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여동생이 아주 비장하게 말했던 말이다. 그날 자신은 어떻게 반응했더라..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이었고 그냥 우스운 이야기일 뿐 더도 덜도 아니었다.
“ 정 현. ”
“ ... ”
“ 현아 나 좀 봐봐. ”
근데 지금 처음으로 그냥 가벼운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민도지, 그가 제 몸을 두 팔 사이에 가두고 눈을 맞춰오자 이제 더는 꼼짝도 할 수 없이 잡혔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 잠깐만요. 형.. 기다려봐요. 그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 현아, 너 늘 어디가 그렇게 바빠? ”
“ ..아니 형.. ”
“ 나랑 잠깐만이라도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그냥 얼굴만 보고 지나가는 것도 못 할 만큼 그렇게 바빠? ”
“ ..제 말을 좀.. ”
“ 아님 ”
코로 도지 형의 향이 훅 밀려 들어왔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탓에 코끝이 맞닿을 것 같았다. 최근 자주 보지 못 했던 형의 얼굴은 화나 있었다. 늘 웃어주던, 늘 홍조를 띄우던 얼굴은 어디가고 슬픔과 화로 얼룩진 얼굴만 보였다.
“ ..날 피하기 위해 바쁜거야? ”
“ ... ”
“ 왜?..”
그 순간 말이 딱 잘려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형을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게이라고 생각해서, 그가 나랑 너무 다른 사람 같아서, 그것도 아니면 나도 모르겠는 마음을 보여주게 될 것 같아서... 아니면 또 내가 모르는 이유인지 나도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다. 내가 이토록 추잡하게 그를 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 ”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리 둘 사이에 대화는 끊어졌다. 한숨을 내쉰 도지 형이 쓰러지듯 고갤 숙여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화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뜨거운 형의 얼굴이 목덜미로 전해졌다.
“ ...미칠 것 같아. ”
“ ... ”
“ 미치겠어..현아.. ”
묵직한 한쪽 어깨를 그대로 냅두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앙 다물어 있던 입술 사이로 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진짜로 미칠 것 같은 게 누군데.
#다정공#완벽공#수바라기 공#얼빠수#내 공 최고수#약간의 도망수? (아주 정말 약간 소재가 떠올라서 잊지 않기 위해 작성하는 글입니다..개연성..뭐 그런건 누군가에게 아무나 줘버립니다. 자유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