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 1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 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거릴 일이 전혀 없죠

- 혁오, 위잉위잉 中






위잉, 위잉,

하루살이가 내 곁을 맴돌다 처량한 나를 비웃듯 저 가로등의 불빛으로 휘익 날아갔다.

하물며 하루살이도 빛을 향해 올라가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생각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희망차게 살아보겠다 다짐해도 싸늘한 밤 공기에 식은 아스팔트는 다시 데워질 기미따위 보이지 않았으며 초승달의 상태에서 멈추어버린 달은 다시 차오를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아침은 오지않고, 희망차게 생각한다 해도 해는 보이지 않으니,
이젠 생각을 바꾸는 것 조차 지쳐 그냥 이렇게 이 상태에 대해 회의적으로, 부정적으로 살기로 했다.

"공기가 차네... 오늘도"

그는 터벅터벅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 차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입에서는 보일듯 말듯 한 옅은 입김이 그가 한숨을 내쉴 때 마다 뿜어져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 이었다.


그는 오늘도 멋진 파티를 했다.
멋진 클럽에서, 멋진 음악을 들으며, 멋진 사람들과, 멋진 옷을 입고, 멋지게 놀았다.
집에 가는 길의 차가 안다녀 거의 인도나 다름없는 차도는 그 클럽의 풍경과 굉장히 대조되어서,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미러볼의 불빛대신 가로등이 그를 비추었으며,
쿵쿵이는 음악대신 귀뚜라미 우는소리만이 한적한 길을 채웠다.
뜨거웠던 그곳의 열기와는 달리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은 마음까지 얼어붙어버릴 정도로 찼고,
그 덕에 그의 피는 느리게 돌았다.

그는 오늘도 여자에게 대시를 받았다.
그 뿐인가? 남자에게도 대시를 받았다.
그는 그만큼 인기있는 남자였다.
사람들이 가지지 못해 안달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집에 갈때의 그는 항상 혼자였다.
사랑은 끼리끼리 하는 것 이라.
그렇지 않으면 서로 엇갈리기 일수라서, 엇갈리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란 것 이다.
최소한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가식적이게 꾸며낸 모습에는 들어맞는 사람이 꽤 있으나, 그것은 그가 아니기에.
그렇기에 그는 오늘도 차디찬 아스팔트를 걸으며 혼자 집으로 간다.


세상 그 어디에도 나 처럼 공허한 사람은 없을거야.
사람들은 모두 클럽에서 노는 나만을 좋아하지.
차가운 공기속에 외로이 서서 뜨거웠던 그 열기를 목적지를 향해 걸을수록 잃어가는 비참한 나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거야.
사랑은 끼리끼리 하는 것 이라지, 내 사랑은 평생 없을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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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10 00:22 | 조회 : 660 목록
작가의 말
김페가수스

알루미늄의 테마곡은 혁오의 위잉위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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