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병신, 왜 앞길을 막고 난리야?"
또 시작이네, 하...
북조선에서 일어난 일이였으면 시비를 거는 이 남자는 이미 죽은 목숨이였을 것이다.
"미,미안... 때리지마.."
"야, 너! 왜 우리 진구 괴롭혀!!"
"어? 성우 안녕. 잘 지냈어? 왜 요샌 우리 집 안놀러와?"
능글맞게 허리를 감싸오는 손을 새침하게 쳐낸 성우는 씩씩대며 진구의 손을 잡았다.
"가자, 진구야! 우리 밥 먹어야지!"
"너 지금 내 손 쳐낸거냐?"
"그래! 너 하나도 안무서워! 너 그 성질머리좀 고치고 살아라. 응? 애들이 다 니 피하잖아!"
"이 쪼끄만 게..."
힘이 들어간 성우의 손에 진환은 물끄러미 성우를 바라보았다.
"진구야, 도망가자!"
"오늘 엄마 늦게 온대. 아, 김치 다 먹어가네."
병아리마냥 쨍알쨍알.
"으엑, 가지 노맛. 이건 너 먹어!"
입좀 다물고 밥 좀 먹자 하고 싶지만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헤헤...가지 좋아."
"엥? 근데 이거 진구꺼랑 크기가 비슷하네."
"푸흡, 콜록콜록!"
"대충 이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우리 진구 실한 거 이 몸만이 알고 있지~"
이 바보가...
성우는 반응이 재밌었는지 눈에 힘을 풀고 천천히 가지를 쓰다듬었다.
"그, 그만하라우!"
아차.
"어? 북한 말투?"
"테, 테레비에서 봤어, 헤헤..."
"아 그 드라마? 너 되게 잘 따라한다."
진환은 고개를 세게 저으며 부정했다.
"아, 아니야."
"너, 이제 보니까... 현빈보다 내 스타일이다."
엄청난 말을 하곤 멋대로 진환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진구, 너 가슴에 핸드폰 넣어 놓은 것 같다. 심장 엄청 뛰는데?"
"...."
"귀엽다니까, 정말-"
정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새차게 뛰었다.
다리 사이의 엉덩이를 한 번 쳐다봤다가, 티비로 눈을 돌렸다가 눈마저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얜 원래 이런게 아무렇지 않은가?
아니면 동성애자?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무서운 건 자신마저도 거부감이 안 든다는 것이였다.
"진구, 안아줘."
"으응..."
콩닥콩닥, 성우를 안은 팔로 박동이 느껴졌다.
"진구."
"..."
"너 어디로 도망 가버리고 그러면 안돼. 우리 둘 다 장가 갈 때까지 같이 사는거야. 알았지?"
언젠가는 조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르는 운명.
나는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