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포델, 그대는 누구의 것이지?"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췄다. 풀린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시는 그 분의 눈에는 나른한 권태감이 맴돌고 있었다.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그래. 그대는 나의 것이지. 나의 것이야. 그런데 왜."
그대가 나를 벗어나려 했을까.
나와는 다른 작고 여린 아름다운 손. 그분의 손이 나의 목을 우왁스럽게 움켜쥐었다.
"이 고운 입술로 내 것이라 고하면서, 어째서. 왜. 감히 내게서 벗어나려 했지? 응? 아스포델, 어서 말해보게. 왜 그런게야?"
어느샌가 그 분의 눈에는 권태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만이 남아있었다. 그래, 광기로 활활 타오르는 검은 불꽃만이.
아아,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