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테스트(1)

새하얀 방 안, 한 여자가 퀭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길게 기른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연신 쓰다듬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귀여운 나의 아이들아...”

계속해서 같은 말을 전하는 여자는 NPC(non-player character) 같은 지박령으로, 키워드를 던져야 말을 이어갈 수 있다.

“어머님.”

살짝 웃으며 기억나는 키워드를 아무거나 던졌다. 순서 따윈 기억나지 않았기에 말의 순서도 이상했다.

“그래, 그래. 원하는 것을 말해주렴.”

“정령.”

“정령, 정령은 자연의 존재란다. 아이야, 아이야, 내게 안기지 않겠니?”

“검술.”

“내게 검술을 배우러 왔니? 저런, 잘못 찾아온 듯하구나.”

“춤.”

“춤, 춤, 아이야, 정령들의 춤을 본적 있니?”

“정원, 빛.”

“아아, 그 때의 그 시절로...”

몇 번의 말을 주고받자 그제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우리를 품에 한 번 안더니 곧 거리를 벌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쥐었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 검을 줍고 그녀가 하는 동작들을 따라했다.

***

[당신의 실력이 향상됩니다.]
[정령검술 숙련도 2%]
[동작 실패, 숙련도가 낮아집니다.]
[대성공,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
.
.
[???의 신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정령검술의 숙련도가 100%를 달성합니다.]
[스킬, 정령검술(C) 획득.]
[정령력 스텟이 생성되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먼저 획득을 마친 틴이 내게 물을 건넸다.

“고마워. 하, 나도 요정 족이었음 좋겠다.”

정령은 요정족들의 전유물이었기에 기연이 아니고선 나 같은 사람은 얻을 수 없었다.

“배우긴 했잖아.”

무심한 표정으로 붉은 머리의 여자에게 다가간 틴은 무언가 작게 대화를 나누더니, 여자의 몸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래도 몇 시간에 걸쳐 검술을 전수받았는데, 저렇게 사라지니 아쉽네.

“이제 갈까?”

나타난 포탈으로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의 신이 기연을 확인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몸에서 옅게 빛이 나며 익숙한 메시지가 보였다.

[정령검술(C)의 숙련도가 빠르게 성장합니다.]


C급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틴은 만족하지 못한 듯 작은 입술이 튀어나와 있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귀여웠다.

“벌서 아침 7시야. 빨리 내려가자.”

웃으며 틴의 손을 잡았다.

***

오전 9시.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확실히 이종족이 많이 오긴 하는 건지 몇몇 종족들과 함께 헌터 자격증을 딸 시험을 치게 됐다. 아무도 없는 것 보단 나으니까 됐지, 뭐.

“기본적인 체력 확인이 필요하니 옷을 갈아입고 이 기계에 서주세요.”

안내에 따라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고 SF물에 나올 것처럼 생긴 기계 앞에 섰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공간만이 비워져 있고, 그 주변을 감싸는 식의 기계. 검사를 받으면 마치 게임처럼 수치화 된 능력치가 나온다.

보통 일반인의 수치는 평균적으로 7정도.

“검사 결과입니다.”

내 평균은 5였다. 뭐, 능력치만 보고 평가하진 않으니까.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각자 자신 있는 무기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각 구역마다 안내인이 다르다. 어쨌든 적당한 길이의 검을 고르고 방문 앞에 섰다.

“엘프?”

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혼잣말의 크기는 아니었으니까, 뭐.

“혼혈이야? 아님 염색? 아, 엘프니까 아니려나. 이 색이면 뱀파이어 혼혈이겠네.”

내게 말을 거나 싶었더니 나중에 가니까 지 혼자 떠든다. 하늘보단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수다스러움, 다짜고짜 던지는 반말. 확인해볼 필요는 있겠다.

“수인?”

“어라, 어떻게 알았데.”

흑색의 눈동자가 커졌다.

“수인은 흰자위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으니까.”

아무래도 동물과 사람의 특징을 섞어놓다 보니 사람의 특징 중 한 가지인 넓은 흰자위가 좁아지거나 색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라는 설정을 가진 게 이곳 수인이니까.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다.

“아, 그렇지, 참. 그럼 내가 무슨 종족인지도 알겠네?”

호기심이 많다는 묘사가 있었지. 반짝이는 눈동자로 물어오는 그의 모습에, 그에 관한 사실들이 더 떠올랐다. 주인공의 동료로써 치료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내가 본 곳 까진 살아있었던 캐릭터. 한 번 믿으면 배신하지 않는 좋은 동료였다.

원래라면 나중에 만날 캐릭터지만 지금 영입해 두자.

“돌고래.”

“헤, 역시 이 머리, 눈에 띄지?”

푸른 머리색은 돌고래 종족의 특징이다. 가끔가다 분홍머리도 있고. 왜 회색이 아니라 푸른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염색할까? 눈에 너무 띄니까. 하지만 염색하면 머릿결이 안 좋아진데. 너도 눈에 띄는 머리색이잖아, 나중에 같이 염색하러 가지 않을래? 응?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이잖아. 사실 이곳에 와서 내가 말하는 걸 들어주고 대답까지 해준 건 네가 처음이거든, 그러고 보니...”

“다음분 들어가세요.”

문이 열렸다.

“끝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좋아!”

금세 대답하곤 앞에 있는 안내원한테 뭐라 뭐라 말을 한다. 정작 안내원은 무시하고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듯하다. 그나저나, 이제야 써볼 수 있겠네. 조금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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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06 05:20 | 조회 : 1,573 목록
작가의 말
11月

분량이 너무 많아서 끊어야 겠네요...+키워드 각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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