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안 X 레냐 X 데니스 ] 001

당신이랑 함께였던 모든 순간이, 그 전부가 꿈이었으면 좋겠어. 눈 뜨면 역겹고, 더럽기만 한 상황과 당신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랬어. 간절하게 빌었어. 제발,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악몽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테니까, 버텨야만 했으니까.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그의 눈에서 감정들이 마구 섞여 눈물 한 방울을 만들어냈다. 기어코 그를 울린 남자는 광기가 서린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더니 조금씩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지 마, 여기서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레냐, 넌 죽지 않아. 내가 널 모르겠어?”
“내가 죽는 게 아니라, 네가.... 이안?”

밝아진 그의 표정에 비해, 남자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분위기 속에서, 남자는 괜히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삼십 분은 있어야 온다더니, 생각보다 일찍 왔네?”
“레냐, 몸은 괜찮아? 저놈이 먼저 건드린 건 아니지?”
“우리가 거래한 게 있는데. 먼저 손댔을까 봐?”
“레냐, 대답 좀 해 봐. 응?”

레냐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그는, 당황스럽고 황당한 현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로 죽여야만 살 것 같던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심지어 거래라니.

“데니스, 솔직하게 굴어. 레냐 손목에 생채기가 있는데, 건드리지 않았다고?”
“레냐, 네가 설명 좀 해 봐. 네가 얼마나 반항을 했는데.”
“반항? 억지로 끌고 온 건가?”
“억지로 끌고 오지 않았으면. 레냐가 순종적으로 날 따라왔을까?”

불신과 불신의 연속이었다.

잠자코 둘의 대화를 듣던 레냐의 표정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믿었던 사람과, 증오하던 사람 사이에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라. 짐작은 가능했지만, 짐작하고 싶지 않았다.

이안이 그런 사람이라는걸, 믿고 싶지 않았으니까.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해 줘. 날 두고 무슨 거래를 했는지.”

레냐의 순진하고 귀엽기만 한 질문에, 데니스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혹감은 숨기고 질문하지 그랬어, 괜히 건드리고 싶게.”
“데니스, 레냐에게 말할 거야?”
“그럼 숨길 거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아야, 대비하고 긴장도 하고.... 겁도 먹고.”

데니스는 밝은 표정으로 암울한 미래 계획을 얘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 사람 중 표정이 굳어지는 건, 오로지 레냐 하나뿐이었다.

“지금부터 셋이 하는 거야, 레냐. 네가 좋아하는 그 추잡하고 더러운 짓. 이젠 셋이서 즐기자고,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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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3 20:35 | 조회 : 1,295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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