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gen-1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황무지에 무언가가 널브러져있었다. 그것들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저건 뭐지?'

 처음 보는 생명체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황무지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였다. 조각조각 흩어지고 희미해진 기억 속 그것들과 비슷한 무언가를 떠올렸다.

 '인간..?'

 그래, 인간이었다. 저 황무지에서 뒹굴고 있던 건 두 명의 인간이었다.

 '죽은 건가?'

 두 명의 인간은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움찔-.

 두 명의 인간 중 검은색 인간이 미약한 움직임을 보였다. 살아있었던 것 같다.

 미약했던 움직임이 좀 더 강해졌다. 검은색 인간의 윗부분에 달린 두 개의 무언가에서 격렬한 반응이 관찰되었다. 아마 팔이라고 불렀던 부위인 것 같다.

 '아.. 일어났다.'

 검은색 인간이 몸을 일으켰다. 팔로 바닥을 집고 상체를 일으킨 것 같았다.

 '상체..?'

 허리를 기준으로 인간의 윗부분을 말하는 말인 것 같았다.

 '허리는 또 뭐지? 어째서 이런 걸 알고 있는 거야.'

 두려워졌다. 왜 이런 단어를 알고 있는 걸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 그랬던 일이었지만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검은색 인간이 붉은색 인간을 흔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색 인간이 스스로 활동을 시작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본 것은 처음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저것이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던 일이었다.

 두 명의 인간이 이곳으로 점점 다가왔다.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 ㅇ.. 디.."

 잘 들리지 않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내가 어떻게 알아, 멍청이야."

 검은색 인간이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어? 저기 뭐 있다."

 "말 돌리지 마. 뭐가 있긴 뭐가.. 있군."

 무엇이 있다는 걸까.

 이곳에는 나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드는 곳이었다.

 인간 둘이 점점 다가왔다. 그중 검은색 인간이 내게 손을 뻗는 순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던 내 시야가 높아졌다. 어째서 일까?

 "이건 뭐지?"

 붉은색 인간이 중얼거렸다.

 "금속 재질인 것 같은데.. 검은색 광택이라. 혹시 검인가?"

 "검? 넌 이게 검으로 보이냐? 손잡이도 없고 그냥 금속 조각이잖아."

 "아니, 이 부분이 검신 부분 같지 않냐? 저번에 카델 네 검 부려졌을 때 파편이 이거랑 비슷했잖아."

 '카델? 검은색 인간의 이름인 건가? 이름.. 이름이라.. 내 이름은 뭐였지? 내게 이름이란 게 있었던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검은색 인간, 아니 카델이 붉은색 인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루한, 이게 원래 검이었다면 다른 파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러게, 여기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이거 하나만 남아 있다면 단순히 부러졌다기보단산산조각이 난 것 같은데."

 루한, 붉은색 인간의 이름인 것 같았다.

 "흠, 여기 근처에는 안 보이는 것 같은데. 광택이 도니까 웬만하면 보일 거 아니야."

 이곳에 금속 재질의 검은 광택이 도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렇다면 아까부터 말하는 그 조각이라는 것이 나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검의 파편인 것일까. 검.. 검이라.. 검이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었을까. 저들의 말이 맞는다면 완전한 검도 아니고 한낮 파편에 불가한 내가 어떻게 생각이란 걸 하는 걸까.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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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0 17:22 | 조회 : 743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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