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하늘, 세계(가제)-프롤로그+1화

“죄인,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레스(rēs)! 들어주십시오! 오해하고 계십니다!”

“청해, 나는 그대에게 꽤 많은 것을 허락하였는데, 어째서 그대는 이렇게 나를 배반하는가.”

“아닙니다! 실수와 오해가 섞여 들어 이러한 모습으로 레스를 알현하고 있다고는 하나 저는 당신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만. 그러한 변명은 되었다. 청해, 나의 바다이던 자여, 그대에게 역자의 낙인을 새기니, 억겁의 영원 속에 참회하고 고통 받도록 하여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뒷목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길다고 말할 수 있는 세월 동안 그의 곁을 지켰기에,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레스!”

나는 간절하게 그를 불렀으나, 이미 그의 시선에는 서늘한 고요만이 남아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 언듯 비치는 후회에,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자신의 바다로 오랫동안 곁에 둔 것을 후회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그날, 나는 신계에서 추방당했다.





빗방울이 아프게 떨어지던 날, 유독 하늘이 어둡고도 고요하였으며,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하늘의 기운이 술렁이는 것이 그대로 눈에 담겨, 나는 애써 하늘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직접 마주할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외면하지 않았을 텐데.

“오랜만이네.”

지금 자신의 상태를 증명하듯, 검푸른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 안에 흑색 눈동자를 품은 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누구세요?”

하지만 굳이 아는 척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발걸음이 지체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그에게 잠시 시선을 주고는 다시 발을 놀렸다.

“청해. 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는데. 같잖은 연기는 집어치우는 게 어때?”

그의 말대로, 나는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1교시부터 수행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준비한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모르겠는데요. 저 아세요?”

내 말에 그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에 개의치 않았다. 그러게 일부러 숨어 살고 있는 이를 찾아오는지.

“알다마다. 내 친우이자 바다이고 동시에 반역자인 이 아닌가.”

귀에 거슬리는 말이 들렸지만 지금은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반역자라니, 너무하시네요. 그쪽 지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잘못 찾아오셨어요.”

내 말에 결국 그는 짧게 웃음을 흘리더니 내 뒷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에 나는 얕게 혀를 차며 아슬아슬하게 그의 손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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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12 11:21 | 조회 : 877 목록
작가의 말
SSIqkf

시험기간에 이러고 있는 저도 참 막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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