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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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길’이 아닌 ‘숲’이었다. 누구의 길도 나지 않은 숲.
그렇기에 길을 걸을 필요도 없었고 길이 막힐 염려도 필요 없었다. 그저 들짐승들의 밥이 되지 않고 나의 밥을 챙기면 된다. 그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
응급용 밧줄로 내 몸을 나무 위에 묶고 잠에 들고 낮에는 덫을 놓거나 열매를 채집하며 보냈다. 가끔 약하고 어린 초식 동물들이 다치면 치료해 주었다. 피부가 나무에 찢기거나 발목을 접질리면 나를 치료해 주기도 했다.


이곳은 사람이 없었다. 단순히 숲속 짐승들 때문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건 신물이 났다.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른 이를 치료할 필요가 없었다. 위급한 환자, 상황도 없었다.
그로 인한 지정된 잠자리, 규칙적인 식사, 위생적인 옷도 없었다.

내 길과 함께 의사로서의 나 또한 사라졌다.
원하는 만큼 자도 되었다. 눈이 자연적으로 떠지면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내 마음대로 걸었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주변에서 먹을 것을 찾는다. 함정을 파는 것은 자주 하다 보니 꽤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으면 열매가 나던 곳을 기억해 그곳에서 몇 개 먹는다. 또 냇가에 가서 씻고 그 주변에 함정을 판다.
동물들에게 물은 중요하니까.
인간에게도 물은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보았다.
정확히는 사람의 발자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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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11 20:28 | 조회 : 87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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