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 뒤로 일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그녀는 일주일 후부터 학교에 오면 된다고 했고 학교와 마법에 대한 설명을 좀 해준 뒤 나를 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줬다. 밖으로 나왔을땐 이미 해는 다 지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물론 나 혼자 돌려 보낸게 아니고 그녀와 다른 몇몇의 사람들도 같이 우리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이 가자마자 가장먼저 한 짓은...

“이 아이는 마녀입니다.”

처음부터 돌직구였다.

“..예...?”

“이 아이는 마법을 배우려 아카데미에 입학합니다. 이미 전학 소속도 다 밟았지만 그래도 보호자 분께서는 아셔야 된다 생각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이모는 너무나 당당한 그녀에 말에 도리어 당황하였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물론 옆에 있던 나는 경악했다. 이모는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굉장히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았지만 난 차마 이모를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이모.. 저도 처음 들었을 때 완전 어이없었어요..

일단 이모는 날 방으로 올려 보내고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분명 믿기 힘든 말이고 충분히 사이비라고 의심 할 수도 있는데 이모는 나를 믿는다고 했다.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그저 날 믿어 주시는게 감사할 뿐이다. 난 그대로 2층의 내방으로 올라가 침대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 사람이 학장 이였다니.. 높은 사람 이라길래 설마 했지만..’

그녀는 알고 보니 아카데미의 학장 이였다. 이곳의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것은 그 뜻 이였나 보다.

나 첫인상부터 개판이였겠네 허허...

침대 위를 뒹굴 거리면서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 시계를 보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1시간 정도 지나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지난 시간에 1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대화도 다 끝나가는 듯 싶었다.

“아, 마침 잘 왔어 하연학생. 이야기 잘 끝났단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이야기는 잘 끝났어. 다음 주 부터 나오면 된단다.”

그들과 약간의 대화를 나눈 뒤 그들이 돌아가고 나와 이모의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맴돌았다. 어색한 공기에 눈치만 보고 있으니 이모가 먼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자고 했고 나는 그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 이였다.

전학가기 일주일 전부턴 원래 다니던 학교도 나가지 않고 그냥 푹 쉬었다. 늦잠을 자서 여유롭게 일어나 한가롭게 늦은 아침을 먹으며 보내는 나날은 평화로워 학교마저 가기 싫어지는 기분 이였다. 처음엔 좀 어색해하던 이모도 이제 완전히 받아들이셨는지 아무렇지 않게 나와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학교를 가기 이틀 전 내 앞으로 택배가 왔다. 정확히는 내 방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달된 것이다. 방안에 들어가니 침대위에 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 있었다. 그중 당연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교복 이였다. 침대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물건들을 뒤로하고 교복을 한번 들어보았다.

“와..예쁘다...-”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교복은 굉장히 예뻤다.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넥타이, 재킷은 은빛에 옷깃 쪽엔 노란색의 선이 한줄 있었고 소매엔 금색의 단추도 있었다. 치마도 팔랑거리는 주름치마에 치마 끝 쪽엔 노란 선이 한줄 있었고 뱃지는 학교의 로고인지 전체적으로 반짝이는 붉은색의 바탕에 커다랗게 새겨져 있는 S자를 넝쿨이 휘감고 있고 테두리 쪽엔 월계수 화환이 전체적으로 감싸는 듯이 있었다.
이곳은 은색이 시그니쳐 컬러인 듯 싶다. 약간 승마복 같이 생긴 은빛 옷은 시간표에 마법 검술 수업이 있는걸 보아 약간 체육복 비슷한 개념인 듯 하고 마지막으로 은빛의 커다란 망토도 같이 왔다.

그 외에도 교과서나 필요 물품들이 가득했다. 대충 다 훑어 본 뒤 정리를 하고 깔끔해진 침대위에 풀썩 누웠다.

“이틀 뒤엔... 정말 현실 같지가 않네.”

복잡미묘한 심정에 작게 중얼이듯 내밷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정리해둔 짐들을 보다 그 반대쪽으로 몸을 휙 돌린 체 생각 없이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고 그날 밤은 꿈도 안 꾸고 편히 잤다.


시간은 또다시 빠르게 흘러 전학 첫날이 다가왔다. 교복을 입고 방 밖으로 나가기 전, 한번 더 상태를 확인하려 전신거울에 다가갔다. 아직은 낯설지만 곧 익숙해질 교복을 입은 제 모습을 한번 점검했다가 방 밖으로 나가 언제나처럼 현관 앞에서 아무도 듣지 못할 말을 하며 현관을 나선다.

“다녀오겠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 1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공원의 산책로에서 두 갈림길이 나오면 그곳을 무시하고 중앙으로 들어가다 보면 숨겨진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학교 바로 근처의 마을 번화가 도로에 이동하게 된다.

“우와...-”

다시봐도 신기할 뿐인 풍경들에 넊놓고 있다가 등교를 하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저번처럼 숲으로 이동 되진 않았네. 다행이다.’

저번엔 내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의 루트를 타서 그 숲으로 이동 된거라 했다. 그것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엔 학장이 알려준 제대로 된 루트를 타고 온거라고!

학교 근처까지 가니 나와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점점 많아졌다. 난 그 많은 학생들의 사이에 껴서 학교 교문을 지나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실을 찾으려 1층 주변을 둘러보며 서성이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나를 부른 것은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선생님이였다.

“네가 하연이니?”

그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빙긋 미소지으며 말을했다.

“나는 네 담임인 한 백한 이라고 한다. 우리 반이 된 것을 환영하고 같이 교실로 가자꾸나.”

“아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려요 선생님.”

내가 빠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선생님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끄덕이고 앞서 걸으셨다. 교실로 가는 길에 선생님이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반 앞에 도착했다.

‘1학년 5반..’

아무래도 나는 1학년 5반인가 보다. 선생님과 같이 교실에 들어가니 대화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교실은 잠시 잠잠해졌고 반 아이들의 시선은 내게로 고정이 되었다. 개중엔 소곤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오늘 우리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 다들 환영해주렴. 자, 그럼 하연아 자기소개 하렴.”

반 아이들이 조용해지자 선생님이 입을 열며 짧은 소개를 했고 내게 시선을 돌려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다.

...부담스러... 누가 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와 부담스러운 반 아이들의 눈빛을 좀 가려줬음 좋겠다...

여전히 소곤거리는 소리와 아이들의 시선이 내겐 너무 부담스러웠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음.. 나는 주 하연 이라고 해. 오늘부터 너희들과 같은 반 학생으로 지내게 됐어. 뒤늦게 전학 왔지만 다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앞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자..-”

“다들 잘 들었지? 그럼 친하게 지내도록 하고 하연이는... 가희 옆자리가 비었구나. 가희 옆에 앉으면 되겠다. 저기 맨 뒷자리에 앉은 하늘색 머리 여학생이란다.”

선생님의 말에 뒷자리의 여자아이가 내 쪽으로 시선을 주고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난 반 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하며 내 자리로 향했다.

‘내 자리는 창가자리네? 아싸-’

자리에 다가가니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져 있는 것을 보아 내 자리는 그곳 이였다.

창가 자리 좋지, 햇빛도 잘 들어서 따뜻하고 광합성도 잘되고 잠도 잘오고.

기분이 좋아져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고는 가희 라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안녕?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래. 앞으로 잘 지내자”

가희가 생긋 웃으며 똑같이 인사를 하곤 대화를 나누었다. 가희는 굉장히 착한 아이인 것 같았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듯 했다.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하늘빛의 조금 웨이브 진 머리가 상체의 3분의 1정도를 덮었고 하얀 백금색의 잘 세공된 나비 장신구가 참 잘 어울리는 청순한 스타일 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그럼 반장은 하연이에게 학교 내부를 돌아다니며 학교구경 좀 시켜주렴.”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내 반대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굴려 그 아이를 찾다가 뒷자리 쪽 창가 자리에 앉은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친구인 듯 보이는 아이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남자아이는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고 나는 깜짝 놀라 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자 가희가 의아해 하며 날 보았다. 하지만 난 시선에 신경을 쓰질 못했고 그 와중에 눈이 마주쳤던 남자애가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윽고 내 앞에서 선 남자애는...

‘잘생겼다...’

남자애는 정말 잘생겼었다. 빛나는 은발에 눈은 깊은 바다를 담은 듯 한 고요한 남청색의 푸른색 이였다. 조금은 풀어해친 교복에 누가 봐도 훈남 이였고 키도 매우 컸다. 180은 훌쩍 넘어보였다. 하지만 무언가가 위화감이 들었다.

‘어디선가..본듯한..?’

잠시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 위화감은 얼굴에 의해 금세 잊혀졌다. 와..의외의 곳에서 눈 호강을 다하네.. 진짜 잘생겼다 피부도 하얗고.. 대형 기획사 연습생 같다. 생각해보니 가희도 이쁜 외모고.. 여긴 학생을 얼굴보고 뽑나?

속으로 주접 아닌 주접을 떨며 멍하니 그 아이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남자애가 말을 했다.

“난 반장 정 도화라고 해. 학교 소개를 좀 해줄게.”

“아, 으응..!”

퍼뜩 정신을 차리곤 얼른 일어났다. 그리곤 가희에게 갔다 오겠다며 손을 가볍게 흔들곤 도화를 따라 나갔다. 도화는 내 앞에 서서 걸으며 학교 1층부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개를 해줬다.

“여긴 마법 포션 수업을 듣는 곳이고 그 옆은 재료실인데 잠겨있어. 함부로 다루면 안되는 약초들도 있어서 포션 선생님이 관리하는 곳이지. 그리고 학교 바로 앞의 넓은 잔디밭은 보통 비행술 시간때나 아니면 체육대회나 축제 때 자주 쓰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들 여기서 산책이나 아니면 저쪽 벤치에서 쉬다 들어가기도 하고.”

도화의 말을 경청하며 학교 내부를 둘러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익숙한 장소가 보였다.

“아...-”

작은 탄식이 나왔다. 저긴..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잠시 쉬었던 곳이다. 저기서 쉬다가 봉변을 당했지... 다시 생각해도 억울하네, 사람을 막 다루고 말이야.

그쪽을 빤히 바라보며 수시로 표정이 바뀌는 날 가만히 보던 도화가 웃긴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보고 있었다.

“푸흡,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표정이 수시로 바뀌는거야? 오늘 처음 전학 온 건데 그새 저기서 무슨 일 있었어?”

그가 웃으며 농담식으로 물었다. 하지만 난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순 없었다. 뭔일이 있긴 있었지... 그것도 아주 어이없는 일이..

“하하.. 아니 그냥.. 굉장히 예쁜 곳 이길래..-”

차마 그리 말하진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니 도화가 그러냐며 다시 웃고는 계속해서 학교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학교 뒤편엔 연무장이 있는데 그곳에선 마법 검투나 마법 대결을 할 때 쓰여. 보호마법이 걸려있거든. 그리고 이동할 땐 각 층의 복도 중간과 끝에 있는 순간이동 장치를 쓰면 돼. 그럼 굳이 힘들게 높은 계단 오르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어.”

그의 설명을 듣다가 마지막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 그런게 있었어?”

“어? 으,응.. 왜그래..? 무슨 문제 있어?”

“아..아니야... 놀랬지? 미안해.”

도화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움찔하곤 왜 그러냐는 듯 한 얼굴로 묻는다.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내 속은 문제가 많았다.

‘아니, 그런 장치가 있었으면서 날 그렇게 막 끌고 다닌거야?!’

어이가 없어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그사이 학교를 대충 다 둘러본 것 인지 나중에 좀 더 소개해주겠다고 하곤 쉬는 시간이 다 되어 이만 교실로 돌아가자고 하였고 나는 도화를 따라 교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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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04 09:35 | 조회 : 938 목록
작가의 말
나이아나(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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