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안 X 레냐 X 데니스 ] 003

비참했다. 하릴없이 흔들리는 몸도, 싫다는 말은 모른 척 추잡하게 아래를 물고 늘어지는 그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응시하는 그도.

아래를 짓이기는 느낌이 싫었다. 끔찍하고 역겨웠다. 사랑하는 그이의 것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었고, 다정하다거나 소중하게 대하는 느낌조차 없었다.

“으윽, 응, 흡, 윽!”

울음이 새어 나왔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신음에 섞인 울음소리는 듣기 싫은 소리에 불과했으니까.

“데, 니스, 헉, 흐윽, 그만, 그, 흣! 제바, 아응!”
“그만? 웃기는 소리. 여기서 그만하면, 제일 손해인 게, 누군데.”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 팔로 데니스를 밀어내는 팔이 애처롭게 그려진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데니스를 부르며 온 힘을 다해 거부하는 중이었다.

- 레냐,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네가 제일 사랑하는 더럽고 역겹지만 아름다운 짓. 안 그래?

간절하게 바랐다. 누군가 총을 쥐고 있다면, 망설임 하나 없이 자신의 머리를 쏴 주기를. 이안마저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레냐가 바랄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은 그게 전부였다. 그것마저 상상에 불과했지만.

“흐윽, 흡, 이, 이앙, 힉, 아읏! 윽!”
“레냐, 제대로 봐. 네가, 나한테 당하는 동안, 저 새끼는 뭘 하고 있는지.”

넌 처음부터 내 것이었어, 알아? 네가 이안 저 새끼를 좋아하지만 않았어도....

데니스의 원망과 서러움은 질척거리는 소리가 되어 귀에 박혔다. 접합부에서 들려오는 끈적한, 야한 소리. 아래를 가득 채우고도 부족한지 듣기도 민망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레냐, 좋은가 봐? 응? 자꾸, 쏟아지네.”

데니스의 더러운 농담도 듣기 싫었다. 죽거나 살거나 하나만 했으면 좋을 텐데, 살더라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는데.

“네가 동조해야, 빨리 끝나. 알겠어?”

데니스의 말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 데니스가 하라는 대로 움직였고, 몸을 파는 누군가처럼 허리를 돌리며 신음을 뱉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억지로 즐기다 보니 어느새 데니스의 위에서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으응, 이거, 이, 거 시러, 흐응, 아, 데, 니스, 흣”
“레, 냐 포기한 거야? 갑자기, 이렇게, 윽, 적극적으로 한다고?”

이안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은 발견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 체위를 즐겼다. 눈을 감고 안 깊숙이 박힌 것을 참아내야만 했다. 심호흡하고 허리를 드는 순간.

“아으윽! 뭐, 뭐야. 윽!”

데니스의 위로 상체가 기울였다. 데니스의 손짓을 잘 봤어야 했는데. 데니스의 손가락 하나로 바지 벨트를 풀고 크기를 키운 것을 구멍으로 욱여넣는 이안이었다.

“이안, 어쩌면 너도 이 짓이 하고 싶, 었던 모양이다?”
“닥쳐, 데니스. 윽, 얼른 끝내고 싶은 것뿐이니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이안의 목소리에 눈물이 흘렀다. 결국, 이안도.... 작은 구멍 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도통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특히 레냐한테는 더욱이.

“흑, 아, 제, 제발, 으윽, 흡”

움직일 수도 없이 가득 찬 배가 역겨웠다. 허벅지 뒤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들더니 이안마저 레냐의 배 한 부분을 차지했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치던 레냐는 결국 데니스 위로 쓰러졌다.

“데니스, 괜찮은 거야? 레냐 쓰러졌는데.”
“다정한 척하기는, 역겹게.”

데니스는 되레 즐겼다. 이안이 아닌 제 품으로 쓰러져서. 팔을 들어 레냐의 얼굴을 붙잡고 진득한 키스를 했다. 입술을 물고 늘어지더니 혀까지 섞으며 레냐의 입안까지 침범했다.

“데니스, 그만하지?”

참다못한 이안이 눈치를 주자, 데니스는 눈썹을 씰룩이며 웃었다. 레냐의 몸에서 데니스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이안의 향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왜 이안. 역겨워? 내가 역겨운지, 레냐도 역겨운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레냐가 역겹다면 그거 빼지 그래? 같이 끼고 있는 느낌 별로 좋진 않거든.”

고르게 숨을 내쉬며 데니스의 위에서 곤히 눈을 감은 레냐가 웅얼거렸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부르는 것 같았으나, 이름을 명확하게 들을 수는 없었다.

“이안, 어쩌지? 레냐마저 나를 찾는데.”

데니스는 보란 듯이, 이안을 농락했다. 레냐가 마치 본인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이안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가는 중이었다. 새하얀 레냐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이안... 이, 안...... 이안....”

웅얼거리던 발음이 입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안은 없었다. 데니스마저 이미 자리를 뜬 후였고, 사람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공기가 레냐를 반겼다. 다행스러운 건, 질척한 아래는 깨끗하게 정리된 후였다는 것.

“레냐, 깼어?”
“이안?”

문이 열리는 소리에 습관처럼 반응했다. 이안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이안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깔끔한 모습을 한 데니스가 눈에 들어왔을 때 레냐의 세상은 무너졌다.

“이안? 갔어.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던데. 넌 데리고 갈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

데니스의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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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5 22:46 | 조회 : 1,076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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