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어둠속에 거짓된 빛으로(1)

밝은 아침 햇살이 어둠을 채우듯이 텅빈 방안을 채웠다. 방안에 서있는 남자의 금갈색의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에 백금의 빛을 내며 흔들렸다.

살벌한 기운을 내뿝으며 전방 10m의 모든 생명체를 긴장할 정도로 그 남자는, 유성헌은 화가 나있었다.

그의 손안에는 돌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작은 알갱들이 빛을 받아 마치 빛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유성헌은 그 손을 털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한 신이라고 불리는 권위자가 반응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지그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왜 그런거지?”

모든 근원으로 부터 선택받아 신에 근접한 존재인 권위자들의 유일한 적은 바로 절대멸자였다. 권위자들은 근원을 없애는 멸의 힘으로 부터 선택을 받은 모든 절대멸자들을 증오하며 싫어했고 또 배제하려 들었다.

절대멸자들이 세상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자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유일하게 속성의 상성에서 멸은 절대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근원의 속성을 두고 있는 권위자들이 보기에는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유성헌의 손에서 사라져버린 결계석은 무려 등급이 L급이나 되는 신화템에 가까운 아이템인 ‘신의 봉석’이었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필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의 힘을 지상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

중간 정도 되는 신들도 힘들어 하는 정도의 대가를 아무렇지 않게, 그냥 멸자도 아닌 절대멸자를 위해서 사용하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는 알려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자신에게 이런 사소한 힘을 쓰는 것은 별거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말에 유성헌의 눈이 가늘어졌다. 햇빛을 받아 맑은 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에는 흥미와 호승심이 일렁였다.

“내가 못 찾을 것 같나?”

그것은 어쩌면 사냥꾼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도망치며 발버둥 칠수록 더욱 목을 조르고 가두고 싶어지는 인간의 원초적인 무언가.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을 노려봅니다.]

노려본것 만으로 그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늑들기에는 유성헌의 인생은 가볍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항상 압도적인 힘 앞에서 절망해야했고 그것을 뛰어 넘기 위해서 투쟁해 왔다. 절망과 투쟁은 유성헌의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였기에 그는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저 놈이 붙어 있는 이상 추적 스킬을 사용해도 추적은 불가능 할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다.

이 세계의 유일한 제국의 유일한 성녀. 그 여자의 특수 스킬이 사용한다면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어디있는지는 알것이다.




※※※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그런데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해서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준 ‘어디로든 랜덤 이동석☆’을 사용한것 까지는 좋았다. 어차피 정착할 곳도 돌아곳도 없는 처지였으니까.

보이는 건 울창하고 검은 빛깔이 도는 나무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풀들 뿐이었다.

움직이기는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에 큰 바위에 벌러덩 누웠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녹룡이 준 기억을 정리해야 했고 시간의 신전이란 곳에도 가봐야 했다. 그리고 임시 프로필이 만들어 졌다고 했으니 그걸 살펴봐야 했다.

“프로필.”


[이름:???(아스테르) 나이:15살(26)

직업:사멸자(死滅者)(신화), 차원이동자(???), 초능 력자(???)

능력치:체력[2],근력[1],민첩[10],지력[180],정신력[10],마력[10],초능력(염동력)[100].

속성:절망(絕望)

칭호:없음.

스킬:별의 사멸(L), 감정 파악(S), 무통증(S).

패시브 스킬: 최후의 신의 가호(측정 불과).]

위에서 부터 천천히 읽어 봤지만 역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땅을 기는 내 능력치였다. 녹룡의 기억에 따르면 건장한 성인 남성 기준 체력 30정도가 평균이다. 그런데 난 2다. 그냥 능력치는 지략과 초능력을 제외하고 쓸모가 없다.

그나마 나은건 초능력인데 녹룡에 기억에 의하면 초능력은 차원이동자가 가진 특권중 하나였다. 과거에도 차원이동자가 있었는데.

“…윽.”

머리가 아프다. 뇌에 바늘이 수십개가 박히는 두통에 몸을 웅크렸다.

[최후의 신의 가호가 당신의 정신을 보호합니다!]

머리속이 점점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그라지는 고통을 없에주고 있는 신의 가호가 아니었다면 방대한 정보의 범람에 정신이 부서졌을수도 있었다.

내가 녹룡의 기억에서 열람 할수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일단 스킬부터 실험해 보는게 좋겠다.

바위에서 일어나 허공을 보며 스킬을 떠올렸다. 그러자 창이 뜨면서 스킬이 발동되는가 싶었다.

[스킬 ‘별의 사멸’의 발동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발동이 취소됩니다.]

발동 조건은 또 뭐야.

알아야 할것이 산더미였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이 없으니 닥치는 대로 해보는 수밖에.

이번에는 나무를 바라보며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스킬 ‘별의 사멸’이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별의 사멸’이 발동합니다.]

갑자기 맑았던 하늘에 쟂빛의 구름이 끼더니 세계
가 암전되는 듯이 검은 빛이 눈앞을 덮었다. 굉음이 들렸다.

치지지지직! 치지지직!

그리고 눈앞에 재조차 남기지 못한채 사라진 나무가 있던 자리가 보였다. 그리고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뒤늦게 나타나 서둘러 기운을 차단합니다.]

“오셨네.”

허공을 올려다 보며 씩 웃었다. 잠시 떨어졌는데 몹시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큰일날뻔 했다고 말합니다.]

“왜요?”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당신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왜 저러시는 거지? 의아해 하며 메세지를 열었다.

[넌 아직 미숙한 절대멸자라서 다른 권위자들이 너에 대해 알게되면 위험해.]

“그럼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왜 저를 돕는 겁니
까?”

권위자들은 반대 속성인 절대멸자들을 싫어한다.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서 없애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계속해서 날 돕고 있었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없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럴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는 데도.

“역시 저를 동정해서 입니까? 아니면 제가 불쌍해 보여서일까요?”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그런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부정합니다.]

“그렇다면 이용하기 위해서?”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더욱더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합니다.]

“뭐, 그래요. 이유같은건 어떻게 되는 상관없죠. 중요한건 내 편인가 아닌가니까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에게서는 호의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묻는 것은 그저 내가 확인하고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였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왜 그렇게 웃느냐고 묻습니다.]

“제가 어떻게 웃었는데요?”

뻔뻔한 영업용 웃음을 지으며 싱글벙글 거리는 내 태도에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뭔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을것 같았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왠지 무언가를 들킨 느낌이 든다고 말합니다.]

역시 권위자라서 그러신가 감이 참 좋네.

“그것보다 이 스킬 아무래도 사람많은 곳에서는 못 쓸 것 같죠?”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땅은 검게 변해 있었다. 죽은 것처럼 땅에서는 조금의 생명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요하고도 정막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것보다 여기는 어딜까요?”

주의에는 온통 기괴한 나무와 풀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간 감각이 이상해질것만 같은 분위기였기에 여기 오래있고 싶지는 않았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당신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메세지가 열립니다.]

[그곳은 ‘암록(暗錄)의 장원(墻垣)’의 근처야. 네가 들어갔었던 ‘녹음의 정원’과 같이 성역이야.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성역은 위험도도 높고 무엇보다 권위자들의 눈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이니까.]

암록의 장원. 녹룡의 기억속에 있었던 장소다. 자세한
것은 볼수없지만 아마 그곳에는 호기심 왕성한 미지에 환장하는 미친 검은 용의 레어가 있다고 한다.

…미지의 것에 환장하는 용.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도록 해야겠네요. 길 좀 알려주세요.”

소름이 돋는게 예감이 안좋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겠다.




※※※




소년이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이 깔리고 둥글고 큰 하얀 보름달이 하늘에 걸렸다.

부스럭! 부스럭!

그리고 소년이 있었던 자리에 거칠게 수풀들이 흔 들렸다. 이으고 한 인영이 그자리에 나타났다.

“이게 뭐야. 어떤 자식이 감히 내 장원의 근처에 이딴 짓을 해놨지?”

검게 변해버린 땅을 바라보면서 검은 인영은 호기심이 담긴 샛노란 눈동자를 빛내며 미소지었다.

검의 인영의 동공은 신기하게도 파충류처럼 길게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위대한 용생 20년차에 이렇게 흥미로운 일을 발견하다니 역시 나야.”

검은 인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자화자찬을 했다.

“오랜만에 유희나 즐기러 가야겠다.”

짙은 회색의 머리카락은 검은 색에 가까웠다.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따라 달이 유독하게도 크고 맑고 고고하게 보였다.




※※※




조금 큰 마을의 성벽의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였다. 다행히 나에게는 백만 골드가 있었다. 그걸 조금만 경비병에게 슬쩍 주니 통과시켜주었다.

“역시 물질만능주의.”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어쩔수가 없다. 나는 차원이동자고 신분증은 당연히 없었다.

그렇다고 굶어 죽을수는 없으니까. 사실 안죽겠지만 기아를 또 경험하고는 싶지 않았다.

“뭐라도 먹어야 겠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너는 살을 좀 쪄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가요. 하긴 먹어야 크겠죠?”

하긴 내가 좀 마른 편이기는 했다. 지구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살았으니까. 혹시 모른다 많이 먹고 키라도 조금 클지.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측은한 눈으로 당신의 키를 바라봅니다.]

뭐요? 왜요? 왜 측은하게 제 키를 보는 건데요? 너무하네 진짜.

“저도 클수있습니다. 더 클겁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손수건으로 눈을 닦으며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노려보다가 다시 음식 냄새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가자 마자 문제가 생겼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측은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식당에서 쫓겨났다.

그래, 지구에서도 이렇게 쫓겨나곤 했었지. 그때는 진짜 돈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지금 내 인벤토리에는 경비원에게 준 1만 골드를 제외하고 99만골드나 남아있었다.

거지가 아닌데도 쫓겨난것이다. 진심으로 억울해졌
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옷부터 사자
고 말합니다.]

그래야겠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며 옷가게를 찾았다. 빨리 갈아입고 밥을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옷그림이 그려져있는 나무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

또 쫓겨났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배를 잡고 웃습니다.]

내 심정도 모르채 아주 즐겁게 웃고 있는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있을 것 같은 허공을 잠시 노려다 보았다.

“뭐가 웃겨요. 저 지금 굶어서 죽겠거든요? 아사 직전이라고요.”

이제는 일어설 힘도 없어서 길 바닥에 구석에 몸을 쭈구린채로 있었다. 정말 배가 고팟다. 죽지는 않겠지만 배고픔은 느꼈다. 배가 고픈건 고통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인지 무통증 스킬도 발동도 안된다.

“…아,배고파.”

배고파서 그런지 조금 어지러운것 같기도 한데. 착각인가 머리가 조금 뜨거운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나른한데.

“졸리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감겨오는 눈을 간신이 뜨며 뭐라고 말이라도 해볼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하고 의식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뭐야 다죽어가는 이런 보잘것 없는 인간이 내 장원에 손을 댄 인간이라고?”

흐릿한 시야에 흔들리는 사이로 흑발과 샛노란 눈동자가 보였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경고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도망치라고 말합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어차피 죽여봤자 죽지 않으니까 상관없을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세계에서 검은색은 인간에게 없는 색이라고 용의 기억에서 봤는데.

모르겠다. 어지러워서 그런가 사고가 느려지는 것 같았다. 잠이 온다.

“권위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나는 옅은 기운인데 하나는 다른 쪽에서 느껴지네? 신도가 아니면서 왜 권위자와 비슷한 냄새가 나지?”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흐릿한 나의 시야에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숨기고 있지만 느껴지는 미약한 위압감은 녹룡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위험하다고 본능이 외치고 있었지만 한계였다.

몸이 바닥을 향해서 떨어졌다.

“어? 인간?”

의식이 검은 바다에 잠기듯 완전히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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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16 13:06 | 조회 : 1,228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1화에 내용이 조금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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