해 온몸을 날린다.

가까스로 여성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곧장 공격해오는 암살자의 일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재빨리 왼팔을 들어 방패를 들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팔에 부상이 새겨진다. 갑옷이 없는 부분을 정확히 공격했다.

(그렇지만, 얕은데 말이야. 저 모험가에게 치명상이 되지는 않아.)

곧장 다시 한번 일격을 날릴까 뒤로 재빠르게 물러나지만, 예상외로 적이 다가오는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다. 무슨 생각인지 경계를 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조심스레 여성을 도망가도록 한다. 바닥에 있는 장검은 이미 주운 상태다.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눈앞의 암살자는 아까 전과는 다르게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단검을 툭툭 휘두르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아까보다도 태도에 여유가 생겼달까.

"어이, 인질도 없는 이상 나한테 곧 다시 털릴 텐데. 뭘 그리 여유 있게 있는 거냐. 너한테 베풀어줄 자비는 단 1g도 나한테 존재하지 않는다고."
"크헤헤헤.... 그래서?"
"이래 봬도 난 우리 클랜에서도 몇 없는 D급 파티의 리더다. 이런 극악한 짓을 한 너를 용서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죽여주지."

오오, D급인가. 그 정도의 등급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몇십 년을 수련하거나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저자는 한 30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니, 무능한 것을 노력으로 메꾸는 듯한 자는 아닐 것으로 보이는구먼.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실력은 있다는 말인데.... 저 암살자가 유리하다고 해봤자 방금 전 낸 작은 생채기뿐. 긴박한 전투에서는 그 정도의 상처로도 결판이 날 수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시 인질을 잡기에는 저 모험가가 이번에는 방심하고 있지 않으니까.)

"크헤헤헤! 이 멍청한 녀석, 너는 아직도 네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

모험가가 그의 말에 어이없어하는 찰나, 순간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라도 풀린 듯 그가 풀썩 주저앉는다. 왼쪽 팔에 새겨진 상처는 어느새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나 분명한 점은, 지금 그의 몸 상태가 성치 않다는 것.

그와 더불어 암살자가 툭툭 털어내고 있던 초록색의 액체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 보인다. 아무래도 마비성 독인가.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인데, 어느새 칼날에다 바른 건지.

"이제 조금 있으면 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될 거다. 물론 치료제 따위는 없지. 애초에 전혀 살려둘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이니까 말이야. 포션으로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그의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포션 병을 가리키면서 암살자가 말한다. 블러프일지도 모르지만, 저 독에서는 단순하지 않은 무언가 혼합되어 있는지 색깔이 전체적으로 탁한 색. 그렇다면 아무래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모험가는 잘 움직이지 않은 신체를 뒤척이면서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낸다. 아무래도 적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뭐, 내가 그의 입장이라도 적의 말에 따라 행동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내 말을 들어줄 리가 없나. 그럼 대충 마비가 온몸에 퍼질 때까지 1분이면 충분하겠네. 이번에는 진짜 죽일 거야."

포션을 마시고 천천히 일어나는 모험가를 보고 다시 단검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그에 맞춰 모험가도 비틀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수평으로 유지하며 검과 방패를 위로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너를 1분 안에 죽이면 될 뿐이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암살자의 마지막 말에 고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모험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모험가가 실력이 더 좋다. 그러나 상황은 암살자에게 더 기울어진 상태. 그 누구의 승리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내 쪽에서 구경하는 것도 이제 시간이 다 된 듯하다. 사람들로 막혀있던 장소도 기사들과 경비병들, 더불어 <그랜드 스쿨>의 교사들의 인도하에 잘 혼란이 수습되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여기에서 벗어나야겠구먼.

"뭐, 이다음 일은 지난과 <유메니티> 쪽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 보고서로 보면 되는 문제겠지, 이런 거는."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저 둘의 싸움에는 관심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벌써 범죄 쪽의 일이라는 성가신 것에는 들러붙고 싶지 않다. 그런 것은 나중에 이 세계를 본격적으로 알아갔을 때 해도 상관없다.

"대신 문제는-"


-치잉!


금속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내 눈앞에서 검이 번쩍인다. 다행히 다른 것에 의해 막혀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나를 죽이려고 했던 일격이었다.

"진정한 문제는 이제부터는 흑월의 방식이 더욱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거지만 말이야."

이제부터는 흑월도 봐주지 않겠다는 이야기인가. 시민을 인질로 삼지 않는다는 규칙은 이제는 없어진 지 오래인 듯하다. 용사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니 차례차례 이쪽으로 달려와 우리를 전부 인질로 삼으려는 듯하였다.

뭐, 좋아. 무기가 없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저쪽이 막 대할 수 없도록 한다는 작전은.
근데 말이야. 여기의 녀석들도 전투력이 없는 것이 아니거든?

"저어.... 괜찮니? 방금 다칠 것 같아서 막았는데."
"뭐, 막으면 막은 거지 뭘 그렇게 묻고 있는 거냐? 됐고, 비켜봐.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흐....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까부는구먼."

시험장에서 보았던 익숙한 연두색의 머리카락의 소년.
쓸데없이 방어 능력이 좋아 많은 이들의 눈총을 받는 거구의 남학생.
매번 사고를 일으키고 소란을 벌이는 노란 머리의 불량아.

여기에 모인 이 셋만 해도, 다른 평범한 경비병들보다는 더 강한 존재이다. 물론 아직 기사나 다른 모험가들보다는 약하겠지만, 적어도 골렘을 쓰러트릴 정도는 된다.

정안섭은 검으로 적을 뒤로 밀었다. 그리고 상대가 당황한 틈에 일격을 날려 무력화시킨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절대 약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봐, 우리가 너희 흑월을 건든 게 아니라, 너희가 여기 애들은 건드린 것 같네. 아, 물론 나는 빼고."

싸움을 지켜보는 것은 좋지만, 지금 여기서 싸우기에는 내 입장이 좋지 않으니까. 자, 싸워라. 미래에 다른 시대를 이끌 유망주들아.


★★★


"역시나 밀리는 건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던 와중, 뒷골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비 부문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상자에 앉아 광장에서의 사태를 보고 있다.

그의 뒤에는 그를 발견하고 공격한 다수의 모험가가 전부 뻗어있는 상태였다. 모두 역관광을 당한 것이다. 그 와중에도 그의 피부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용사 파티의 힘이 생각보다 컸군. 비록 주위 녀석들에 갈 피해를 최소화하여 싸운다고는 하지만 부하들이 쓰러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물론 그렇기에 자신들의 부하 중 몇몇만 보내고 간부들은 아직 보내지 않은 상태였다. 밀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물론 말을 듣지 않는 간부도 있었지만.

"뒤의 그 녀석이 보낸 노예들까지 해도 시간만 끌 수 있을 뿐, 목표는 다루기가 힘들겠군.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거였나. 쳇, 그러니까 애초에 이런 얘기,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짤랑거리면서 손에 놓여있는 여러 가지의 쇠사슬을 꽉 잡는다. 그의 뒤에는 흑색의 목걸이가 걸려 있는 여러 종족의 노예가 거스를 의지조차 다지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서 있었다. 조금 전 경비 부문장이 싸우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어쨌든 이렇게 되면 당초에 생각했던 계획대로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부하들을 데리고 퇴각해 철수한다는 그 수밖에. 몰락해가는 것이 확정적인 상대를 도와줄 의리는 없다.

"자아, 그렇다면-"
"...어디로 가려는 거지, 경비 부문장."

뒤로 돌아 광장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순간, 어느새 위에서 암살 부문장이 그의 앞으로 착지해 그의 길을 막았다. 이미 그가 자신을 배신하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쳇, 아직도 이런 곳에 있었나."
"당연하지. 너를 감시하지 않고 혼자 두고 떠날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거든."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그에게, 경비 부문장이 질문했다.

"뭐어, 그래서, 날 말릴 거냐? 네 전력도 거의 무너졌겠다, 나는 상관없거든? 여기서 너랑 정면 승부를 겨루고 직접 없애버리는 것도."
"역시 나를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었나."
"그래. 당연히 나와 비슷한 수단으로 돈을 버는데, 좋을 리가 있겠냐? 때가 된다면 없애버리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오늘인가 보네?"

주먹을 꽉 쥐면서 천천히 자세를 취하는 경비 부문장. 그의 눈은 어느 때 공격하든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거기에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금 눈앞의 자에게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만약 밀리기라도 한다면 암살 부문장의 뒤에 있는 전투 노예들을 시켜 덤비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걸로 아주 조금의 틈을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덤빌 거냐?"


그에 맞서 암살 부문장도 지지 않고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며 순식간에 그의 뒤에 여러 개의 은사(銀絲)를 만들어서 지지 않음을 어필한다.

이 뒷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업신여겨지는 것은 곧 죽음, 그게 아니어도 불리해질 경우가 참 많은 불합리한 곳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싸움을 걸어온다면 받아주어 꺾어버리는 것이 가장 올바른 판단이라는 건 분명하다.

두 부문장의 진심을 담은 살기에 뒤의 전투 노예들이 종족을 분별하지 않고 모두 벌벌 떨고 있었다. 그만큼, 두 사람으로서는 서로에 대해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만의 신경전이 이어지다가, 결국 암살 부문장이 한발 물러나 주위의 와이어들을 모두 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현재 부하들을 투입한 이 상황에서 이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과 이긴다고 해도 손해가 클 싸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비 부문장으로서도 손해가 막심할 그와의 대결을 사실 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도, 저 용사 일행이 충분히 그를 죽일 전력이 되기에 그가 자신의 곁을 지나가 광장이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을 붙잡지 않았다.

"...상황이 이래서 봐주는 것뿐이다. 다음에 만나면 죽일 거다, 경비 부문장."
"쳇, 가서 죽어버리라고 썩을 영감. 이제 다시는 볼 일이 없어. 암살 부문장."

그는 경비 부문장이 놓고 있던 쇠사슬을 잡아 전투 노예들을 이끌고 가기 시작한다.

"대신 이 노예들은 돌려받겠어.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진 이상, 더는 너에게 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흥, 저 녀석들. 도주에 방해만 될 뿐이다. 가지고 꺼지라고,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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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04 18:20 | 조회 : 71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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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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