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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에 의사 과정을 마치고 17살에 분쟁 지역으로 갔다. 처음 갔을 당시는 아직까지 기억한다. 그때 잠시 뒷걸음질을 칠 뻔 했다. 차마 쌓아온 것들이 뒤에서 나를 떠밀기에 멈추는 것에서 끝났다.
그곳에 내 스스로 나아가기까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처럼 바로 뛰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난생 처음 보는 상처들이 즐비했고 환경은 열악했으며 살이 썩고 벌레가 먹어 으스러진 그 광경과 악취는 끔찍했으니까. 어쩌면 그가 이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본 그 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그렇지만 나의 개인적인 감정과 염려, 두려움, 혐오 따위를 모두 잘라내어 즈려밟고 그곳을 향했다. 의무감 때문은 아니었다.

하나 둘 그들을 치료해가며 한 발자국씩 내딛었다.
그 길의 끝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한 아이. 나와 동갑의 아이가 임신을 했다.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 세상에서 나이는 상관없으니. 그 아이의 아빠는 없어 보였지만 묻지 않았다. 그 아이는 지쳐 보이고 울적해 보였지만 묻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울면서 아이를 지워달라고 했다. 나는 약을 주었다. 마시면 없어질 거라고. 마침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건 말도 안 되고 더욱 그 아이는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았지만 더 서럽게 울더라.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의 곁을 떠났다. 그 아이의 의사로서 역할은 다 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들어보니 그 아이가 죽었다더라. ‘아이’를 낳다가.
이해 할 수 없어서 잠시 뒤돌아봤다. ‘‘아이’를 아끼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런데 그새 수많은 죽음들이 안개처럼 다 덮어버려서 더 이상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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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18 20:02 | 조회 : 1,25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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