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행

오늘도 큰 연회로 기방이 정신이 없다. 주인공이신 도령이 이조판서 댁 장남이라고 하니 어떤 사람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어떻게든 뭐 하나 얻어보려 빌빌거리는 주정뱅이들이라면 이제 질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연유로 한숨을 쉬십니까?”
“아! 아닙니다! 그저 조금 답답하여..”
분명 오늘 주인공이신 도령이다. 본인 생일에 기생이 축하주를 올려도 모자랄망정 한숨을 쉬고 있던 것을 알았으니 이제 크게 혼날 것이다.
“그렇습니까?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저도 시끄러운 연회라면 지겹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을 하며 웃는 도령의 얼굴을 나는 빤히 쳐다봤다.
“저 같은 기녀에게 존대하셨다간 웃음을 사실 겝니다.”
도령이 갑자기 얼굴을 돌려 나를 쳐다보는 바람에 나는 황급히 시선을 달리하며 말을 돌렸다.
“운 입니다. 제 이름은. 그대의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아, 계량이라 하옵니다.”
가슴이 떨리는 것은 분명 뒤에 피었던 이화가 너무 새하얗게 빛났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나는 이름을 말했다. 취한 것인지 도령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 후 도령은 꽤나 자주 나를 만나러 왔다. 우리 둘 사이에는 우정보다는 깊은 무언가가 생겼다.
기방 뒤뜰의 이화는 영원할 것 같았다. 도령과 만나는 시간은 내게 있어 낙원이었고 도령을 기다리며 하는 치장은 지겹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내게 너무 야속했다. 뒤뜰의 이화는 힘 없이 져 버렸고 북방의 오랑캐가 전쟁을 일으켜 운 도령은 나를 떠나 길을 나서야 했다.
"이 비녀를 잘 가지고 있어주시오. 내 필시 돌아와 그대의 머리에 이 비녀를 꽂아 주겠소."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비녀를 손에 쥐었다.
"꼭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도령을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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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16 22:45 | 조회 : 91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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