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혼신의 연기

"흐으아아암"

잠에서 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원래 막 '짹짹거리는 새의 노랫소리에 눈이 떠졌다' 라는게 나오는게 더 멋있기하지만 여긴 겨울 숲이라 추워서 참새같은건 없었다
사냥매는 가끔 봤는데 개들은 참새처럼 짹짹 안울잖아

결국 날 깨우는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아니라 날카로운 겨울 바람소리였다

자고 일어나니 오늘도 훌륭히 내 수발을 들어주는 중급요정들이 세숫물 떠다주고 옷갈아입혀주고 머리도 빗어주는등 전생에 누린적없는 온갖 호사를 다 누린 뒤 요정은 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1층까지 내려가 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늘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사람들 사는곳으로 가며 오늘은 어떤 마을로 가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데 문득 봄바람이 느껴졌다

"...봄인가?"

겨울바람은 이제 거의 느껴지지않았다
어제까진 그래도 겨울바람이 좀 더 많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확연히 봄바람이 훨씬 많았다
이제 초봄인듯했다.

나는 마을로 가던것을 멈추고 바닷가쪽으로 나갔다.
봄바람이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던때에 세인트랑 폴리아를 보냈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제 초봄인게 당연했다

섬에 있는 모든 요정들한테 인사하진 못해도 디이나 클로이, 루비한텐 인사하고가고싶었는데 애들 찾다간 하루가 다갈거같았고 어차피 요정왕끼리는 텔레파시 가능하니까 그냥 가도 될거같았다

애들도 이제 봄이라는걸 느꼈을테니 다들 내가 떠났을거라고 생각할거다
그래도 좀 알려주는게 좋겠다 싶어 나는 상급요정들에게 나 떠났다고 알려주라고 시키곤 섬을 나왔다

섬에서 조금 떨어져 바다 위에서 섬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도 그럴것이 섬을 나온건 오늘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10년동안 왜 섬에만 짱박혀있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좀 바보같은 이유였다

엘을 찾으러 갈때의 설램을 최대한 크게 느껴보고싶어서 일부러 섬에서 나가지않았다
정말 바보같은 이유이긴한데 효과는 확실히 있는듯했다

섬에서 많이 멀어진것도 아닌데 섬을 보면서 벌써 나는 기대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괜히 기뻐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눈뿌리며 날아다녔다
그걸 우연히 디비스가 봤고 애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하는 말이 '미친짓하지말고 너 때문에 추우니까 빨리 지나가' 였다.

눈 좀 뿌린거가지고 너무한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디비스는 '이건 눈을 뿌린게 아니라 눈을 내린거라고 하는거야 바보야' 라고 말하며 가버렸다

하긴 눈을 뿌렸다 하면 보통 손에 눈을 쥐고 사방에 뿌려대는걸 말하는구나?
그럼 말을 고쳐야겠다
나는 기뻐서 하늘에서 눈을 펑펑 내리게했다

하지만 이게 미친짓같긴 하니 관둬야할거같았다.
















"우와"

나는 한참 바다를 건너 드디어 대륙의 땅을 밞았다
땅이 많이 보일때쯤 나는 투명화 한 뒤 인적이 드문곳에 가서 투명화를 풀고 조금 걷다보니 모래사장이 나와 모래를 밞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기해라"

섬은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조금 시끄러워봐야 애들이 뛰어노는 소리나 시장에서 흥정하고 홍보하는 소리정도였다

항구도시인지 배가 여러척 왔다갔다하며 화물을 옴기고 근처에 큰 시장이 있어 매우 시끌시끌했다
사람 소리로 이렇게까지 시끄러운곳에 와본건 너무 오랜만인지라 괜히 들떴다

사람들을 쫓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번화가도 둘러보고 시장을 거닐으며 구경하다가 해가 저물때가 되서야 내 본래목적을 기억해냈다
이런걸 즐기는것도 좋지만 일단 내 목적은 엘을 찾는거라고!

[ 세인트, 폴리아 ]

인적이 드문곳으로 가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그들을 불렀다

[ 앗, 이비님! 대륙으로 오신모양이군요 ]
[ 응, 정령왕들은 찾았어? ]
[ 네, 며칠전에 발견해서 투명화해서 따라다니고 있어요 ]
[ 정령왕 누구 찾았는데? ]
[ 어...땅의 정령왕...트로웰? 트리엘? 인가 개를 찾았어요 ]

앗, 왜 찾아도 가장 걸리기 쉬운 트로웰을..
..뭐 안걸렸으니 아직도 따라다니는거겠지?

[ 엘퀴네스는? ]
[ 트로웰이랑 조금 떨어진곳에서 발견했어요 ]
[ 아직 둘이 안만났지? ]
[ 네! ]
[ 위치 좀 알려줄래? ]
[ 겨울바람을 보낼게요, 따라오세요 ]

이쪽도 봄이라 겨울바람 찾기는 매우 쉬울듯했다
바람이 올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테니 나는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다가 애들이 보낸 겨울바람을 따라서 갔다

가는데 이틀정도 걸렸고 나는 세인트와 폴리아를 만난 뒤 돌아가던지 더 놀던지하라고 말해줬고 당연히 애들은 더 놀거라며 사라져버렸다.

"음...트로웰말고 엘을 먼저 찾으러갈까?"

엘이 어디있으려나...

"아, 저 사람인가..?"

화사한 금발의 남자를 따라 후드를 뒤집어쓴 두 사람 중에 한명에게서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났다
요정도 정령처럼 자연과 친한 존재라 그런걸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람에게서 물의 기운이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엘이 맞는거같았다

앞에 금발 남자는....어..휴센인가?

'아, 이제 샴폐인 용병단에 들어가는 부분인가?'

원작 초 부분이네
나쁘지 않았다

뒤를 몰래 따라가야하나?

'으음...몰래 따라다니는것보단 좀 더 가까이 있고싶은데..'

예를 들면 샴폐인 용병단에 들어간다던가 들어간다던가 들어간다던가...

"흠...아, 그래, 휴센은 어린아이에게 약했지?"

정말 다행이게도 내 외형은 17살 정도의 소녀였다.
적당히 휴센의 뒤를 밞다가 '앗, 클모어까지 가야하는데 난 너무 연약해서 갈 수가 없어 흑흑' 을 보여주면 되지않을까싶다

나는 몸을 투명화시킨 뒤 조심히 따라갔다
투명화 라는게 그냥 투명해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영혼이 된것 처럼 건물 벽도 막 통과하고 기척같은것도 안나서 왼만하면 들킬일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했다
휴센이나 트로웰은 감같은걸로 알아챌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음? 휴센이 어딜나가네?'

좀 스토커같긴하지만 적당한 타이밍을 잡기위해 휴센을 졸졸 따라다녔다
휴센이 방으로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는걸 창문밖에서 몰래 훔쳐보다 양심이 찔려서 안보고있었는데 휴센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밖으로 나가버렸다

급하게 따라가다가 나는 이게 기회라는걸 깨닮았다
늦은 밤, 혼자 산책하는 휴센!

나는 휴센 근처 골목에 내려와 투명화를 푼 뒤 휴센의 발소리가 들릴때쯤 비명을 지르며 골목을 나왔다

"꺄악-!"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비명이었다

마침 휴센은 인적이 드문길로 산책중이었던지라 내 비명소리를 휴센 말고는 못들을듯했다
그나마 덜 쪽팔리겠군

타이밍을 완벽히 잡은 탓인지 골목에서 튀어나오자마자 휴센이랑 부딪혔다

"아, 괜찮으십니까?"

매너있게 부딪혀서 뒤로 넘어지는 나를 잡아준 휴센을 향해 나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환생한 뒤에 제일 열심히 한 일이 아마 지금하는 연기일것이다.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무슨.."
"이상한 남자가 절..."

물론 없다
하지만 만들면 그만이지!

나는 오랜만에 환영술을 사용해 골목에서 급하게 뛰어나오는 남자를 만들었다
최대한 범죄자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진짜 범죄자같이 생겨서 내가 만들어놓고도 좀 놀랬다

환영에게 내 팔을 잡도록 지시한 뒤 애가 내 팔을 잡자마자 나는 비명을 다시 질렀다

"이거 놔요! 난 당신이랑 안가!!"

대충 내가 짠 스토리는 이러했다
클모어까지 가는 연약한 청소년이 나쁜 아저씨에게 걸린 상황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 환영은 말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즉시 남자에게 나쁜 범죄자로 보일법한 대사를 시켰다

"내가 클모어까지 대려다 준다니까!!! 이 계집애가 진짜!!!"
"꺄악!!"

나는 휴센의 뒤로 숨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쪽팔려서 뒤져버릴거같아서 눈물이 다나왔다.

자작극도 뭐 이런 자작극이 다있어
진짜 남이 진실을 안다면 수치사할 일이었다
하지만 난 엘이랑 가까이 있고싶은걸!!!

"흑...저 좀 도와주세요, 저 사람이 자꾸.."

대충 상황을 이해한듯한 휴센은 검을 빼들었다
저건 환영이지만 만질 수 있고 접촉할 수 있다
그러나 검으로 베면 휴센도 분명 이상함을 눈치챌것이다

휴센도 벨 생각은 없고 그냥 위협할 생각으로 꺼낸거겠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찔러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나는 환영이 삼류악당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도망가게끔 했다

"너 두고보자!!!"

내 환영은 착실하게 골목 너머로 도망쳤다
휴센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갔을때 환영을 없앤 뒤 나는 쪽팔려서 나온 눈물을 닦으며 다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흑, 고마워요"

쪽팔려서 목소리가 다 떨렸지만 다행히 휴센은 울음기 때문에 목소리가 떨린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래 저걸 물어보길 기다렸다
매정하게 '그럼 이만' 하고 갔으면 섭섭할뻔했는데

"그게...제가 클모어에 가야할일이 있는데....저 아저씨가 제가 어디서 이야기 하는걸 들었는지 클모어까지 가는길은 위험하다면서 자기가 지켜준다고 따라오라고 막 그래서요...따라갔는데, 저를 막...!"

나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연약한 청소년임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흑흑흑"

아 쪽팔려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우는척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클모어라...혼자가십니까?"
"네...어릴적에 부모님을 잃었거든요..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파서..약을 클모어에서만 구할 수 있어서요.."
"아....그러시군요"

그는 고민하는 기색이 열렬했다
여기가 어두워서 내 생김새가 잘 보이지 않아 내 나이대가 짐작이 안가니 고민하는듯했다
조금 더 뭔갈 어필해야겠는데

"클모어까지 가는 길을 많이 위험한가요?"
"네? 네...좀..몬스터도 많이 나오고....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사실...지나가던 귀족이 제게 약을 주겠다고 하긴했어요.."

나는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사연을 만들어야한다
임기응변력아 발동해라!!

"그런데...전 고작 17살 이라구요!! 그 귀족은 다 늙은 할아버지였어요!! 그런데, 결혼해주면 약을 주겠데요!! 그건...정말....너무 싫단말이에요!! 흑흑"

아 제발 빨리 넘어와줘
더 연기하는거 쪽팔려서 못하겠어 제발 날 대려간다고해줘 휴센

"그럼...제가 용병을 하고있는데...저희 용병단 심부름꾼으로라도 들어오시겠습니까? 마침 클모어까지가서..."
"정말요? 저를...저에게 그래도 되는건가요?"
"그럼요"

아싸 나이스
휴센 속였다

후...힘들었다

나는 쪽팔림의 눈물을 마저닦고 휴센의 손을 잡고 일어나 휴센을 따라 샴폐인 용병단이 머무르는 여관으로 갔다
도착하니 이제 저녁밥먹을 준비를 하고있는듯한 샴폐인 용병단을 만날 수 있었다

'와, 다들 예쁘다'

트로웰은 진짜 숨넘어갈 정도로 예뻤다
엘은 얼굴을 가리고있어서 못보고있지만 어차피 곧 머지않아 볼 날이 오겠지 뭐

"응? 휴센 앤 뭐야?"
"...그게, 클모어까지 같이 갈...."
"아, 또 주워왔어?"

나는 괜히 여린 청소년을 연기하기 위해 몸을 움찔 떨며 휴센뒤로 숨었다
사실 여기 들어올때부터 휴센 뒤에 숨어서 들어오긴했는데

"괜찮으니 이리로 나오렴, 난 샴폐인 용병단의 단장 휴센이라고한다"
"아, 단장이셨군요, 아...아까 정신없어서 깜빡잊었는데,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오랜만에 들떠서 활짝웃으며 답해주니 밥먹던 애들이 갑자기 포크를 떨어뜨렸다
재들 왜 저러나 싶어서 쳐다보니 다들 꽤나 놀란 얼굴이었다, 물론 트로웰빼고

"단장!! 어디서 저렇게 예쁜애를 주워왔어?!"

아, 내가 좀 예쁘긴하지
휴센 뒤에있다가 감사인사나 하려고 앞으러 나왔는데 이제서야 날 본 모양이다.

"휴센 뒤에 있느라 못봤네.."
"나! 난 이릴이야"
"난 마이티라고해"
"난 헤롤이다!"
"난 매튜"
"어...난 엘이라고해"
"난 라이라고해.."

다들 자기이름을 다 말했으니 이제 내 차례인가?
친절하고 착하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나는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고있기로했다

만나서 진심으로 반갑다는듯 활짝웃었다
아니 진심으로 반갑긴했다

"저는 이비 프로스트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응? 프로스트...? 귀족이었어?"
"아, 여기는 평민은 성이 없었죠?"

나는 괜히 고향 어디냐고 물어보면 여기 무슨 지역 있는지도 몰라서 곤란해지기 때문에 솔직하게 섬 출신으로 하기로했다
프로스트까지 말해버린걸 덮기 위해 혼신의 임기응변력을 이용해야하기도 했으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섬출신이면 거짓말하기 딱 좋았다.

"혹시 저 멀리에 섬 아시나요?"
"섬...? 아, 혹시 레베얀 섬?"

레베얀 섬...?
아, 그러고보니 이 대륙 사람들은 우리 섬을 그렇게 부른다고 디비스가 말해줬었다

"네, 맞아요, 거기선 신분 상관없이 모두 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거기 출신이셨어요, 저도 5살때까진 그곳에 살았었어요"
"그 섬 안에서도 못나오고 밖에서도 못나오게 이상한 결계쳐져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트로웰과 엘을 힐끗 보곤 말했다
애들한테 은글슬쩍 요정의 존재를 알려주고 반응을 봐야지 싶어서

"10년전에 잠들어있던 요정들이 깨어나면서 그 결계가 없어져서요, 바깥세상이 궁금했던 부모님은 결계가 풀리고 얼마 후에 나오셨어요"
"요정? 으잉...그게 뭐야..?"
"저희 섬에 사는 신비한 분들이세요, 저는 어릴때 겨울의 요정왕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분은 어린아이들이랑 노는걸 좋아하셔서 자주 놀아주셨거든요!"

자화자찬 중이라고 비웃지마라
최대한 그 섬 출신 인간인척 하는거 뿐이다

"여기 사람들은 요정의 존재를 모르더라구요"
"요정..? 그거 동화책 속에만 나오는거 아니었어..?"
"아뇨, 그분들은 실존해요!"

자연스럽게 그들과 마주 앉은 나는 요정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틈틈히 트로웰의 표정을 살피는것도 잊지않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내 이야기를 꽤 집중해서 듣고있다는건 알 수 있었다
굳이 집중해서 듣는걸보니 내 이야기에 어느정도 휘둘리고있다는 증거인듯해서 나는 더 신나게 떠들었다

어쩌다보니 겨울의 요정왕 칭찬만 미친듯이 한것같지만 자화자찬하는게 아니라 그냥 난 섬출신 인간이라는걸 주장하기 위해서........그래 인정하겠다, 그냥 자화자찬 신나게 하고있었다

"와, 들을 수록 신기하네, 근데 정말로 있단말이야?"
"그럼요! 저희 집안은 겨울의 요정왕께서 직접 축복도 내려주셔서 성도 바꿨다구요"
"성을 바꿔?! 그정도야?"
"네, 저희 집안은 원래 '브리즈' 라는 성을 썼는데 겨울의 요정왕께서 직접 축복을 내려주셔서 내친김에 프로스트로 바꿨어요"
"아 그래서 프로스트구나, 프로스트가 그...서리를 뜻하는거 맞지?"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겨울의 요정왕은 다른 요정왕분들과 다르게 인간들을 몹시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서 사람들이 다 좋아해요"

흠흠, 거짓말 아니다
진짜다
아무래도 인간이었던 전적이 있어서 나는 인간이 좋았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놀아주고 도와주고 하다보니 어느덧 섬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몸이됬다 이말이야

뭐 그나저나 디이 미안
브리즈는 디이의 성인데 맘대로 갖다써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다들 요정에 대해서 깊게 믿는것같진않았다
무엇보다 트로웰이 이야기의 집중력을 서서히 잃어가는게 흥미가 떨어진듯했다

어쩔 수 없지, 내 능력을 좀 보여주는 수 밖에

"진짜 요정은 있나?"
"진짜라니까요? 아, 이거 보여드릴까요?"

나는 자연스럽게 능력을 보여줄 분위기를 만들었다

"엄마가 위험하니까 함부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그러지 말라고했는데 여러분은 믿어도 될거같으니까 보여줄게요"
"뭔데뭔데?"
"저희 집안이 겨울의 요정왕의 축복을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대대로 겨울의 힘을 조금 쓸 수 있어요"
"응? 정말?"

트로웰이 다시 흥미를 가진듯 이번엔 아에 이쪽을 쳐다봤다

속으로 '훗' 하고 웃으며 나는 두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 모두의 눈을 커다랗게 뜨게 만든 뒤 예쁜 얼음꽃도 한송이 만들었다

"와, 뭐야 진짜야? 마법 아니야?"
"마법이라뇨, 마법 쓸 수 있었으면 혼자 클모어까지 갔죠, 그다지 대단한 재주는 아니라 고작 이정도밖엔 못하지만 그래도 급할때 작은 단검정도는 만들 수 있어요"

눈덩이는 일단 없앴는데 얼음꽃은 애들이 자세하게 구경중이라 그냥 가지라고 놔뒀다

"그거 신기하시면 가지실래요? 안녹는 얼음으로 바꿔줄게요"
"얼음이 안녹을 수 있어?!"
"겨울 요정왕의 힘인데 그것도 못하겠어요?"

내가 녹지말라면 안녹는거지 뭐

트로웰을 살짝 보니 이때까지 무표정했던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있었다
그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

정령왕인 그는 마법과 정령술을 구별할 줄 알았다
이건 마법도 아니고 정령술도 아니니 대체 어떻게 한건지 궁금할만도 하겠지

"후대에 내려오면서 점차 축복이 약해지고있는거라 저는 이정도밖에 못하지만 축복을 직접 받으셨던 분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게도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많이 넒게는 못하고 마을 하나정도?"
"헐, 그럼 한여름에도 눈이 오게 할 수 있어?"
"네, 근데 그렇게 하면 여름 요정들이 화낼걸요?"

해본적은 없지만 아마 클로이가 멱살잡고 흔들다가 여름의 기운을 더 강력하게해서 눈을 모조리 녹여 비로 바꿔버리지않을까싶다

나름 요정이야기로 그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인지 꽤 친해진것같기도 했고 요정이야기를 더 이상 할게 없기도해서 자연스럽게 화재를 다른걸로 돌린 뒤 엘의 후드벗은 모습을 보고 비명지를뻔 한걸 참으며 속으로 '엉엉 너무 예뻐' 를 한 10분쯤 했을때였다.

"쉐리!! 너 이제서야 온거야?!"

쉐리가 왔다

'아, 원작에서 쉐리가 늦게 들어오고 휴센이 차갑게 말해서 밥도 안먹고 가버렸었지'

"뭐야? 이 애들은?"
"아, 클모어까지 함께 가게 된 엘과 라이, 그리고 이비다"
"하, 또 휴센의 그 오지랖으로 들어온 애구나? 야, 너네 아무리 너네가 예뻐도 휴센은 너희들 같은 어린애들한테 관심없거든?"

앗, 쉐리 그만!
더 이상 하면 넌 수치사할지도 몰라

"뭐? 으하하하하하, 누가 누구한테 관심있다고? 하하하하 이비라면 몰라도 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학학학, 이게 무슨 코미디냐하하하핳"

그리고 예상대로 애들이 미친듯이 웃어댔다

엘은 쉐리에게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하며 자신이 남자임을 증명했다
실제로 엘은 무성이지만 아무튼

그나저나 난 어떻게 변명하지?
예상대로 엘이 변명을 끝내자 쉐리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엘은 남자라서 휴센에게 관심이 없다는것을 어필했다
나도 휴센에게 전혀 관심없다는걸 어필해야....아, 좋은 생각났다

"어...쉐리, 전 휴센에게 관심없어요"
"그걸 어떻게 믿어?"

나는 쉐리에게 이리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곤 귓속말로 작게 속삭였다

"죄송한데 전 여자좋아해요"
".....ㅁ..뭐?"
"휴센보단 이릴에게 더 끌려서요, 들키면 곤란해지는데 비밀로 해줄거죠?"

참고로 말하면 나 남자좋아한다
그냥 쉐리에 의심을 안사기 위해 동성애자인척 하는것 뿐이야! 난 남자좋아한다고!!

"뭐..뭐....아..아니 난, 딱히 그러니까 편견없는데.."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싱긋 웃으며 쉐리의 손을 잡았다

"저녁 아직 안먹은거같은데 어서 먹어요"

휴센이 쉐리에게 늦게 들어왔네 어쩌네 하려고 말을 꺼내려하는거같아서 쉐리를 빨리 앉히고 나는 다른 이야기 주제를 꺼냈다

다들 내가 쉐리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쉐리가 얌전해진건지 궁금해하는듯했지만 나는 오해하나 피하려고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오해를 심어주기싫었기에 모르는척했다

샴폐인 용병단 잠복...아니 심부름꾼 입단 첫날 저녁은 무사히 흘러갔다

그날 밤 이릴과 쉐리와 함께 방을 써서 쉐리가 날 자꾸 힐끔댔지만 그다지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힐끔거림도 다음날 아침부턴 사라졌고...

'이제 엘이랑 친해져야지!'

3
이번 화 신고 2019-12-31 20:51 | 조회 : 1,232 목록
작가의 말
개냔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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