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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때문이야."

차가운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목을 조여 오는 살의에 숨을 쉬기도 버거웠다.

" 너만 아니었어도. 네 그 망할 능력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왜 네가, 왜."

목소리는 결국 슬픔에 빠져 다시 울기 시작했다.
소녀의 여린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눈치채지 못한 채.

다음 날, 목소리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사과했지만.
소녀의 마음에 깊게 남은 흉터는 끊임없이 욱신거렸다.

*

그녀의 부드러운 표정은 곧 사라졌다.
다나와 귀능은 별말 없이 그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말을 이었다.

" 좋아요. 할게요. 히어로."

귀능은 속으로는 환호성을 지르며,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잽싸게 계약서를 가져왔다.

그리고 협상이 시작되었다.

*

그녀는 월급의 액수에는 만족했으나 '스푼 직원과의 협동 임무' 조항을 수정하기를 원했다.

" 그러니까, 저는 간부진 소속의 그분을 돕기에 스푼 소속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경호 정도라는 뜻이잖아요."

" 그렇지."

" 결국은 본업은 따로 있으니 스푼 소속의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3번에 1건은 받아들인다는 조건을 5건으로 하자니까요."

" 음...그건 좀. 애초에 우리 소속이기는 하잖아?"

" 그럼 4건으로 해요."

" 알겠어. 이걸로 된 거지?"

" 네."

그녀는 아주 철저한 성격이었다.

*

" 그런 고로. 곧 그 분이 오실 거예요.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유니폼은 그쪽에서 제공한다고 했으니 거기서 받아 입으시면 돼요."

" 네."

그녀는 담담한 태도로 앉아 있었지만 조금은 긴장했다.
앞에 놓여진 차 맛을 젼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가 받아야 할지 고민하던 사이 귀능이 먼저 수화기를 들었다.

" 네, 히어로 기관 스푼입...네?! 언럭키 님이요?!"

클로버는 조금 놀랐다. 설마 도움이 필요하다던 상대가 그 연약한 갈색 토끼 혼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

언럭키는 윤과 함께 새로 한 팀이 될 거라는 신입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스카우트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마침 근처에 있었기에 직접 만나러 가기로 하고 도보로 이동 중이었다.

그때 ''''''''운 나쁘게'''''''' 펫숍 관계자가 그 근처를 지나던 길이었고, ''''''''운 나쁘게'''''''' 그들을 발견해 버렸다.

''''''''운 나쁘게''''''''도 마침 윤이 지도를 보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

펫숍 관계자는 때를 놓치지 않고 윤을 밀친 뒤 언럭키를 붙잡고 뛰었다. 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넘어졌고, 언럭키는 저항하지 못하고 잡혀갔다.

다행히 좀 멀어졌을 때 ''''''''운 나쁘게'''''''' 그가 돌에 걸려 넘어지고, ''''''''운 나쁘게'''''''' 그곳에 벽돌이 날아왔다.

''''''''운 나쁘게''''''''도 그 관계자는 벽돌에 맞아 기절하고 말았다.

언럭키는 그렇게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길을 잃고 말았다. 조심스레 길을 나서 보았지만 역시나 운이 나빴다.

유리창은 벌써 여섯 개째 깨지는 중이고, 하도 많이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가로등도 두 개나 기울어졌다.

그때 ''''''''운 나쁘게'''''''' 그에게로 졸음운전을 한 승용차가 돌진해왔다. 그는 정말로 두려움에 떨었다. 이렇게 죽을까 봐. 자신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죽을까 봐.

그때였다.

''''''''운 좋게'''''''' 언럭키는 승용차에 치이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운 좋게'''''''' 그 승용차가 조수석부터 벽에 박아 운전석은 그나마 멀쩡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였다.
눈앞에 새하얗고 매끄러운 손이 보였다.

*

" 어라. 괜찮으신가요?"

" 아...괘,괜찮...은...데...어떻게..."

그녀의 특기는. 그의 특기는. 상극이었다.
그렇기에 서로를 평범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불행했던 언럭키의 인생에 행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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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02 01:25 | 조회 : 1,173 목록
작가의 말
소시민 A

개그요소가 잘 안 보인다고요? 어떻게 아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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