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다시 걷기 시작했다. 흙탕물에 빠져 잠시 바지가 더럽게 물들었지만 그뿐이다.
이번에는 좀 더 시야를 넓혔다. 앞에 나타날 위협을 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기를 바라면서.
병자들을 치료했다. 간혹 칼이나 도끼를 쥐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피해서 걸었다.
많은 이들을 보았고 많은 이들을 치료했다.
두 다리를 잃은 아이를 치료했다.
귀에 고름이 생긴 여자를 치료했다.
온 몸에 종기가 난 이를 치료했다.
소화를 하지 못하는 이를 치료했다.
무딘 칼에 여러 번 찔린 이를 치료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이를 치료했다.
손가락이 잘린 아이를 치료했다.
복통 증상이 보이는 남자를 치료했다.
?
무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눈을 더 들어, 더 앞을 보았다.
?
눈을 비비고 다른 곳을 보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
!
표지판. 분명 표지판이었다.
그런데 왜.
‘⟲’
믿을 수 없어 옆에 다른 것도 보았다.
‘∞’
내 길은 원 형태를 하고 있나보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수많은 감정 끝에 남은 것은 물방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