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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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긴급입니다!”

나는 서둘러 가운을 걸치고 진료실로 향했다.
내 손에는 가는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는 보석 박힌 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환자를 제대로 보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에게 청혼을 받은 지 막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구름길에서 잠시 내려와 내 본래의 흙길에 발을 디뎠다.

환자는 놀랍게도 총상을 입었고 심지어 나의 은인이었다.
나의 삶을 이리도 바꿔놓은 높은 사람.
나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손가락과 옷을 억지로 움직이고 입었다.

‘왜 총상이지.’

높으신 분들끼리 자원다툼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도 아니면 테러일까.

새삼스레 솟구치는 피에 손이 떨려왔다.
17살엔 수도 없이 봐왔던 상태고 수도 없이 치료했던 상처인데.
그의 상처는 좋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심장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오른쪽 가슴이었다. 머리가 빨갛게 물들어갔다.

칼을 든 손이, 손의 낯선 이물감이,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피가
나를 땅바닥으로 주저앉혔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미소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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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22 09:42 | 조회 : 5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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