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첫 손님과 커피의 상관관계

머리와 꼬리의 장식깃이 유난히 긴 새들이 짝을 지어 자그마한 흰 나무 오두막의 마당의 아카시아 나무와 창틀에 내려앉았다. cd를 재생했는지 가볍게 기타의 현을 튀기는 소리가 들리고, 창문이 벌컥! 열리며 무채색의 소년이 머리를 내밀었다.

“아침 7시, 보통 아침에 하는 일- 빗자루로 쓸고, 또...”

노래를 흥얼거리며 빗자루와 손걸래로 집안 곳곳을 청소한 소년이 요리도구를 들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빨리 밥을 달라는 듯이 크게 목청을 올려 재잘거리는 새울음에 소년이 손을 가벼이 흔들고 어제 실험삼아 구운 빵을 작게 자르지도 않고 던지자 소년의 무심함에 작은 부리를 가진 새들이 한숨을 내쉬고, 빵의 눅눅한 부분을 찾아 부리로 쪼았다.

쪼로롱- 하며 싸우던 하얀 새들이 한순간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동글동글한 모습의 크고 작은 찹살떡을 닮은 몬스터, 티노와 티무들이 폴짝거리며 콩콩 뛰어오더니 소년의 모습에 멈추어 바라보았다. 소년, 디프원의 보랏빛이 도는 투명한 무채색 눈동자가 그들을 무의미하게 바라보았다. 가만히 바라보던 소년이 시선을 반죽으로 돌리자 동그란 것들이 안심하여 피욕- 숨을 내뱉고 딱딱한 빵을 열심히 쪼았다.

소년이 반죽을 열심히 휘저었다. 로스팅 중인 원두 특유의 향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몽롱한 정신을 간질여 깨웠다. 그럼에도 일하러 가는 피요와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대학생과 같아서, 소년은 그것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간단히 유리잔을 두드려 연주함으로서 저들에게 활력을 전했다. 언제 한번 날을 잡아서 시음식을 열든가 해야지! 소년이 죽어가는 듯한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여제가 취임했다는 소식에 급히 땅을 사 카페를 연지 대략 일주일. 소년의 매출은 완벽하게 0을 기록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커피라는 것은 문명이 매우 발달되지 않은 이상 대중화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 말이다. 원두-빨갛고, 먹으면 잠이 확 깨는 열매에 대해 물으면 모두가 모른다고 답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이 많은 원두들은 새로운 조리법을 찾는 소년의 노력에 갈려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커피우유와 밀크커피를 섞어서 무엇이 나오는지 실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그 결과물은 커피와 우유 그 사이 어딘가의 시공 속 폭풍의 눈이었지만, 소년은 그것을 여러 번 농도를 다르게 하여 섞어 마시면서 의도적 실패를 이루었다.

소년이 창가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하얀 넝쿨을 모델로 삼아 만든 상앗빛 의자에 놓인 흰색 쿠션이 유난히 푹신하게 느껴졌다. 소년은 휘핑크림이 듬뿍 얹어진 커피를 마시고, 금빛이 도는 잿빛 머리카락을 허브 에센셜 오일로 적신 천을 여러 번 바꾸어가며 빗어서 향수를 뿌린 듯한 효과를 주고 허브 우린 물을 반죽에 들어가는 물 대신 사용해 보고, 언젠가 그려두었던 영웅들의 초상화에 관한 기억을 되짚으면서 이야기책, ‘여섯 영웅’을 내기 전 삽화도 열심히 그려보면서 놀던 소년이 딸랑- 울리는 종소리에 현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얗지만 푸르스름한 생머리를 꽁지로 묶고, 금실로 테두리를 장식한 푸르고 긴 외투를 두른 청년이 유유히 들어왔다. 하지만 두 눈에는 벌써 다크서클이 생겨나 있었고 소년보단 덜하지만 생기 없는 창백한 피부가 눈에 띄었다. 소년은 어린 녀석이 벌써 좀비꼴이라며 안쓰러워 하고 있었고, 손님-나인하트는 어떻게 지금까지 저 소년이 살아왔는지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음, 손님... 맞으시죠?”

“아, 내. 간단한 저녁 식사를 좀...”

소년은 나인하트를 한두번 눈으로 훑어보더니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반대편 의자를 앉기 쉽도록 당겨 주고, 간단하게 먹을 만한 것을 만들었다. 처음은 소고기와 사각형으로 자른 빵이 든 토마토 토르텔리니 스프. 그 다음은 숙성한 등심에 토마토와 아스파라거스 등을 얹은 등심 스테이크. 물론 간은 밍밍하게 하여 속이 쓰리지 않도록 주의한 소년은 스프-스테이크 순으로 내밀었다. 나인하트가 음식들을 먹으며 아슬아슬하게 정신을 둘 다 놓았다가 재빨리 차리고 나서 식사를 마치자 소년이 다가왔다.

“첫 손님이니까, 세일해 드릴게요. 원래 1410메소는 받는 건데. 1000메소만 내세요. 아, 그리고 이것 좀 시음해 주시겠어요? 잠을 깨는 용도로 딱인데, 많은 사람들이 써서 안 사는 건지를 모르겠거든요.”

소년이 나지막이 말하며 영수증을 적어내렸다. 딱 원가만 받아내었는지를 확인하고 계산서를 내민 소년이 한 작은 부탁. 그것이 에레브에 커피 붐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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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2 23:31 | 조회 : 1,259 목록
작가의 말
황혼이 지는 시각에

꾸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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