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구원의 또 다른 이름(4)

아한의 손에 붙잡혀 끌려간 곳은 서부 빈민가의 가장 끝자락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도착했으니까 이제 놓아줘.”

영 탐탁지 않아하는 표정이었만 아한은 순순히 내 뒷목을 놓아 주었다.

“어휴, 뒷목이야.”

써늘한 분위기의 아한에게서 해방된 유현이 뒷목을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굳어 있는 검은 옷에 흰가면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무슨 큰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굳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익숙한 큰 덩치에 남자도 있었다.

“오, 리언. 안녕?”

반갑게 손을 흔드는 유현을 보고 리언은 고개를 숙였다.

“응? 왜 그래?”

“푸흣.”

어깨까지 떨며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웃음소리는 새어 나왔다.

저거 왜 저래.

유현의 표정이 떨떠름 해질때 쯤 다른 리언은 고개를 들고 가면을 벗었다.

“흐, 오랜만이다? 유현. 네이크는 잘 지내고 있던?”

“잘 지내고 있지. 그만 웃어라.”

밤에 몰래 빠져 나간 죄로 징계를 받고 있겠지만.

“아, 미안. 아한 대장에게 그런 꼴로 끌려오는 모습이 웃겨서 그만.”

다시 생각해도 웃긴지 리언은 다시 어깨까지 떨며 웃기 시작했다. 다른 검은 옷의 단원들은 굳어 있는데 리언 혼자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끅끅 거리며 웃고 있었다.

한편 다른 혁명단의 단원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아한 대장님이 직접 데리고 오고 반말까지 허용해 준다니 도대체 저 아이가 누구이기에.’

위 아래는 철저하게 지키는 아한은 나이를 제처두고 상사에 대한 반말을 절대 봐주지 않았다.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패서 고치게 하거나 그것으로 안되면 정신 수련의 방에 몇달이고 넣어 결국 반말을 고치게 만든다.

그게 바로 혁명단의 그림자 부대의 대장인 아한이었다.

무섭도록 철저하며 냉철한 자비란 1도 없는 모두가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혁명단의 2인자.

그런데 저 유현이라는 소년의 앞에서는 표정이 풀어졌다. 몇년 이상 함께해온 다른 단원들의 눈에는 그 작은 미세한 변화가 눈에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혁명단의 3인자 라고 불리는 리언 조차 유현을 편하게 대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의 눈에는 지금 상황이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그때 냉정하고 낮은 목소리가 좁은 오두막에 울려 모든 이의 귀에 꽂혀 들려왔다.

아한은 넓직한 테이블의 앞까지 걸어 품속에 지도 하나를 꺼내 펼친 다음 유현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유현은 발로 아한의 곁으로 가서 지도를 살폈다.

“이게 노예 창고의 내부 지도야?”

“그래. 이곳이 창고의 지하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지. 하지만 비상 출구는 몇개 있을 거라고 추측중 이다.”

아한이 손가락으로 짚은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어었다. 작은 집의 밑에는 넓고 복잡한 구조의 개미의 집같은 지하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을 부수기 위해서는 노예를 모두 안전하게 밖으로 보내야만 하지만-”

“환술사의 환술에 걸려서 불가능하지?”

유현의 말에 모든 이들이 시선이 유현을 향했다. 시선이 묻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고. 하지만 대답하기 귀찮은 유현은 전부 무시했다.

“어떻게 알았냐 그게 중요해? 중요한건 환술사놈 어떻게 엿 먹이고 노예로 잡혀간 빈민가의 의욕 없고 생기 없는 사람들 구출 할 생각부터 해야지.”

유현의 높낮이 없고 감정 없는 말은 논점 만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막막한 상황에 침묵이 계속 되는 가운데 아한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며 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응?”

“나는 유현 너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아한의 눈에는 한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준 이를 향한 절대적인 신뢰에 유현은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저 나아가기 위해서 등을 조금 밀어준 것이 너무 과대 평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부담스럽다.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아마 유일하게 그곳에서 탈출 가능했던 자, 틸스를 생각하며 유현는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정말 방법이….”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유현은 마치 대답이라도 해주는 마냥 말했다.

“혹시 막내 동생 좋아해?”

재밌는 것을 꾸민 악동의 얼굴을 한 유현의 물음에 리언은 무슨 재밌는 짓을 꾸미냐는 얼굴로 유현을 보았고 아한은 무슨 사고를 칠 것이냐는 눈빛이었다.

“엄청나게 강한 사람을 데리고 와야지.”

물론 정신력만 미친듯이 높겠지만.

유현은 답이 안나오는 문제를 보면 그것을 풀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런 문제가 적혀진 문제집을 찢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아닌 상황을 없애는 것이 더 유현의 성향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발생한 문제를 상황을 없애줄 아주 좋은 카드가 손에 있었다.

“안녕, 틸스?”

부드럽게 웃는 모습은 누가 봐도 친한 사이인 것처럼 보였다.

유현은 상냥하고 또 부드럽게 말하며 무릎을 꿇고 안쓰럽게 떨고 있는 틸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어, 어.”

정처없이 흔들리는 눈이 유현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슬며시 유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거 데리고 온 사람 누구냐?”

마치 물건처럼 말하는 유현의 말에 안타갑게도 지적할 사람은 없었다. 대장인 아한이 조용히, 흥미롭다는 듯이 나서지 말라고 눈치를 주며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내가 납, 데리고 왔지!”

호쾌한 목소리의 주인은 역시나 리언이었다. 저 한 덩치하는 남자는 생긴것과 덩치와는 다르게 말과 행동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데리고 오면 얘가 이 지경이냐.”

추궁하는 유현의 말에 리언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찾았는데 쓸데없이 도망치길래 도망치던 골목의 벽을 부수고 주저앉은 녀석을 친절하게 들쳐매고 와줬잖아.”

오, 신이시여. 정녕 저 놈의 행동은 어찌하여 저리 야만한 것입니까.

심지어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다. 지능적이고 얍삽한 구석도 분명 있는 리언이었다. 저건 분명 일부로 재미를 위해서 일부로 한 행동일 것이다에 유현은 거이 확신했다.

유현의 눈초리를 피하지도 않고 그저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는 리언을 보며 유현은 저 놈이 왜 혁명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재밌어서 하는 것 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망할 쾌락 주의자 같으니라고.

혀를 차며 유현의 시선이 틸스에게 옮겨졌다.

“우리 구면이지?”

“어. 어, 네.”

버벅거리고 떨면서도 틸스는 대답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저 방관자 처럼 서있지만 냉철한 눈으로 틸스를 관찰하고 있는 바다처럼 푸른 눈의 남자에게 살해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빈민촌의 허름하고 오래된 벽이지만 평검한 인간이 부수기에는 딱딱했다. 그런 것을 단 일격으로 부순 저 리언이라는 남자보다 체격은 작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강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숨기려고 하면 숨겨지겠지만 아한은 숨기지도 않고 오히려 틸스를 압박하고 있었다.

“아한.”

그것을 눈치챈 유현이 아한에게 눈짖을 하자 아한은 한숨을 쉬며 기운을 숨겼다.

저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명령까지 내리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유현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틸스에게는 1급 위험 대상이었다.

“그렇게 경계해도 안 잡아 먹어.”

유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양손을 들어 보였지만 틸스의 경계심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말이야 너. 이 세상에 불만 많지 않아?”

몸을 움찔 떤 틸스가 유현을 올려다 보았다. 유현의 입가의 옅은 미소가 서렸다.

“이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납치 당하고 노예가 될 뻔하고 벗어나지도 못해.”

틸스의 몸을 떨렸다. 무뜩 유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자신의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유현의 말이 지금, 선명하게 떠올랐다.

‘…간파 당했어.’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틸스와 유현이 만났던 시간은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유현은 아주 정확하게 틸스를 파악하고 있었다.

“뒤집고 싶지 않아?”

그 속에 있는 말 할 수 없는 시커먼 욕망까지도.

유현은 파악하고 있었다.

떨림이 멈춘 틸스의 몸을 보며 유현의 입꼬리가 더 짙게 올라갔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무감각한 눈이 었다.

그것이 틸스는 가장 무서웠다.

“아한.”

숙였던 고개를 든 유현이 아한을 향해서 말했다.

“얘 혁명단에 넣어.”

“뭐?”

유현의 말에 가장 먼저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리언이었다. 그는 강자를 구분 할 줄 알았고 한 눈에 틸스가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었다. 불만어린 리언의 시선이 유현을 향했다 이내 리언은 몸이 순간 굳었다.

무감각한 아무것도, 그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눈이 리언을 응시 하고 있었다. 어딘가 초월해서 더 이상 이 곳을 비추지 않게 된 눈은 리언에게 있어서는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꼬마를 혁명단에 넣자는 소리를 하는 유현의 얼굴은 지극히 평온했다. 하지만 평온하다고 해서 절대 유현이 사납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자의 시선. 타인의 기죽게 만드는 왕의 자질.

그것이 유현에게는 있었다. 몸은 분명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얼굴은 무해해 보이기 까지 하는 곱상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리언의 등줄기에 한 줄기의 땀이 흘렀다.

“아한.”

“왜 그러지?”

“나는 혁명단의 단원이고 절대 혁명단의 해를 끼치는 행동은 할 수 없어. 그건 아한이 제일 잘 알지?”

절대적인 계약이로 인하여 묶여 있는 상태인 유현은 언제나 항상 불쾌감을 조금씩은 달고 있어야 했다. 아마 계약이 끝날때 까지는 계속 될 불쾌감이 었다.

“그래서?”

“날 믿어서 부른거겠지. 아한은.”

무감각하고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던 유현의 눈에 언듯 감정이 내비쳤다. 그것은 오로지 아한 만을 향한 신뢰였다.

“…그렇다.”

그런 신뢰를 처음 받아 보는 것도 아닌데 아한은 가슴께가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럼 날 믿고 얘, 혁명단에 넣어. 나머지는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어쩌보면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 었다. 하지만 오만하기 할지 언정 절대 거짓은 아니었다. 의심이라고는 없는 투명한 눈동자에는 확신만이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좋다.”

“…설마 진짜? 대장, 진짜로?”

담담한 아한의 반응에 리언과 다른 혁명단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말도 안된다는 황당함이 그대로 나타난 얼굴이었다.

“그럼 혁명단에 들어 온걸 환영해, 신입아.”

유현은 빙그르 돌아 환하게 그리고 상큼하게 웃으며 틸스에 손을 내밀었다.

“…에, 예?”

혁명단이이니 자신이 거기에 들어왔다니 틸스는 정신이 정말 하나도, 단 하나도 없었다. 이게 무슨 일 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서 쓸려가버린 아주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차마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유현이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되지도 않았고 또 틸스 자신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 파도에 기꺼이 몸을 던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달라질지도 몰라.’

자신을 둘러싼 것들이 달라진다. 생기없고 우중충한 이곳 빈민가와는 다른, 세로운 세계가 제 눈에 편쳐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혼란이 가득했었던 틸스의 눈에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삼시세끼는 보장되나요?”

허탈하게 웃으면서 묻는 틸스의 말에 유현이 대답
했다.

“땡땡이도 보장해 줄게.”

5
이번 화 신고 2019-09-22 21:13 | 조회 : 767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저 오늘 생일이었어요..그런데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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