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가제)-프롤로그

“쿨럭―.”

“히엔! 괜찮아?!”

가벼운 마른기침에도 피를 뱉는 나와 그 곁을 지키는 너. 아, 언제까지 이런 지긋지긋한 삶이 계속되는 걸까.

“루이, 날 죽여줘. 알고 있잖아. 어차피 난 죽어. 그리고 다시 태어나겠지.”

신의 아이로 태어나, 신을 배신하고 신을 공격한 대가로. 아, 그 때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히엔, 제발…. 너 없이 난 어떻게 살라는 거야…. 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잖아. 네가 없는 내게, 남는 것은 없다는 것 정도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그래,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 사욕으로 널 붙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루이, 나의 귀여운 늑대. 마지막 명령이야. 나를, 너의 주인을, 죽여줘.”

나는 그의 턱을 부드럽게 쓸었다. 강아지를 달랬듯, 느릿하게. 내가 말을 맺자 그가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 내가 그에게, 명령했으니.

“마이 마스터, 잔인하고도 다정한 히엔. 당신의 명을 받듭니다.”

“착하지….”

말을 제대로 맺을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아,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는 눈물을 망울망울 떨구며, 내가 선물한 은빛 검을 누워있는 내 심장 위에 세웠다.

“히엔, 기억해? 이 검, 네가 내게 처음으로 선물한 검이야. 정확히는, 자살하라고 던져준 검이었지. 그리고 난 이 검으로, 널 죽이게 되었어. 만족해? 그 더러운 성격으로, 내가 널 죽이게 되니까, 만족하냐고!”

내 거친 숨소리와, 그가 숨죽여 우는 소리만이 내 방을 가득 메웠다. 아아, 루이. 다정한 나의 늑대. 내가 미안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서.

“만족할 리가, 없잖아. …누가 뭐라 해도, 넌 내 유일한 가족인데.”

그렇지만, 내가 죽지 않으면, 너까지 휘말릴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 수십 번을 겪어온 일이니. 부디 이번에는 다음이 없기를. 다음이 있음을 알면서, 어리석게도 또다시 다음이 없기를 바란다. 결국 괴물이라 불리는 나라도, 인간이라는 뜻이겠지.

내 말에 그가 검을 놓치고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한참을 침대 옆에 주저앉아 우는 그의 머리를, 나는 쓰다듬어주었다. 그에 떨림이 조금 더 커지는 듯 했지만, 이제 마지막이니. 이렇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그가 울 때 곁을 지키는 것도, 이젠 끝이야.

울음이 조금 잦아들자, 그는 제가 놓친 검을 주워들었다.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게 간신히 미소 지으며 내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했다.

“안녕, 히엔. 부디 내게, 소중한 마스터를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지기를.”

그리고 아름다운 은빛 검은, 차가운 예기를 품고 내 심장을 찔렀다. 허무하고 아름다운 죽음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고요한 밤, 검의 선지자라 불리던 히에나인 벨리아드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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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8 04:04 | 조회 : 924 목록
작가의 말
SSIqkf

제가 쓴 소설을 올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잠깐 다른 소설 연재하다가 말았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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