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소나타 살인사건

바깥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나는 다리를 동당 거리며 차갑지만 기분 좋은 바람을 만긱하고 있었다. 건물 안에 있었을 때는 무언가가 되게 턱- 하고 막힌 듯이 텁텁했는데, 바깥으로 나와 바람을 쐐니 조금 나아졌다.

...... 그래, 조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이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 했다. 처음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러한 생각도 할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꽤나 시간이 넉넉하니까... 아니, 뭐, 곧 사건이 일어날 거긴 하지만.


"흠... 죽은 사람한테서 온 편지라니... 질 나쁜 장난이구만!"
"그러게요."


허탈한 듯한 자세로 앉아계시는 아저씨를 한 번 바라본 뒤에 그런 아저씨 옆에 앉아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란을 바라보았다. 음, 진짜 란의 머리카락으로 사람 찔러죽일 수 있을 거 같다.

란의 머리카락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내린 뒤에 잠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보이는 듯한-... 쿠도 신이치? 아니, 역시 환각인가. 아, 젠장할... 벌써부터 환각을 보는 거야? 이거 꽤나 곤란한 거 아닌가, 내 정신 상태가 영 좋지 않은 걸 이렇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시체는,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 아니, 내가 왜 이 이야기의 흐름대로 따라가려고 한 거지? 난-... 나잖아. 그냥 나. 내가 주인공의 몸을 얻었다고 해서, 주인공처럼 행동할 이유가-... 있나? 그냥, 쿠도 신이치의 부모를 따라서 외국으로 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아니, 그 전에.

나는, 이 이야기 속에 존재해도 되는가?


"......"


...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온다. 그만 생각하자-... 지금 이렇게 고민해봤자,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다. 세계의 억지력-, 분명, 이 세계에도 그런 게 존재할 것이다. 나는 결국, 사건에 휘말릴 수 밖에 없고,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조직과 엮일 것이다.

내가, 코난이기를 거부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이 개같은 몸뚱아리는 쿠도 신이치-, 즉, 코난의 것이니까.

끔찍하게도, 절망적이기 짝이 없는 소식이였다. 그래, 빨리 쿠도 신이치 본인이 돌아와 내가 이 몸뚱아리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빨리 내 몸으로 돌아가서 집에서 차 한 잔이나 마시며 푹 쉬고 싶다. 아니면,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들고 싶어. 딱히 한 일이 없는데도, 너무 지쳐... 피곤해.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걸까나?


"코난 군?"


앗, 이런-...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날 부른 란과 아저씨에게 최대한 해맑은 표정을 짓고, 월광 소나타 살인사건 에피소드에서 나왔던 대사를 더듬으며 말했다.


"장난 같진 않아요. 장난이라기엔 의뢰비도 제대로 들어왔고, 소인도 이 츠키카게 섬으로 되어있어요. 분명히 섬의 어떤 사람이 아저씨가 그 아소 케이지를 조사해주길 바라는 걸 거에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소 씨의 친구라고 했던 이 섬의 촌장님께 물어보면 무언갈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군."


편지를 구겨버리려고 했는지, 살짝 구겨져 있는 편지를 한 번 힐끗 바라본 나는 다시 바닥을 바라보았다. 이제, 마을을 돌아다니는 건가?


"분명히 촌장은 구민 회관에 있다고 그랬었지?"
"네, 아마도...?"


란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 거리자, 아저씨가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치셨다.


"좋아-, 그러면 구민 회관으로 가보자!"


나는 그런 아저씨를 보고 웃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건의 시작이다.





"알았지? 켄타 군. 이불 잘 덮고 자는 거다~?"
"응, 알았어요! 갈게요~!"
"바이바이~"


아, 나루미 씨다... 구민 회관에 가던 도중에 만났었던가? 란은 이제 병원으로 들어가려던 나루미 씨를 보더니, 그런 나루미 씨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저, 실례합니다! 구민 회관이 어디에요?"
"아, 네. 저 끝의 모퉁이를 돌아가면 곧바로 있는 막다른 곳에... 아, 혹시 여러분, 도쿄에서 오셨어요?"
"네, 좀 전에 있던 배로..."
"에~? 저희 집도 도쿄에 있어요!"


... 남자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높고 청아한 목소리에, 골격도 가늘고... 괜히 모든 사람들이 여자라고 오해할 만한 게 아니였어. 게다가 뛰어난 연기 실력까지 갖추었으니, 눈치채기 어려울만 했는 걸.


"하지만, 이 섬도 도쿄와는 다르게 멋있죠? 공기도 맑고, 얼마나 조용한지~!"
"시미즈! 시미즈! 시미즈 마사토! 섬의 어장을 지키기 위해, 이 시미즈 마사토에게!"
"음... 그건 아닌가?"
"깨끗한 1표를!"
"이제 곧 촌장 선거가 있거든요."


... 정말 짧고 강렬한 등장이였네. 시미즈 마사토, 라는 이름. 기억에 잘 남겠는 걸.


"오... 촌장 선거..."
"후보자는 방금 지나간 구민 대표, 시미즈 씨. 요즘 평가가 떨어지고 있는 현재 촌장인 쿠로이와 씨. 그리고 섬 제일의 재산가, 가와시마 씨. 환자 분들의 이야기로는 가와시마 씨가..."
"아, 아뇨... 우리는 촌장 선거엔 흥미가..."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손을 저었다. 나루미 씨는 그런 아저씨를 한 번 바라보고 웃더니,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자기 소개가 늦었네요. 전 의사인 아사이 나루미에요."
"아... 의사셨군요."
"여러분, 구민 회관에 가실 거라면 지금 말한 세 사람과도 만날 걸요."
"예?"


... 아, 확실히 오늘이 전 촌장의 제삿날... 이였던가?


"오늘 밤에 거기서 전 촌장인 가메야마 씨의 삼 주기 제사가 있거든요."
"전 촌장의..."
"삼 주기..."
"제사..."


나루미 씨는 예쁘게 눈꼬리를 접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고 계시면 좋으실 것 같아서 말씀드린 거에요. 뭐어-... 조금 잡담도 섞이긴 했지만 말이죠."


머쓱하셨는지, 아저씨는 볼을 살짝 긁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흰 이만."
"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나루미 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재촉하는 란과 아저씨의 손길로 인해 나는 눈을 돌리고 구민 회관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 나루미 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니까, 대사 하나하나를 다 곱씹게 되는 것 같다. 이건, 좋은 걸까?





"현 촌장의 횡포를 용서 못 한다!!"
"""""현 촌장의 횡포를 용서 못 한다!!"""""


우리가 구민 회관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며 큰 소란을 내고 있었다. ... 음, 전 촌장의 제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오늘만이라도 죽은 사람께 애도를 표하기 위해 쉬면 안 됐던 걸까...? 시위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삿날에 이렇게 큰 소란을 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이 마을의 일이니까, 난 괜히 참견하지 않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위하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구민 회관의 정문 쪽으로 다가갔다.


(철컥-)


아저씨는 잠시 눈살을 찌푸린 채로 몇 번 더 문을 밀고 당기고 하시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중얼 거렸다.


"하아~ 역시 안 열려있나..."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도신 아저씨의 뒤로 급하게 달려오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덩치가 조금 큰 사람이였는데, 검은 정장을 입고 있던 것 보니, 구민 회관 직원이거나 조문객일 것이였다. 그 사람은 달려서 문 앞에 있는 우리들을 보고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잠겨 있는 문을 열며 말했다.


"어... 아...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신 거 같은데, 여기엔 무슨 일이신지...?"
"크흠, 이 마을의 촌장님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앗, 그러시군요. 실례지만, 어디에서 오신 분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도쿄에서 온 명탐정 모리 코고로 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탐정이란 말에 살짝 놀란 듯 했다. 그 사람은 몇 번 목을 가다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촌장님껜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구민 회관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급하게 다시 문을 닫는 그 사람을 잠시 바라보며 물었다.


"음... 어디에서 기다리면 될지...?"
"아... 아, 네. 저쪽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 사람은 어딘가로 급하게 다시 달려갔다. 우리는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이 가르킨 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걷고 있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고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명, 쿠도 신이치였는데? ... 아니, 애초에 쿠도 신이치가 여기에 나타날 순 없지... 명탐정코난 세계관 속 미남들은 대부분 다 쿠도 신이치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직원을 착각한 걸 거야. 분명...... 그래야만 해.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땐, 란과 아저씨는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

이런, 어떡하면 좋지. 음... 뭐, 앞은 벽이니까, 방 하나하나 씩 돌아다니다 보면, 란과 아저씨를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에 있던 방 문을 밀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에는 큰 피아노 한 채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어-... 이 방은 분명.


"아, 얘, 코난 군! 안 돼."
"어, 뭐냐? 진짜 큰 방이구만~"


내 뒷쪽에서 들려오는 란과 아저씨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 이런, 생각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 뒤쪽에 길이 있었구나... 다음부턴 좀 더 주변을 잘 살펴봐야 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 앞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아저씨는 그런 날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창문 쪽으로 걸어가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말하셨다.


"오~ 구민 회관 뒷편은 바로 바다구나..."


분명, 란이 날 말린 것은 내가 멋대로 방 문을 열어서 방에 들어간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였나? ... 그보다, 구민 회관 안 쪽을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아저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란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피아노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 피아노, 지저분하다."
"그러게, 조금이라도 청소해놨으면 좋을 거 같은데...."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란을 바라보고 웃었다. 란은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보기 위해 피아노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아까 전의 사람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이쪽을 바라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아, 안 된다구요! 만지면!!"
"에..."


란이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을 이쪽을 향해 손을 뻗어 피아노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외쳤다.


"그 피아노는... 아소 씨가 죽던 날 연주회에서 연주했던 저주 받은 피아노!"


그렇게 외치는 그 사람을 아저씨가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주 받았다니..."
"아소 씨만이 아니에요! 전 촌장님도 같은 일을...!"
"전 촌장이라면... 오늘 제사를 지낸다는... 그, 가메야마 이사무 씨?"
"네... 그건 2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설명해주는 거 지치지 않는 걸까나?


"만월의 밤이였습니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저는, 아무도 없는 구민 회관 안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구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소리가 뚝 끊겼고... 안에 들어갔더니 거기엔... 가메야마 씨가...!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기 직전까지 연주하고 잇던 곡도... 아소 씨가 불길 속에서 계속 연주했던 그 ''''월광'''' 이였습니다. 그 이후, 이 피아노는 언제부턴가 저주 받은 피아노로 불리게 됐죠..."


... 만화적 허용인 건 알겠지만, 진짜 저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힘들지 않은 건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숨도 거의 안 고르고 한 번에 많이 말했는데... 아, 생각해보니까, 여기에서도 코난이 뭔가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으음, 분명 내가 이 방에 들어온 것도 내가 저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서 무언가를 해야했기 때문에 그런 거 겠지. 으음... 아마, 여기에서 피아노를 쳤던가?

나는 그대로 피아노 의자 위로 올라가서 피아노의 뚜껑을 열었다.


"아, 코난 군!"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 대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음... 으음... 나는 한 번도 피아노를 쳐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것보면 이건 다 코난의 몸에 빙의해서이기 때문일까나?


"으음... 저주 받았다던 이 피아노, 별로 아무렇진 않네...?"


그 사람은 피아노를 치는 나를 기겁하며 빠르게 날 피아노에서 때어놓은 뒤에 피아노 뚜껑을 닿고 그대로 우리들을 이 방에서 끌고 나가듯이 내보낸 뒤에 문을 세게 닫으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제사가 끝날 때까지 현관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런 말을 하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사라진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 아마 여기에서 나루미 씨를 다시 만나던가?


"어머, 여러분, 아직 계셨어요?"
"나루미 씨! 제사에 오신 거에요?"
"네, 제가 이 섬에 와서 처음 검시한 사람이 가메야마 씨였어요. 그래서 향이라도... 아, 이쪽은 시미즈 씨에요! 아까 거기서 같이 왔어요."


아, 그 시미즈 마사토란 사람이 저 사람이구나. 모습은 잘 기억이 안 났는데, 음...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르네. 시미즈 씨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미즈 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렇게 말한 시미즈 씨는 아저씨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아저씨는 그 악수해 응했다.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난 이런 분위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시미즈 씨와 나루미 씨는 가볍게 작별 인사를 하곤 이내 우리를 지나쳐서 제사장으로 가버렸다. 우리들은 그들이 사라진 곳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다시 현관 쪽으로 발을 옮겼다.





벌써 밤이 되었다. 현관에 앉아서 제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우리는 가만히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골이라 그런지, 별이 잘 보였다. 밤하늘이 참 에쁘네... 아, 그보다 그 방에 있던 피아노, 역시... 나루미 씨가 조율해놓은 거겠지? 내가 악기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방치해놓은 피아노의 소리가 멀쩡하게 날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 어? 아... 이 소리는...


"월광...?"


아, 아...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거야. 분명해!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때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나? 나는 왜 살인사건을 말릴 생각 못 하고 태평하게 있었던 거지? 그러면 안 됐는데, 이랬으면 안 되는데... 아-, 아아. 바보 같아. 정말 바보 같아. 바보 같아, 에도가와 코난... 아니, 나. 너는 미래의 내용을 알고 있었잖아, 어떻게 그러고 있을 수가 있었던 거야!


"코난 군!"


나는 날 부르는 란의 말을 무시한 채로 피아노 방 쪽으로 달려갔다. 심장은 지금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쿵쿵대며 뛰고 있었다. 아, 아... 내 몸을 휩싸는 이상한 감각을 애써 느끼지 않으려 노력하며 달렸다. 아, 왜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어, 야. 꼬마야!"


나는 날 멈춰 세우려는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피아노 방의 문을 열었다.


"헉...?!"
"아..."
"가와시마 씨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눈 앞에 보이는 것이 환각이라도 된 마냥 흐려졌다 뚜렸해졌다를 반복했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들이 전부 차단되어 이곳에 마치 나와, 눈 앞에 시체... 밖에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심장은 정말 터질 듯이 뛰고 있었고, 머리는 지끈 거리며 아파왔다. 토할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입을 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시체, 시체다. 아-... 정말로 사람의 시체야. 죽어서, 심장이 뛰지 않는, 살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시체... 범인은, 당연하게도 그 사람이다. 어째서 코난은 그런 사람을 살리려고 했던 거지? 이렇게, 끔찍하게, 사람을, 죽인... 그런 사람을. 그래, 또 다른 사람의 죽음은 좋지 않지. 하지만-... 범인을 살릴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나, 이렇게나 끔찍하게 사람을 죽인, 그런 범죄자를?


"코난 군?"
"... 란 누나, 나 잠깐, 화장실 좀."


... 숨을 돌릴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이 주저 앉았다. 눈가가 계속 화끈화끈한 게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아... 아... 어떡하면 좋아. 시체야, 시체라고...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 어떡해, 난 어떡하면 좋은 거야?


"알려줘, 쿠도 신이치..."


제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다. 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였다. 이런 사건과는 전혀 연관된 적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에게... 도대체 뭘 기대하는 거냐고...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냥,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시련을 내리는 걸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 절망적이였다. 이로 말할 것 없이 절망적이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사라지고 싶어... 어차피 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눈물이 터졌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소리를 최대로 줄인 채로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바닥에 쓰러지듯이 몸을 둥굴게 만 채로 누웠다. 아, 아, 절망적이다.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진짜로, 진짜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차가운 화장실 바닥은, 마치 그런 나를 매도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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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02 22:51 | 조회 : 79 목록
작가의 말
토우루

우리 주인공 맨탈 와르륵... 주인공이 구를 때가 가장 짜릿합니다. 더 굴러라 주인공! 더 절망해라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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