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현이 그릇들을 치우러 나가자 혼자 남은 민은 생각에 빠졌다.

'주인님은 좋은 분인 것 같아. 다정하게 대해주시고 예뻐해주셨어// 쓰다듬을 때 기분 좋았고.. 무엇보다 다시는 그곳에 가기싫어... 주인님 말씀 잘 들으면.. 안 가도 되겠지..? 주인님이 날 안 버리도록 내가 잘 해야해..!'

민이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쿠키를 다 먹는 동안 현은 그릇들을 다 씻고 정리한 후 연고를 들고 민이 있는 방으로 갔다. 문을 열자 마지막 쿠키를 맛있게 먹는 민이 눈에 들어와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이내 다시 내렸다. 현은 다 먹은 쿠키 접시를 옆으로 치우고 말했다.

"누워서 엎드려."

"네?"

민은 갑작스러운 말에 궁금했지만 몸은 군말없이 명령에 따랐다.

"엉덩이 들어봐."

민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엉덩이를 들어 고양이 자세를 취했다.

"저어.. 주인님... 왜, 엉덩이를.."

"약 발라야지."

현이 빨갛게 부어오른 민의 구멍에 연고를 살살 발라주었다.

"아,ㅇ.. 으우..."

아픈지 기분 좋은지 모를 신음을 내는 민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많이 부었군. 나머지 교육은 내일 해야겠어."

이대로 교육을 계속하다간 민이 아파하는 모습이 그려지는지 교육을 미루기로 했다. 약을 다 바르고 현은 자신의 옷장에 있는 흰 티를 꺼내주었다.

"곧 치수를 재고 네 옷을 맞춰올테니 그 전까지는 급한대로 내 옷을 꺼내 입도록. 어떤 옷이든 상관없는데 바지까지 입기엔 다 흘러내릴 것 같으니 윗옷만 입어."

현은 구석에 있는 서랍을 열고 속옷 하나를 꺼내주며 말했다.

"전 비서가 내 치수를 잘못 알고 한참 작게 주문했더군. 너한테는 맞을테니 밑엔 그걸 입고 다니고 추우면 말해. 담요라도 둘러줄테니."

현의 친절에 민은 옷을 입으며 말했다.

"ㄱ,감사합니다.. 주인님!"

"..토끼같군."

현은 작게 혼잣말을 했지만 둘 밖에 없는 공간에서 그 혼잣말은 민에게도 들렸다. 민은 얼굴이 빨개지며 현을 빤히 처다보았다.

"처음엔 조금 큰 소리에도 겁을 먹더니 몸도 작고 새하얀 게 조금만 만져줘도 예쁜 소리 내면서 느끼고 예뻐해주면 귀엽게 웃으면서 귀를 쫑긋거리는게 딱 토끼같지 않나."

필터없는 현의 말에 옷을 다 입은 민은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였다.

"거봐, 귀엽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현이 민의 고개를 들어올리자 민은 부끄러워 눈을 감아버렸다. 현은 그 모습에 속으로 웃으며 민의 머리를 쓸어넘겨주고는 말했다.

"푹 자고 있어."

"아..! 저.. 주인님..."

"음?"

"그으.. 여기, 있어주시면 안 될..까요..."

현이 방을 나가려하자 민은 급한 마음에 현의 옷자락을 잡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한가하지않아. 그리고 지금 푹 쉬어두는게 좋을텐데?"

"..그... 네에.."

현의 말에 시무룩해진 민이 침대로 터덜터덜 걸어가자 현이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민에게 말했다.

"따라와."

민은 그 말에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대답하고는 현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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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04 10:09 | 조회 : 8,408 목록
작가의 말
바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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