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 잘 있을 수 있지? 도망은 안돼. 집 안에서도 재민이나 세르게이를 꼭 데리고 다니고. 아직 그대의 얼굴을 모르는 조직원이 있을 수도 있어서 그래.”
“아..”

거짓말... 혹여 도망이라도 칠까 감시 차원에서 이겠지...

“그대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위험할 수 있어서.... 이해해 줘, 하준.”
“아.. 위험한 곳에 가는거야..?”
“음.. 나는 괜찮지만 그대에게는 위험하겠지.”

예.. 그렇겠죠.. 천하의 레드 마피아 두목님..

“언제.. 가는데?”
“곧 나가야 해. 왜? 섭섭한가?”
“에..? 그게 아니고.. 그냥 물어본건데....”
“..아~...섭섭하다고..?”

섭섭하다고 말하라는 거지?
그래.. 해주지 뭐.. 일주일간은 미샤없이 자유일텐데 그것 하나 못해줄까..

“응.. 뭐.. 섭섭..해...”
“우린 나중에. 나중에 같이 여행으로 가자.”
“응..”
“아! 맞다. 까먹을 뻔 했네. 자.”

미샤가 내게 건낸것은 왠 쇼핑백이었다.

“선물. 나 없는 동안 심심해 할것 같아서.”
“아.. 고마워..”

아.... 미샤가 주는 선물은 항상 불안하다........
이번에는 또 뭔 짓을 하려고.......!!

“뭐해? 얼른 풀어봐.”
“아..”

불안감을 버리지 못한 채 느긋느긋 쇼핑백에서 물건을 꺼내들어 천천히 포장을 열었다.

“?!!!!!!!!!............ 해...핸드폰!!?!!”
“맘에 들어?”
“고마워, 미샤!!!!!! 너무 고마워!!!!!!!”
“...하... 준......?”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를 끌어안고 만것이었다.

“..아...... 아....?”

정신을 번뜩 차리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미샤가 나를 더욱 힘주어 안아버렸다.

“미..미샤... 그게...”
“하준이 이렇게나 좋아해주다니.. 내가 너무 기쁜걸..?ㅋ 내가 그대에게 선물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나를 먼저 이렇게 안아줄건가..? ㅎ”

그는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다. 안겨있어 표정은 보지 못하였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미샤의 들뜬 목소리..

“좋아.. 떠나기 전에 하준이 먼저 이렇게 안아줘서 나 너무 좋아..”
“미샤..”
“아.. 근데 이 상황에 조금 그렇지만.. 이거 참고로 전화는 안되는 공기계야. SNS 는 접속이 안되게 막아버렸고..”
“.........”
“미안, 하준.. 아직 그대를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어서..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을거야. 드라마나 영화도 볼 수 있고, 또...!”
“고마워. 그래도 고마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였다.
이 안에서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하루종일 심심해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아.. 근데 하준이 내 안에 안겨있으니까 떠나기 싫어진다..”

그렇게 말하고는 내 이마에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대었다.

“그렇지만.. 가야겠지..? 그대에게 선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이려면 돈을 열심히 벌어야하니까.. 대신 일을 빨리 끝내버리고 와야겠어. 최대한 서둘러서.”
“.. 굳이.. 그럴 필요는...”
“응? 뭐라고?”
“....!? 아.. 아무말도 안했는데.....?”

모르고 내뱉은 말이었다. 다행히 미샤는 듣지 못한것 같았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다시 재민이 들어왔다.
미샤에게 안겨있는 몸을 빼내기 위해 힘을 썼지만 역시 끄떡도 하지않는 미샤..

“하준, 가만히.”

재민이 이런 내 모습을 다 지켜보고있었다. 창피함에 나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아버렸다.
날 어떻게 생각할지... 그게 너무 뻔해 무서웠고, 어짜피 다니진 못하겠지만 학교에도 재민에 의해 소문이 쫙 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준, 나 없이도 재밌게 놀고있어. 난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다.”
“응..”

쪼옥~^3^

“미.. 미샤....!”
“그럼 다음주에 보자고.”

가볍게 베이비 키스를 한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미샤..
급하면 그냥 바로 갈 것이지 내 입술에 입은 왜 맞추고 가냐고....!

미샤가 나가고 곧장 재민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못 보았다는 듯 가만히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한재민.”
“예, 하준님.”
“....... 제발.. 둘만 있을 때만이라도 그 존대 안하면 안되는 거냐.....? 소름끼쳐.....! 너도 한때 친구였던 나한테 존대 쓰는거 싫잖아. 미샤한텐 말하지 않을테니까.. 그만두지..?”
“안됩니다.”
“... 그렇겠지. 자꾸 까먹는다. 니가 미샤 편이란 사실을.. 너한텐 친구고 뭐고 없는 거잖아? 그렇지?”
“......... 그만 방으로 돌아가시죠.”

개새끼.. 한재민 개새끼........!!

서운함과 함께 나름 화가 났음을 표현하려고 문을 쾅 열고 나왔지만....

“..... 앞장서.”

여기가 어딘지.. 내 방이 어디에 있는지.... 길을 알아야 가지....!.......

“이쪽 입니다.”

재민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야 나타난 내가 쓰던 그나마 익숙한 방..

“곧 율리아가 식사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쉬고 계십시오.”
“자.. 잠깐...!”

방 안에 나를 혼자두고 나가려는 재민을 붙잡았다.

“뭐 필요하신거라도..”
“.. 할.. 얘기 있어. 들어와..”

재민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나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말씀하십시오.”
“그.. 그게... 그러니까....”

재민이 혹시 나를 오해할까봐 미리 얘기해두고 싶었다.
니가 본 모든 것은 내가 원한 일이 아니고 내 의지는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그렇게..

“넌 왜 미샤한테 그렇게까지 충성을 해?”
“이 집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보스를 존경합니다. 저도 마찬가지 인거구요.”
“아니야.. 넌 달라. 넌 미샤가 죽으라면 죽기까지 할 놈이야. 아니야?”
“.............”
“미샤가 시켰으니까 이렇게 친구인 날 납치까지 한거 아니야.”

납치 이야기에 재민이 고개를 들었고 나와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대체 왜 어린 나이부터 이런 일을 하고 다니는 거냐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세르게이랑 너랑 뭔 일이 있긴 있었던거지..?”
“...............”
“좋아. 그건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해줘. 아, 아니면 미샤한테 직접 물어봐도 되는건가..?ㅋ”

재민의 고개는 다시 내려갔다. 대화를 하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는 그가 정말 마음에 안들었지만 우선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내가.. 널 구해보겠다고 무슨 짓까지 한 줄 알아?”
“.............. 세르게이에게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내가 원해서 한게 아니야..! 너 따윈 죽어버려도 그만인걸?! 날 납치해온 새끼 뭐가 이쁘다고..! 근데.. 미샤를.. 힘으로 이길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그런거야. 널 살리려고 내가 몸을.... 판게 아니라고.....!”
“예..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 진짜 내가 너무 쪽팔리고 수치스럽고 그런데......!”
“.............”
“그래도.. 너 만큼은... 너만은 날 그렇게 보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너는 날.. 알잖아....... 아니란거..”
“....... 하준님...”
“니가 날 어떻게 볼지도 뻔하지 뭐.. 이 집 모든 사람들이 날 창부라고 생각하겠지.. 말로만 하준님, 하준님 하면서 뒤에서는 더럽다고 욕을 해댈거야.. 맞지..?”
“.. 무슨 말씀을......!”
“나도 나 스스로 느껴. 나 지금 굉장히 추해.. 내 자신을 버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 자신도 내가 이렇게 싫어졌는데.. 보는 너희들은 어떻겠어..”
“아닙니다...! 하준님... 저희중 그 누구도 하준님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없습니다.......”
“....... 근데... 진짜... 너라도 알아주라....... 나.. 변태 아니고.... 게이도 아니라고..... 여기와서 한 모든 일은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란걸...... 넌 알아줘야 해...... 정말.... 다 니네 보스 때문에.......”
“...... 압니다.. 하준님, 저도 압니다.. 제가.. 제일 잘 압니다.........”
“........ 알아주면 고맙고... 나... 이제 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 니 앞에서 더한것도 보이게 될 수도 있어.. 그때마다..... 오해는 하지말아줘.. 아니, 꼭... 알아줘...... 모든게 내 의지가... 아니라고......”
“약속드립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단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방 안은 매우 조용했다. 가끔가다 재민이 나를 할끗힐끗보며 눈치보는 듯한 뉘앙스가 있었지만 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똑똑-
“하준님, 율리아 입니다. 식사를 가지고 왔는데 어디에 준비 해드릴까요?”
“아.. 여기 식탁에..”

이 어색한 분위기를 끊어줄 식사와 함께 율리아가 들어왔다.

“그럼 저는 이만 밖에 대기해 있겠습니다. 필요하신게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율리아의 등장과 동시에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재민.

“야속한 놈.. 밥이라도 좀 같이 먹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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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01 17:12 | 조회 : 3,140 목록
작가의 말
귤떡콩떡

아아.. 뭘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ㅜ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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