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건의 시작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연무장에서 나와 나의 오빠인 안즈는 혹여나 누가 들을까 싶어 조용히 검이 수북이 쌓여있는 곳에서 그나마 덜 무뎌진 2개의 검을 집어 안즈에게 건넸다.

안즈는 유심히 검을 보는가 싶더니 곧바로 나에게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 .. 저기, 작은 새와 알이 있으니까.. 저기만 피해ㅅ-, "


내가 말하기 무섭게 옆에 안즈가 날린 듯한 검기가 휙, 바람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 탓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허둥지둥 놀란 듯 후다닥 달려가 떨어지기 직전의 둥지와 가까워졌지만, 역부족이였는 듯 넘어지며 놓쳐 버렸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넘어지는 와중에도 가지고 있던 검 끝에 둥지가 안착해있었다.

그 모습이 웃겨 나는 살풋 웃으며 말을 한다.


" 그러게, 내가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했잖아~? "


그를 놀리는 것처럼 일부로 말꼬리를 늘리며 전했다.


" 살았네.. "


p-, 소리를 내는 작은 새가 화가 많이 났는지, 연신 안즈의 머리를 쪼아댄다.


" 으윽..! "


자기반성인지, 조그마한 목소리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를 향해 사과한다.

곧이어 내게 다가와 위협하는 새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을 전한다.


" .. 당분간은 여기서 연습 못하겠네.. 어쩌지.. "

" 어쩌기는 어째, 새로운 곳을 찾아봐야지.. "

" 아직 몸도 못 풀었어, 같이 뛰고 들어갈래? "


그의 물음에 고민하다 대답하려는 찰나, 연무장을 향하는 불빛에 놀라 서로가 서로의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숙였다.


" 거기.. 누구 있소? "

" ... 관리 아저씨네? "

" 쉿, 조용히 해. "

" .. 네가 더 시끄럽거든. "

" .. 이상하네, 인기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


소곤거리며 작게 아웅다웅 다투다 아저씨의 한탄이 시작되자, 다시 음소거 모드로 들어갔다.


" .. 요즘 들어서 연무장 바닥이 빨리 닳는단 말이야. .., 학생이 이러긴 힘들 테고, 역시.. 검술의 에디 교수 짓인 게지. 학생들 연무장 쓰지 말라고 누누이 일렀건만! "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쳐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의문을 표했다. 왜 관리 아저씨가 이렇게 빨리 나오신 거지? 아직 어두운데,..

하지만 이어서 들리는 사람들의 대화에 우리들은 곧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 .. 입학식이구나. "





-





" 하아? 룸메이트라고? "


우리가 고집하던 옥탑 창고방으로 기숙사가 지정은 되었지만, 전해 들은 소식이 가히 충격적이었는지, 계단을 올라가는 와중에 계속 찡얼거리는 그에게 조심히 내 생각을 전했다.


" 왜애? 나는 좋은데.. "

" ... 귀찮잖아. 룸메이트 같은 거.. "

" 그러니까 오빠가 친구가 없는 거야. "

" .. 지는. "


켁, 정곡. 어느덧 도착한 방 앞에서 문을 열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 어.. 나를 제외하고,. 전원 남학생이라고 들었는데... "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창문 밖을 보며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본다든지, 8대 바람이라든지. 이야기를 하다 자신의 짐... 아니 식물들을 꺼내 들어보더니 세상 무해한 웃음으로 자신을 '' 미림 ''이라고 소개한다.

긴가민가 했는데.. 이 사람, 체격이나 중성적인 목소리를 봐서 남자다. 윽.. 그렇게 밝게 웃으면 내가 쪼그라들어요,..


" 이건 룸메이트 분들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제가 볕 잘 드는 곳에 놔 드릴게요! "


자신 있게 걸어가다 발을 삐끗하였는지, 그의 손을 떠난 화분이 자유로운 비행을 만끽하다 침대에 앉아있던 안즈의 바로 옆에 착륙했다.

너저분해진 곳을 빤히 쳐다보다 복잡한 표정을 한 채 문을 쾅, 하고 닫으며 이 방을 떠나버렸다. 아니, 그렇게 가버리면.. 곤란한데??


" 이런.. 화나셨나 보다.. "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그에게 활짝, 미소를 지으며 화 안 났을 거니 걱정치 말라고 전하고는 나도 방에서 벗어났다. .. 있어봤자 어색할 테고..

안즈의 행방을 찾으려고 발바닥에 땀나게 움직였건만.. 여기저기 들리는 바람의 마녀 후보 얘기에 불쾌해지기만 했다.


" 아이고!! 아이고! 아얏! "


깜짝. 한 번 놀라고 소리의 주범을 찾다 이 소동의 주인공이 안즈라는 것에 두 번 깜짝. 그리고..


" 성도 없는 평민 새끼가 감히 귀족을 놀려먹어?! "


퍼억, 둔탁한 소리에 나는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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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4 00:02 | 조회 : 1,194 목록
작가의 말
J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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