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밤 (1)

"속보요, 속보! 용사님의 <유메니티> 방문 일자가 확실하게 잡혔습니다요!"
"아, 저도 하나 주시겠어요?"
"오, 신문 말입니까? 여기 있습니다, 가격은 동화 하나입니다요."

키가 작은 드워프 소년에게서 신문 하나를 구입했다. 역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매체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지.

(이제 남은 돈은 금화 18닢에 은화 7닢하고도 동화 9닢인가. 음, 정확히 맞군. 어디에다가 써놓아야지 잘못하다가는 그냥 바로 낭비해버리겠어.)

다시 한번 주머니에 있는 동전들을 세보면서 수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자, 그러면 이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런 것은 오랜만에 접해보는 보고서 외의 종이 매체니까. 단지, 그 [효율적으로 이성과 가까워지는 법]이란 책은 예외야, 예외.

(이왕 돈을 들여서 샀으니 어디에다가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나중에 세라 피아에게나 갖다 줘 볼까나...?)

그녀도 은근 이런 것에 신경 쓰고 있을지도 모를 가능성이 있고, 딱히 수호자들의 연애가 금지된 것도 아니니까. 몇 가지 문제점이라면 한평생 그 배우자만을 사랑할 수 있냐는 것과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것뿐이겠지만.

(그리고 인간과 수인 같은 종족이라면, 결국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는 날이 오겠지. 나이를 먹지 않는 수호자들은 상관없겠다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많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고.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나름대로 대책을 정해놓아야 할 필요도 있겠어.)

수호자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깨달아가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업무를 하지 않고 여유 있게 생각할 시간이 늘어나니까 주위를 둘러보는 시야가 늘어난 것이 분명하다.

어이쿠, 또다시 논점이 옆으로 새어나갔군. 종종 주제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는 습관도 고칠 필요가 있으려나? 뭐, 아무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생각을 했으니 괜찮겠지. 시간은 많으니까.

"흠.... 어디 보자. 우선 제일 먼저 1면에 용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있군. 뭐, 여기에 대해서는 주변의 축제 분위기만 봐도 잘 알 수 있긴 하지."

어제의 이런 정보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시장이 떠들썩한 것은 느꼈었지만, 이 정도의 큰 이벤트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난 지금은 어제보다도 더 떠들썩한 것 같기도 하다.

신문에 의하면 용사 파티가 본래 방문할 기간인 3월 1일, 그러니까 오늘로부터 이틀 후에 이곳 <유먼>에 방문한다고 한다. 오전 내내 이곳 광장 거리에서의 화려한 행렬이 이어지면서 무려 이 나라의 왕이 직접 맞아준다고 하니, 이 이벤트의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그랜드 스쿨>의 입학식과 용사 환영식 날이 모두 3월 1일로 동일하기에 어떻게 될까 했지만, 이때만큼의 <그랜드 스쿨>도 학생들을 이끌고 광장에서 구경할 계획이라고 하니 상관은 없겠구먼.

"물론, 내일 결과 발표 때의 대다수 불합격자는 이날에도 웃지 못할 일이 생기겠지만. 그리고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는 법이지."

솔직히 그 시험관들이라는 작자가 나의 시험 성적을 보고 수많은 학생 중에 나를 뽑아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아야 하는 법.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용사에 관한 이야기는 약간의 첨부적인 내용이 추가된 것 빼고는 위의 내용이 메인적인 핵심이었다. 진짜 제목 그대로 용사 파티가 <유먼>에 들른다는 내용밖에 없네. 괜히 돈도 부족한데 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단 하나 알아낸 것이 있군. 지금 여기의 시민들은 아직 '흑월'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점 말이야."

만약에 이 신문사나 <모험가 길드>에서 흑월과 관련된 정보가 유출된다면 아마 이 신문의 제목은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용사 일행, 흑월을 물리치러 온 것일까?] 라면서. 이 사실을 보아한데, 상층부는 비밀리에 흑월을 퇴치할 생각인 것이 틀림없다.

"이거야 원, 막상 사실을 알고 보면 그리 편하게 있을 수 없는 상태니.... 지금의 이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건가...."

만약에 정말 이 신문에 적혀있었던 것이 흑월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이렇게 밝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행복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능력이나 대가가 필요한 법.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흑월의 본 기지를 무너트리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장을 잡아야 할 테고.... 과연 그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지난."

하지만 이 나라의 관리자는 그다. 그리고 그가 쌓아 올린 경험과 실력, 여러 인맥을 모두 활용하게 허용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의 행복을 유지하는 것을 그 또한 바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네가 탈취해야 하지만 나는 도움을 주지 않을 거다, 지난. 부디 네 능력을 내게 보여달라고.)


★★★


왕궁의 한 회의실. 그곳에는 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있었다.
각자 귀족들은 화려한 옷을, 기사들은 갑옷을 입고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대조를 이루었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제일 안쪽 자리에서 귀족과 기사의 사이에는 이 나라의 왕, 다스 에이나 폴로가 그들의 사이에 앉아 둘 사이의 중재를 하고 있었다.

현재 회의 내용은 흑월 토벌에 투입할 전력인 군의 이용에 대해서로, 여기에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폐하! 정말로 군을 움직일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랬다간 폐하의 옥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는 군대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 반대. 주된 이유는 그의 신변을 위해서.

"저는 오히려 이번 작전에 군을 더 투입하여 이번 기회에 완전히 흑월을 단절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군대가 움직이는 것에 대한 찬성. 주된 이유는 조직의 와해.
두 의견은 귀족, 기사라는 직종에 상관없이 의견이 갈렸지만, 대체적으로는 찬성에 기사들이, 반대에 귀족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런 위험한 때에 군을 움직인다는 뜻은, 여기 왕궁에서의 전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흑월이라는 조직은 아직도 저희가 많이 밝혀낸 것이 없는 미지의 존재, 괜한 도박에 옥체를 맡기시는 것은 무모한 의견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 자네의 말이 많네."

한 귀족의 말에 다스 에이나 폴로가 동조하자, 재빨리 반응하여 한 기사가 반론한다.

"폐하! 하지만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영영 흑월의 꼬리를 놓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흑월은 철저한 보안 관리로 그 어떠한 증거도 잡지 못하게 만들었죠. 그러나 드디어 저 흑월을 잡을 기회가 생겼는데, 이때 완전히 끝장을 내버려야 합니다!"
"...충분히 자네의 말도 맞구만."

두 의견 모두 사실 그에게 있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
아직 흑월의 전력을 확실히 모르는 이상, 저들이 어떤 방식을 써서 그를 암살하려고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저들은 의뢰를 받는 이상, 확실하게 할 테니까.

그의 보안에 모든 전력을 다 쏟아붓고 나서, 나머지는 경비대와 모험가에게 맡기자는 반대 측의 의견은 이해가 가능한 의견이다.

하지만 정말 찬성 측의 말대로 이번이 흑월을 잡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로서도 몇 년 전부터 계속 자신을 골치 아프게 만든 불법적인 조직의 검거를 바랐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뭣이! 너는 지금 폐하의 안전을 위협할 생각인가! 그 위험한 조직이 언제 어디에서 폐하의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는데, 그걸 용인하겠다는 건가?!"
"그 위험한 행동을 막기 위해 이번에 군을 움직인다는 결정을 한 거라고! 언제까지 우리가 저 흑월의 기습에 벌벌 떨 생각이냐? 이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다!"
"그게 될 거로 생각하는 건가! 그러면-"

쾅!

계속되는 과열된 분위기가 이제는 주먹 다툼으로까지 번지려고 하자, 보다 못한 기사 단장이 회의실의 탁자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나 워낙 그의 기본적인 신체가 단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 여파만으로 주변에 영향이 간다.

"-죄송합니다, 폐하께서 보고 계신다는 것을 저들이 잠시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 시, 실례했습니다, 폐하."
"...실례했습니다. 그렇다면 폐하, 이번에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사 단장의 말로 다시 회의장은 처음과 같이 조용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두 사이의 의견 대립은 점차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실을 두 사람도 깨달았을 무렵, 회의실의 모든 인원이 가운데에 앉아있는 한 인물의 모습을 보았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는 오직 다스 에이나 폴로, 그뿐이었으니까.

(이제는 결단을 내야 할 시간인가....)

우선 지난의 말대로라면 경비대와 <모험가 길드>의 주요 멤버가 간다는 것은 확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으며, 이제 곧 약속한 시각이 되었다. 거기에 군이 끼어들 정도라는 말은, 곧 그가 이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정도의 규모는 거의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을 만한 전력에 투입할 만한 인재들이다. 그렇다면 거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리고 진심으로 적을 마주하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 자신은 용사 후보인 이니를 위협하는 흑월을 체포할 생각이 만반했다. 용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말은 인간족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무모한 짓이라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굳은 결심을 해야겠군.)

"저.... 폐하?"
"...드디어 결정하신 모양이로군요."

문득 분위기와 눈빛이 바뀐 다스 에이나 폴로에 귀족들과 기사들이 동요하지만, 유일하게 기사 단장만이 그의 각오를 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왕께서 흑월과의 전쟁을 선포하셨다! 우리나라의 정예병인 너희들, 지금 당장 장비와 무기를 준비해라! 직접 우리가 나서도록 하자!"


★★★


"...합류하겠다고 하시던가요?"
"그래. 많이 고심하신 듯하셨지만, 결국은 군을 움직이겠다고 하시는구나."

한 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부마스터의 평범한 듯한 대화 속에,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가 몇 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진지한 눈빛에서는 전혀 장난하려는 기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민감하게 그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

"-그것보다, 네 몸 상태는 괜찮은 거냐, 부마스터?"
"네, 다행히도 그저 충격으로 기절한 것뿐이었습니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별 이상은 없다고 하네요. 붕대 하나만 머리에 감은 꼴이죠."
"...다행이군."

지난은 단지 그 정도로만 말하고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신다. 오랫동안 그의 곁을 보좌해온 부마스터로서는 그의 속마음 따위 눈 보듯 뻔했지만.

"저를 많이 걱정해 주셨다면서요, 길드 마스터."
"...! 푸흑, 콜록콜록!"

당황한 나머지, 그가 커피를 입에서 쏟고 말았다. 그 격한 리액션에는 부마스터 또한 잠시 당황하게 된다.

"괜찮으신가요, 길드 마스터?"
"...무슨 소리냐,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만?"
"그런가요? 그러신데 왜 저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거죠? 저기, 길드 마스터?"
"아아, 됐어! 좀 있으면 손님들이 올 거니까 준비나 하자고!"
"흐흠, 알겠습니다!"

조금 놀려봤더니 나름대로 신선한 반응을 보이는 지난. 그런 그의 모습을 본 것에 만족한 부마스터는 그의 말에 따라 손님 분의 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그런데, 김승호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 한참 전에 그 범죄자 자식을 넘겨주러 갔을 텐데? 지금쯤이면 벌써 도착해야 할 시간이라고."
"<전언>을 걸어볼까요?"
"어, 가능하다면 부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부마스터, 숙여라."
"네? 그게 무슨...."

지난의 알 수 없는 말에 잠시 생각을 방황하는 그였지만, 우선은 그의 말대로 재빨리 주저앉는다. 그 사이에 그는 여러 가지 깨지기 쉬운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더니, 방어 마법을 전개한다.

곧이어 크게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누군가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를 내는 것을 파악하는 두 사람.

"...부마스터, 설마 하는 생각에 물어보겠는데 그 녀석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니겠지? 지금 김승호 같은 것을 위로 끌고 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상사태니, 어쩔 수 없이 신뢰가 간다고 생각되는 클랜에는 모두 요청했습니다. 저기의 사람들은 믿을 만한 모험가 집단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저 녀석들은 좀 아니지. 저 뇌에 전투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녀석들한테는-"

그 말과 동시에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하나밖에 없는 길드 마스터의 문에 거대한 주먹이 힐끔 모습을 나타내더니 곧 문을 가볍게 산산조각냈다. 주변에는 여러 문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퍼졌지만, 다행히 미리 대비해둔 덕분에 피해는 전혀 없었다.

"저거, 방금 갈았던 문인데, 진짜...."
"그 나머지 하나도 길드 마스터가 부쉈잖습니까. 에휴, 왜 그렇게 모험가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어딜 봐서 우리 클랜원들의 머릿속에 전투밖에 없다는 거냐, 마스터!"

문을 부숴버린 장본인이 당당히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왼쪽 손에는 김승호가 왠지 모르겠지만 잡혀있다.
이제는 그들도 눈앞의 남성의 기행에 익숙한지 길드 마스터인 지난은 담담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부마스터는 당황했지만 청소 도구를 가지러 간 상태이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거 기물 파손이다, 프리먼."
"시끄러! 내가 몇 년째 찾아왔던 흑월 녀석들을 드디어 직접 쓰러트릴 수 있다는데 기다릴 수 있겠냐고! 됐고, 빨리 그 녀석들 어딨어, 응?"

다짜고짜 지난의 앞에 오더니 분노로 인해 발현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프리먼. 그런 그를 또 한 명의 모험가가 뒤에서 슬그머니 나오더니 한숨을 쉬고는, 곧바로 그를 진정시키려고 한다.

"어휴.... 또 난리를 쳤구먼, 프리먼. 지금 이분들에게는 잘못이 없잖아. 우리도 네 사정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패는 것은 좀 아니지."
"상관없는 녀석은 좀 빠지시지, 빙혈. 지금은 내가 이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을 텐데."

빙혈이라 불린 남성이 자신을 말리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리먼.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도 지난은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있었으며, 김승호는 여전히 손에 잡혀있는 중이었다.

"언제나 너는 자신의 감정만을 내세워 행동했었지. 혼자 죽는 거라면 몰라도, 이건 우리가 모두 공동으로 실행할 작전이야. 네 맘은 알지만 좀 진정해보라고."
"하.... 내가 방금 나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가 아무리 자비가 깊은 놈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흑월 녀석들은 절대 용서 못 해.... 특히나 그 녀석은 우리 클랜원들을-!"
"...프리먼, 거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이상이면 나도 무기를 뽑겠어."
"그래, 거기까지만 해라."

계속해서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프리먼에 보다 못한 빙혈이 무력으로라도 말리려고 하자, 그제서야 지난이 그 두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친다. 이 작전은 모두에게 예민한 안건인 만큼, 최대한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자, 시간은 없으니까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작전을 설명하도록 할 생각이지만, 그 전에 프리먼? 네가 붙잡고 있는 사람은 좀 놔줄래? 그가 이 작전에 관해 설명해줄 사람이거든."
"...이런 약한 녀석이 이번 작전의 지휘관이라고? 젠장, 정말 이 작전 괜찮은 거 맞는 거야?! 만약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전부 이 녀석의 책임이라는 거지?"
"...이 바보야. 지시는 머리로 하는 거지,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아까는 내가 시민들 앞이라 봐준 거다, 이 멍청아."

그가 손으로 붙잡고 있던 김승호가 그의 비난에 응수하면서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한다. 웬만한 거구들보다도 더 거대한 프리먼의 손에 잡혀있었기에 바닥까지의 거리가 있던 탓이었다.

그의 디스에 프리먼은 다시 혈관을 꿈틀거렸지만, 김승호가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차라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소파 위에 거칠게 앉으면서 지금의 심정을 표현한다.

...게다가 이곳에서 분노를 부딪쳐 봐야 이득을 볼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모를 만큼, 그는 아마추어 모험가가 아니었으니까.

"하아, 드디어 진정됐네. 진짜 이런 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클랜 마스터라는 것을 언제쯤 자각할지 모르겠네, 정말."
"뭐, 뭐라.... 네 녀석도 클랜 마스터로서 특별한 실적이 없잖아!"
"야야, 방금 진정시킨 참이다, 빙혈. 서로 애정 섞인 잡담은 나중에 하라고. 우리로서도 흑월은 꼭 잡고 싶은 존재이고, 너희들도 그렇잖아?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좀 자각해라, 응?"

간신히 진정된 분위기를 더럽히지 않도록 지난은 적절히 그들의 대화를 중재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수준의 살기를 내뿜는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클랜 마스터라는 실력자들은 모두 날뛰면 거슬리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애초에 프라이드가 높은 귀족들과 막상막하로 자존심이 높은 클랜 마스터들을 불러오고 싶지는 않았었던 그였지만, 비상사태에서는 비록 드래곤의 발톱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었으니 전력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기뻐해야 할 것이다.

"...쳇, 언제까지나 그런 살기로 우리를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말라고, 마스터. 이번의 사태에만 내가 손을 빌려주는 것뿐이니까."
"흐흠, 그런 것치고는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것 같은데.... 아무리 너라도 길드 마스터에게는 못 당한다니까, 진짜."
"닥쳐! 옆에서 깐족거리는 것이 더 짜증 난다고!"

두 사람은 이 <모험가 길드>와는 또다른, 각각 다른 클랜의 수장으로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지난의 모험가 후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둘은 예전에 직접 지난에게 참교육을 받은 후로부터는,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그의 앞에서 막 대하지는 않았다. 뭐, 정말 화가 났을 때는 그런 것조차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런데 길드 마스터, 혹시 누굴 기다리고 계신 건가요? 이 프리먼 자식이 못 참아 하는 것 같은데요."
"시, 시끄러워, 빙혈! 아까는 좀 짜증 나 있었고, 지금은 괜찮다고! 나, 나도 완벽한 흑월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기다리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어!"

애당초 모험가와 경비대의 연계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아직도 정확한 작전을 알려주지 않는 두 명에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작 김승호도 실제로 이 남자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지만 지난은 그와 자주 만나봤던 것 같다.

"아, 곧 있으면 기사 단장이 군을 이끌고 올 거야. 그가 이 사건에 대한 것들을 전부 폐하께 보고를 올릴 테니까, 부디 잘 행동하기를 바란다, 알았지?"
"-예?"
"-응?"

-기사 단장, 바로 이 나라의 '최강의 방패'가 이리로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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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1-03 21:36 | 조회 : 65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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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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