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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이 끝나갈 무렵 실종자가 생겼다. 원래 전쟁 지역의 사람은 아니었고 같은 길을 가던 한 남자였다. 그는 나와 같은 나이에 같은 시기에 길을 걷기 시작해서 같은 속도로 갔다.
그러던 그가 나를 조금 앞지른 상태로 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보았다.
별 차이는 나지 않았다. 이제 곧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는데 그 사이 그가 사라졌다.
이곳에서 다른 길은 없다. 이 지역에서는 의사와 부상자, 사망자만 있을 뿐이니.
그런데 그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를 사망이라는 판결을 내린 채로 그를 지웠다.

처음으로 다른 이에 대한 의문이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로 죽은 걸까. 살아는 있을까.
살아 있다면 어디 있는 걸까.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같은 나이라는 것과 남자라는 거,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이상한 일이다. 그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기에. 그도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 길이 최우선이고 그 길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언제는 나를 앞지르기도 했던 사람이니까.
그리고 항상 같은 속도로 걸었기 때문에. ‘나’라면 절대 이러진 않을 텐데.

속도가 느려졌다. 궁금증이 생겨났다. 환자를 돌보는 중에도 떠올라 손이 느려지고 버퍼링이 걸렸다.
한 발짝 뗄 때도 생각이 많아져 좀 느리게-.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내겐 길이 있으니까.
곧 다시 제 속도로 돌아왔고 분쟁 지역을 벗어났다.

그 이후 18살의 삶은 17살의 삶보다 편했다는 건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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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05 17:51 | 조회 : 1,38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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