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이었다.(1)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창 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땀을 흘리며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 지치지 않는 어떤 건전지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대다수라-



" 예전 일이 생각나네.. "



나는 하루에 수천가지의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기생오라비, 남■, 병■, 외국인, ···.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왼쪽 어깨에 남아있는 상처의 환상통을 불러일으키고는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렇듯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듯 그 시절의 기억은 이따금씩 떠오르고는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 야, 렌쿄! "

" 아, 응. 왜? "



이런, 나도 모르게 또 우울감에 빠져있었다. 올해로 고3인 나는 공부의 참맛을 느끼며 야자를 빼는 흔한 공부포기자의 모습이다. 이상하게 성적이 좋다면서 모두의 눈초리를 받는 것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어차피 돈은 모델 일로 벌고 있고, 커리어도 제법 쌓아뒀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고삼갓생은 그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하나 보다.



" 너 오늘 일 있냐? "

" 있어도 너한테 내줄 시간은 없어. "

" 에휴, 난 몰라. 니 운동 ■도 안 하잖아, 그러면서 모델은 어떻게 하냐? "

" 나름하고 있거든. 그리고 니가 맨날 운동시키려고 하는 거 아니까 도망가는 거잖아. "

" 저 재수 없는 새키 저거. 몰라, 난 간다. "



저 귀찮은 녀석은 ' 켄 ' 이라고 맨날 날 끌고 다니려고 하는 녀석이다. 내가 저 녀석만 아니었어도 학교 끝나고 남는 시간에 신사를 가는 게 아니었는데, 하여튼 지옥 고삼 중에 도움이 되는 애가 없다. 나는 얼른 가방을 챙겨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사로 향했다.



" 역시 여기는 공기가 좋아. "



아무도 없어서 더 좋은 신사는, 사람은 없지만 어째서인지 깨끗한 곳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석상에 인사 한번하고 돌의자에 앉으려던 참이었는 데,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어떤 한 남자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 너, 누구야. "



재수가 없으려나, 붉은 머리라니. 멘탈이 털려도 이 정도로 갈려나가는 일은 딱 2가지 뿐인데, 그 2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인상을 찌푸리며 험한 얼굴로 서있는 남자에게 나는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타소가레, 타소가레 렌쿄.. "

" 너, 나 알아? "

" 아니요... 그, 그, 신령님, 이신 건가요.. "

" 왜 겁먹은 얼굴이야. 난 신령은 아니고, 신사지킴이야. "



하는 일이 어떻든 진짜 인간이 아닌 듯이 그 남자에 머리에는 여우 귀가 달려있었고 뒤에는 여러 개의 꼬리가 보였다. 옷 또한 모르는 사람이 봐도 신사의 사람이오 하는 것 마냥 후죠를 입고 있었고.



" 그럼 뭐라고 불러야..? "

" 네 마음대로 불러, 들락날락하는 게 있다 싶더니 너였네. 여기 그렇게 자주 오지 마. "

" 그건 왜- "



그 순간 그 붉은 머리의 남자는 내 턱을 끌어당겨 나와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삐긋하면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거리인지라 나는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저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 네가 주인이 되고 싶지 않으면. "



순간 내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나더니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푸른 눈이 오직 그 두 눈에 나만을 담고 있는 그 기분은 형용하기 어려웠다. 붉은 머리의 신령님,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첫 만남은 상당히-



" 히끅! "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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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10 01:55 | 조회 : 511 목록
작가의 말
늘푸른솔잎

안녕하세요 친구가 올려서 그냥 연재하게 된 늘푸른솔잎의 첫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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