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구원의 또 다른 이름(5)

솔직하게 틸스는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최후의 신의 축복의 효과가 상대방을 꿰뚫습니다.]

‘요약해서 가능해?’

속으로 말하자 바로 다른 창이 떠올랐다.

[패시브 스킬 ‘어시스트 시스템’이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요약을 시작합니다.]

이름] : 틸스 [나이] : 14살 [인종] : 인간

[능력치]:체력[10],근력[6],민첩[30],지력[40],정신력[290],마력[10]. ]

모든 스텟이 평균 이하였다. 오직 저 정신력을 제외
하면.

지금까지 봐온 걸로는 틸스는 겁을 먹고 혼란스러
워한다. 그렇다면 저 높은 정신력은 무엇으로 부
터 면역을 높이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 환각에 대한 면역력이라고 유현은 생각했다.

본래 저 정도로 높아지면 스킬이든 뭐든 생기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틸스는 가진 스킬이 하나도 없었다.

‘시스템로 의해서 생기지 않는 힘.’

생각나는 것은 ‘멸’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틸스는 절대 멸자라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섬멸자, 유성헌과의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니까. 유성헌 훨씬 근본적이고 파괴적이며 원초적인, 소름 돋는 느낌이 들었지만 틸스에게는 딱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절대 다수로 그 효과를 발휘하는 절대 멸자가 아닌 그냥 하나의 속성에 절대적인 내성을 가지는 멸자일 확율이 높았다.

멸자로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용의 지식에서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냥 폭팔시키면 되겠지.’

내가 그리했던 것처럼.

“유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유현은 리언이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깜빡이
며 대답했다.

“그냥, 재미없는 생각.”

그러자 리언은 대놓고 흥미로운 먹이를 보는 눈으로 안광을 빛냈다.

“뭔데? 같이 알자!”

“싫어.”

“왜! 우린 친구잖아?”

대놓고 섭섭하다는 듯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은 리언의 얼굴에 유현은 순간 가운데 손가락을 올릴 뻔했다.

하지만 저 덩치의 놈에게 아주 간단하게 작은 유현정도는 찌뿌러트릴 수 있다는 생각을 상기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순진하게 물었다.

“친구? 누가?”

“너와 내가.”

“난 이런 놈을 친구로 둔 기억은 없는데?”

“친구란 어느 순간부터 되어 있는 법이지!”

…개소리다.

반론하기 위해서 유현이 입을 여는 순간 멀리에서 정찰하던 아한이 다가왔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침입한다.”

“오, 드디어 환술사 놈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거야?”

리언은 신나서 한쪽 입꼬리를 비틀리게 웃었다. 마치 짐승들의 왕 같은 아우라를 풍구는 리언은 언제 유현과 장난처럼 말을 주고 받았냐는 듯이 난폭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에 유현은 슬쩍 아한에게 다가가서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쟤 혹시 환술사한테 당한 적 있어?”

“상성의 문제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유추하기는 충분했다.

그러니까 육체파인 리언과는 상성이 좋지 않아 매
번 당하기만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환술은 위험할 것 같은데.

정신력이 낮은 편이라서 나 또한 걸릴 확률이 있었다. 내가 가진 힘은 사멸의 힘. 살아있는 것을 절대적인 죽음으로 이끄는 무시무시한 힘, 그것은 실체가 없는 것에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살아있지 물제에도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멸’이 가진 진짜 힘은 그것만으로 국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시엘로과 함께 잡혀갔을 때 몸에 착져있던 두꺼운 철 구속구를 없애버린 전적이 있지 않나.

무뜩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무허권님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여차하면 도박하는 셈치고 해봐야 겠다.

“틸스는 잘 있을려나.”

이틀전에 먼저 잠입한 틸스가 벌벌떨며 숨죽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안타가웠다.

내가 그 재밌는 광경을 못 본 것이.

“이만 들어가지.”

아한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빠르게 움직이며 마치 공기와 동화되듯이 사라졌다.

나도 이만 가봐야겠네.

언덕에서 집한채를 내려다보던 유현은 품속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작은 하얀 새를 보고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따라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건만 그새 잠들었다.

요즘 이 녀석이 잠이 는것 같은데 착각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이렇게 많이 자는 걸까.



※※※



한 발 먼저 잡힌 척 잠입하고 있던 틸스는 환술이 풀렸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죽은 눈동자로 있기 위해서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6살때 버려져 온갖 고생을 겪으며 성장 해야했던 음울한 과거 라던가, 빵을 훔치다 경비대에 잡혀 얻어 맞다가 누군가의 의해 구해졌던 기억.

‘이건 그나마 나았던가.’

틸스는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경비대장 제이딘 버드, 그는 틸스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좌천되서 오는 병사들은 전부 하나같이 정상적인 이는 없었다.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벌로는 좌천밖에 받지 않았다. 그런 그들은 반정은 커녕 이곳에 와서는 행패만 일삼을 뿐이었다.

벌이라는 면목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틸스 또한 그랬다. 어차피 곧 버려질 쿼쿼한 빵을 훔쳐서 달아났는다는 이유로 부당한 폭력을 받고 있었다.

온몸이 물먹은 솜마냥 무거웠고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었다.

그런대도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틸스는 이대로 맞아 죽는 건가 싶어 눈물이 나왔다. 몸을 찌리고 찢어 발기는 듯한 고통에 생리적 눈물이 이미 나고 있었지만 죽음의 공포에 흘리는 눈물에 묻쳤다.

그런때 나타난 새로 좌천된 경비대장, 제이딘 버드가 나타났다. 경비대들을 멈추고 그들의 행동에 정당한 벌을 주었으며 부당한 벌을 받고 있던 자신을 구해주었다.

강직한, 흔들림없고 단단한 손을 어린 틸스에게 내밀어졌을 때. 그때, 틸스의 눈에서는 다른 눈물이 흘렀다.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 구해준 이에 대한 감동. 억울함에대한 서글픔. 눈이 따가울 정도로 틸스는 울고 또 울었다.

틸스의 눈동자에 작지만 굳건하고 양보없는 하나의 의지가 서렸다.

‘제이딘 버드님은 이 지하에 대해서 모르셔. 아셨다
면 이대로 방치해 두지 않았겠지.’

선량한 제이딘 버드님이라면 분명 이곳을 구하려고 하시겠지.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 분이 또 어떤 부당한 처우를 받을지 몰랐다.

자신을 구해준 다음날 뺨에 못보던 시퍼런 멍을 달고 그것을 숨기려고 했었던 것처럼.

차갑고 한 줌의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퀴퀴하고 축축한 음울한 냄새가 틸스는 싫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죽을 것처럼 아픈 것도 아니고 괴롭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 불쾌하고 불편할 뿐이었다.

이정도면 아무것도 아니다.

처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신의 의지로 실현이 가능한 일을 맡았다. 그 벅찬 감정이 틸스의 가슴에 부풀어 올라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그속에 가득찬 절망을 대신하여 새로채워지는 감정. 그것의 이름을 틸스는 아직 몰랐다.

천천히 그리고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귀우리자 곧 작고 큰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틸스가 움직일 때라는 신호였다.

적들의 발을 묶고 있을 때, 틸스는 이 거짓된 절망을 부서야만 했다.

할 수 있을지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현은 그 특유의 무감각한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었다.

‘할 수 있어. 내 예리한 감이 말해주고 있거든 너는 이번의 ‘열쇠’라고.’

그것이, 그 무심한 눈이 이상하게 용기를 준다. 할 수 없던 것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당신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태동합니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틸스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곳의 사람을 데리고 미리 알아둔 비밀 통로로 피신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이 환상을 모두 깨야만 한다.

자리를 지키는 이는 이곳에는 없다. 환술사는 자부심이 높은 모양인지 자신의 환술을 풀 수 없다는 것을 꽤나 자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높으신 분의 환상을 틸스 자신의 존재로 깨버렸다고 생각하니 언제나 어두침침했던 틸스의 얼굴에 제 나이대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서렸다.

‘부수고 싶어.’

틸스는 서둘러 구석진 곳에서 일어났다.

‘이 거짓된 절망을.’

간절한 바람은 곧 갈망이 되었고 갈망은 곧 거대한 흐름의 유동을 움직였다.

그때 뜬 시스템의 메세지 창에 틸스의 눈이 커집니
다.

[당신의 깊은 곳에 잠제된 ‘멸’이 각성합니다!]

[당신의 새로운 직업이 추가 됩니다!]

[당신의 새로운 직업은 ‘환멸자’ 입니다!]

멸자. 하나의 속성에 절대적인 상성의 우위를 점하는 힘을 가진자. 틸스의 안에서 그것이 각성했다.

[당신의 직업의 특성이 발생합니다!]

[당신의 능력이 일시적으로 증폭합니다!]

환상으로 가득찬 이 공간에서 틸스는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에 선명했다. 그저 본능과 같이 틸스의 손이 올라갔다.

[스킬 ‘무형(無形)의 환멸(幻滅)’ 이 발동합니다!]

어떠한 형태도 모양도 색도 없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것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멍하게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이 선명해 지고 있었다.




※※※




먼저 잠입한 다른 혁명단 단원들은 역시 하나같이 실력자들 뿐이었다. 빠른 속도로 노예 창고를 지키고 있던 이들을 단 일격으로 무력화 시켰다.

1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100도 넘는 노예들의 구해 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것을 넘어저서 가능할 까 싶었는데 이제 보니 상당히 정예들이 있기에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전투능력이 무지한 유현은 아한의 뒤에서 보호받으면서 동시에 전략을 아한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면 아한과 짧게 몇마디를 더 나누고 아한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누군가가 조건없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주고 자신의 의사를 반영해준다. 그 생소한 느낌에 유현의 입꼬리 흐릿할 정도로 살짝 올라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모든 이들을 제압한 이들은 아한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자 아한은 유현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넓은 들판에 단 하나만이 피어있는 야생 들꽃처럼 수줍게 그리고 희미하게 피어나있는 유현의미소에 잠깐 주춤했다.

“다음은 숨은 두번째 입구를 찾으면 되겠군. ”

하지만 이내 곧바로 다음 행동을 말했다.

“그거에는 적임자가 있지. 아니 적임조인가?”

아한은 금세 사라진 유현의 진짜 미소를 아쉬워하면서도 유현의 말에 의문을 느꼈다.

“적임조?”

유현은 딱히 입을 열어 대답하는 것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품속에서 작은 하얀 새를 꺼냈다.

“하얀 새야, 자는데 미안한데 잠시 일어나 줄 수 있을까?”

마치 사람처럼 하얀 새를 대하는 유현의 태도에 혁명단원들의 가면속의 표정이 이상해 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모든 이들의 시선은 유현에게 집중되어 있는 이유에서 였다.

유현의 손에 들어가 꽉 들어차 있는 작고 귀여운 하얀새가 부리를 조금 흔들더니 이내 검은 좁쌀만한 눈을 깜빡거리며 유현을 올려다보았다.

-움냐, 무슨 일인데?

“보물찾기.”

-응?

보물찾기란 말에 하얀 새의 검은 눈이 일순간 번쩍였다.

반면 하얀 새의 말을 이해 할 수 없는 이들은 유현의 말의 의미를 몰라 의야해 할 뿐이었다. 참다 못해 리언이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는 순간.

“그게 무슨 소리-”

유현이 더 빨랐다.

“할거지?”

-응, 뭘 찾으면 될까?

하얀 새는 작은 내리를 퍼덕이며 자신있게 가슴을 부풀리며 자신있게 말했다.

“숨겨져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

그러자 작은 하얀 새가 작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 올
랐다.

[스킬 ‘감정 파악’이 발동중입니다.]

[현재 대상이 스킬‘숨은 열쇠를 찾는 새’를 발동중
입니다.]

어둠고 침침한 공간, 유독히 하얀 깃털을 가진 하얀 새의 날개짓을 한번 할 때 마다 마치 희미한 빛의 덩어리가 떠다니는 듯한 환상을 자아냈다.

모두가 홀린 듯이 하얀 새를 쳐다봤고 하얀 새는 유현의 발걸음에 맞춰서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비행했다.

그리고 그 뒤를 아한이 묵묵하게 따라 걸으며 다른 이들에게 눈짓하자 혁명단원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한의 뒤를 따랐다.

‘역시 틀리지 않았어.’

유현을 데려온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에 아한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서렸다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거 비밀의 문 같지?”

하얀 새의 뒤를 쫒아 온 곳에 있는 것은 지하의 가장 끝에 붙어있는 빈민촌의 큰 지도였다. 벽에 붙은 지도에는 인구의 수가 가장 많은 곳과 적은 곳의 표시가 꼼꼼하게 되어있었다.

-여기가 숨겨진 곳이야.

하얀 새는 유현의 어깨 위로 올라갈려고 했지만 유현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하얀 새를 자신의 품에 넣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야만 했기 때문 이었다.

-훙, 나도 보고 싶은데.

투덜거리면서도 하얀 새는 얌전히 유현의 품속에 있었다.

“레비트.”

아한의 부름에 하얀 토끼 가면의 여자가 앞으로 나와 지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스킬 ‘감정 파악’이 발동 중입니다.]

[현재 대상이 스킬‘발자취의 추척’을 사용하고 있습
니다.]

추적 계통의 스킬인가.

“대장님, 이곳이 진짜 입구인 모양입니다. 여러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습니다.”

“여는 방법은?”

“뭐, 평소대로.”

레비트라고 불린 토끼 가면의 여자는 순식간에 지도에서 멀어졌고 무언가 불길한 직감을 감지한 유현 또한 아한의 곁으로 가서 섰다.

“내 차례가 왔구나!”

아니나 다를까 영리하면서도 영악하게 무식한 척을 하고 있는 리언이 달려나가 무식하게 지도에 주먹을 박았다.

쾅-!!

저게 인간이 돌벽에 박는 소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굉음이 빈공간을 채웠다. 벽을 넘어서 바닥까지 다 금이 가서는 마치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런 무서운 놈.’

쟤한테는 역시 덜 깜치자.

유현은 속으로 깊이 생각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진입하지.”

아한의 말과 함께 혁명단원들이 먼저 벽 너머로 발을 내딪었고 유현은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발을 내딪었다.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가 당신에게 경고
합니다!]

뭐?

유현은 당황함과 동시에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과 함께 검은 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2
이번 화 신고 2019-09-30 09:39 | 조회 : 823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드디어 절 죽이는 전투씬이 많이 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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