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영물[靈物].
신령스러운 물건이나 짐승.

현대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된 물건이나 짐승을 부르는 단어로도 쓰이고 있다.

또 이들은 인간과 결혼해 자식을 낳으며 이른바 "혼혈" 들을 만들어냈다.

깊은 고민 끝에, 인간들은 그들을 "인간" 으로 받아들였다.

*

특기[特技].
특별한 기능이나 재능, 능력.

현대에서는 이능력 역시 특기로 불리우고 있다.
그 이유는 보통 자기소개서에서 이런 걸 쓰는 곳이 취미•특기란 이어서.

이러한 특기를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직업을 가지기에 유리하다.

*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

행운.
나의 특기.

활용 범위가 넓고 조절도 가능하다.
더없이 좋으면서도 싫은 능력.

*

특기를 조절할 수 없는 경우는 특기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을 얼마 전 마주쳤다.

*

사건의 전말은 주말 오후 5시, 더없이 좋은 여름의 저녁때.
길을 걷고 있는데, 앞에 휘청거리며 걷는 갈색 토끼 혼혈이 보였다.

이상한 줄무늬 옷을 입은 그 남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보며 매우 느리게 걸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그가 고작 50미터를 걷는 동안 두 번 넘어지고, 창문 세 개가 깨져 파편이 날아와 다치고,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튀긴 물을 맞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불행했다.

*

나는 혹시나 싶어 특기를 발동시켰다.
특기의 범위는 200미터. 그에게도 해당되었다.

그러나 그는 또 50미터를 걷는 동안 세 번 넘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마치 왜 이리 운이 좋지, 라는 듯이.

나는 그의 특기가 불행이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보려던 찰나 그와 같은 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멈추었다.

" 언럭키 님!"

그 남자의 이름이 언럭키인 모양이다.
이름 하나는 참 안타깝지만 끝내주게 잘 지었다.

" 한참 찾았습니다. 가시죠."

남자는 언럭키를 차에 태웠다.
언럭키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차는 범위를 벗어나자마자 바퀴가 터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가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이 전부.

그런데.

*

왜 나에게 히어로 제의가 들어오는 것일까.

*

" 히어로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 안 해요."

" 엥. 왜요!"

" 안 해요."

" 뀨...?"

" 징그러워요."

" 뀩?!"

" 안 해요."

" 아무 말도 안 했어요!"

" 안 해요."

"......"

*

히어로.
현대에는 복지가 많이 생겨 사복 경찰(?)쯤 된다는 직업.

히어로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입사 지원을 하고 테스트를 통과한다던가, 스카웃된다던가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런데 왜 그 스카우트를 나한테 할까.

*

" 정말 히어로의 소질이 있으시다니까요?!"

" 안 해요."

" 한 번만 생각해 보세요~"

" 안 해요."

" 제 얼굴을 봐서라도!"

" 초면, 아니 두 번째 보는 건데 왜 제가 댁 얼굴을 봐요."

" 뀨욱!"

" 징그러워요."

" 뀨익?!"

" 안 해요."

"뀨......"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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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30 01:46 | 조회 : 1,304 목록
작가의 말
소시민 A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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