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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를 제어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기로 부르지 않는다.

가령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아도 자신이 원할 때 운이 좋지 않다면 체질일 뿐이다.

그렇기에 행운 특기자는 극히 소수이며, 딱히 법으로부터 제약을 받지 않는다.

*

" 죄송합니다만, 저는 언럭키 님 팀의 소속이며 곧 회의가 시작되니 잡담은 삼가주시겠습니까?"

" 잡담이 아닐세. 진심이야. 그쪽에서 무슨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원하는 대로 주겠네."

" 괜찮습니다. 그리고 회의 시작 1분 전입니다."

클로버는 짜증이 났지만 눈앞의 있는 인물은 따지고 보면 상사에 속했다. 되도록 예의 바르게 거절하려고 했지만 끈질긴 제안 탓에 지쳐갔다.

다행히도 회의 시간이 되자 하나둘씩 그만두었지만 기분은 몹시 더러웠다.

*

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유일한 특기는 행운이다.

행운 특기자 자체가 굉장히 드문 경우이며, 행운이 활용하기에 좋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렸다.

*

클로버는 스푼에 입사하기 전,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이었다.
그녀는 이미 고등학생 때 사고로 가족을 잃은 혼자였기에 살아가는 일이 막막했을 것이다.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그녀는 길을 가다가, '운 좋게' 돈을 줍는 일이 많았다.
또 복권을 사면 '운 좋게' 1등 당첨이 되기도 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 백이면 백 당첨되어 사은품을 휩쓸었고, 갖가지 이벤트에 당첨되어 여행도 공짜로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도 착실히 그녀의 특기가 일을 해 나갔기에 그녀는 취준생이었지만 어떻게든 먹고 살았다.

모든 것이 행운 특기가 불법이 아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다.

*

회의가 끝난 뒤, 간부들은 일제히 클로버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시선이 모이자 그녀는 조금 놀랐다.

그마저도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짙은 혐오감에 금새 사그라들었다.

끝까지 그들은 그녀의 '특기'를 노렸다.

" 리더, 가죠."

" 아...으, 응...가자..."

클로버는 자신을 쫓는 따가운 눈빛들을 피하지 않았다.
익숙한 일이었다.

*

클로버는 그곳에서 벗어나자마자 곧장 언럭키에게 사과했다. 자신 때문에 회의 때 조금 소란이 있었으니.

" 회의 때, 실례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능력이 행운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자주 생겨서요."

" 아, 괘, 괜찮...아..."

그녀는 언럭키의 말이 고마웠지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더욱 미안했다.

그것을 언럭키도 느꼈는지 그가 덧붙였다.

"그...특기...네가...원했던...게...아니잖아?..."

"..!"

처음이었다.

모두가 그녀에게 "부럽다." 혹은 "도와줘.", "함께하자."
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녀의 특기가 그녀 자신이 원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특기는 반대지만 오히려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언럭키의 그 한마디는.

클로버에게 약간의 구원이 되었다.

*

5년 전.

[ ○○고속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한 트럭에 의해 4인 가족의 차량이 도로 옆으로 튕겨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트럭 운전사는 무사했지만,]

[ 4인 가족 중 3명은 사망했습니다.]

[ 그리고 '운 좋게'도 4인 가족 중 1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현장으로 연결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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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10 01:10 | 조회 : 1,138 목록
작가의 말
소시민 A

TMI. 클로버는 자신의 특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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