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5)

고요한 호수에서 작은 파동이 생기더니 이내 물속에서 두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금갈색의 남자는 한팔로 작은 체구의 소년을 짐덩이 안듯이 옮겨서 물가에 내려놓았다.

살벌한 표정을 한것 치고는 꽤 조심스러운 행동이
었다.

“이런 젠장.”

물은 깨끗했지만 물에 젖은 옷이 달라 붙어서 찝찝했다. 그리고 저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 꼬마에게도 화과 머리 끝까지 났다.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꼬마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젖은 머리카락은 얼굴의 절반 정도를 덮어 버린 이유에서 였다.

“망할 꼬마.”

[초능력 ‘중력 지배’가 발동합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유성헌은 소년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중력에 의해 물방울이 빠른 속도로 떨어져 소년도 유성헌도 금새 옷이 말랐다.

“이상하군.”

유성헌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대들거라고 생각했던 꼬마가 너무 얌전했다. 짜증이난 유성헌은 멱살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꼬마의 덥수룩한 앞머리를 올렸다.

그리고 복합적인 충격을 받았다.

꼬마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와 풍성하고 검은 속눈썹, 오똑한 코. 그리고 조금 말랐지만 유려한 턱선부터 오 밀조밀하게 생긴 외모는 한국인 치고는 너무 화려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흑요석같은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초점 없이 풀린 눈이 땅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에 유성헌의 화가 차갑게 식어 가라앉았다.

“…젠장.”

유성헌은 멱살을 잡은 손을 내려 놓고 한쪽 팔로 꼬마의 허리를 감아 들어올려 그대로 녹음의 정원을 빠져 나가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힐러나 치유의 신성력을 사용할수 있는 신관을 찾아야 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지만 그의 팔에 축 늘어진채 있는 소년의 몸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숲에서 빠져나온 유성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통 초원이었지만 이곳은 결계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었다. 결계의 문을 찾아야만 빠져 나갈수 있었다.

결계의 문의 위치는 매번 바뀌며 그것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섬멸자인 자신조차 운으로 단 한번 들어갔다가 녹음의 정원이 결계를 거두어 주는 수고를 해준 덕분에 나갈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
라봅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당신
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저 이상한 권위자는 어떻게 된일인지 자신을 돕고 있었다. 권위자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유성헌은 애써 납득했다.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왼쪽에서 여섯걸음으로 간 뒤에 뒤에 앞으로 두 걸
음.]

간단한 일이었기에 유성헌은 시키는 대로 왼쪽으로 여섯걸음 걸은뒤 앞으로 두걸음 걸었다. 그러자 유성헌의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이 사라졌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아이의 상태를 볼 것을 종용합니다.]

“시끄럽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아이는 괜찮냐고 묻습니다.]

“당신이 알바가 아닐텐데?”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생전 처음보는 생물을 보는 것 마냥 유성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그 아이는 마음에 든다. 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하고 융통성없는 외곪수 기질을 가진 신이라고 불리는 권위자를 어떻게 꼬신건지.

“…하.”

그때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바로 유성헌의 허리에 짐짝처럼 들린 소년에게는 나는 소리였다.

유성헌은 조심스럽게 소년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소년은 땅바닥에 앉아서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허공에 뜨는 시스템 창을 뜨며 나는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죽지 못한다는 것을 완전히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심장이 뚫려도 머리가 날아가도 죽음이 나를 거부하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던 그날처럼.

“…하, 하.”

매마른 웃음을 짓는 소년을 향해서 유성헌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곧 손을 다시 거두어야 했다.

파지지지직! 파지직!

검은 스파크가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다는 듯이 위협하듯이 소년의 몸에서 감싸듯이 올라왔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경악합니다!]

유성헌은 저 검은 스파크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와 같이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저것은 자신이 절대멸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몸에
서 흘러나왔던 검은 스파크였다.

갑자기 하늘이 검게 물들고 불길한 바람이 불며 모든 동식물들이 두려움에 떨며 침묵했다. 멸(滅)에게 선택 받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같은 절대멸자라고 할지라도 선택받는 도중에 건드는 것은 위험했다. 성유헌은 몇 발자국 물러나며 소년을 살폈다. 그리고 굳어졌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심장을 부여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멸에게 선택받을때 고통은 없다. 그렇다면 저 소년은 왜 저렇게 울고있는 것이지?

유성헌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소년을 계속 응시했다.

“…흑, 으.”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계속해서 뜨는 시스템 창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흐느끼는 나의 울음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어째서 이런 괴물인것이지? 어째서 나만?

그동안 눌러왔던 절망이 깊은 곳에서 올라오며 정신을 침식해갔다.

[당신의 깊은 절망에 절망 속성의 권위자들이 당신에게 주목합니다!]

[일부의 권위자들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일부 멸신(滅神)들이 당신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나는 죽고싶다. 이미 많은 것에 지쳤다. 억눌렀던 감정들은 고일대로 고여 지금은 썩어 문들어져서 나의 정신을 갉아 먹고 있었다.

파지지지직!

[최후의 신의 가호가 불발합니다!]

[경고! 당신의 정신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불행했다. 태어날때 부터 버려졌고 키워준 사람에게서도 버려졌다. 그리고 세계에서 버려졌다.

…모든것에게 나는 버림받았다.

검은 스파크에 불온하게 빛을 내는 보라색을 품었다. 그것은 소년을 집어 삼키는 듯이 점점 몸짓을 키워나가며 이내 하나의 거대한 검은 번개의 기둥이 되었다.

“나는 어째서.”

…태어난 거지?

그 누구도 나를 불러주지도 필요로 해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아득아득 버텨온 나의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던 걸까? 치열하게 살고 싶었던 나의 삶은 그저 흔한 불행중에 하나였을까?

[당신의 속성에 절망이 깃듭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을 보며 나는 즐거웠다. 행복하게 웃던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모두 공평하게 죽음에 절망하고 두려워 했으니까.

오직 나만이 그 불행에서 행복했다. 오직 나만이 그 순간에서 만큼은 살아있었다.

나를 감싸는 검은 기둥을 보며 한탄했다.

“아,아아아아.”

이제는 웃는건지 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흐르는 눈물의 감촉도 전부 모르겠다.

그때 검은 기둥이, 검은 색이 나에게 속삭였다.

너는 어두운 곳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라고.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빛날수 없다. 나는 어둠속에서 가장 밑 바닥으로 가라앉는 존재였으니까.

[당신의 자신의 정의(定義)를 하였습니다!]

[당신의 프로필이 만들어집니다!]

머리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다정하지만 냉혹하며 상냥하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너는 어둠속에서 가장 옅은 빛을 내는 자. 너의 이름은 아스테르(αστηρ).》

[당신은 ‘절대멸자’ 가 되었습니다!]

나는 죽을수 없다. 그렇다면 살아야 했다.

[멸로부터 받은 당신의 속성은 사멸자(死滅者)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당신의 새로운 직업이 추가됩니다!]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고 나는 그것조차 모른다.

시스템의 창을 읽을 틈도 없이 정신 아득히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기둥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눈이 감기며 몸이 땅으로 쓰러져 가지전 누군가가 내 몸을 강하게 잡는 것이 느껴졌다. 어딘가 익숙한 체온에 눈을 감고 편안하게 정신을 잃었다.




※※※




어두운 밤. 희미한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침대에 죽은 듯이 창백한 얼굴로 기절해 있는 이의 얼굴을 비추었다.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창백한 얼굴을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금갈색의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내려다보았다.

유성헌은 유독 이 망할 꼬마만 관련되면 이상해지는 자신을 이해할수없었다. 그는 꼬마가 사라졌을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꼬마가 성역 ‘녹음의 정원’ 에서 잠들어 있던것이 떠올랐고 그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도움을 받아 녹음의 정원에 들어갈수 있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검을 희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직감이 알려준 곳은 크고 맑은 호수였고 그는 망설이지도 않은채로 호수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둠속 옅은 빛을 내고 있는 꼬마를 찾았다. 호수에서 나오자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꼬마에게 서는 옅은 빛이 나지 않았다.

꼬마는 수중 호흡에 관련된 스킬이 있는 것인지 오랜시간 물속에서도 숨을 쉬고 있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아이를 살필것을 강조합니다.]

절대멸자로서 각성이 끝난 이후 대부분의 권위자들은 흥미를 잃었는지 아니면 조사 하느라 바쁜것인지 사라졌지만 저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멸은 근원의 반대 속성이었다. 근원은 만들어내는 흐름이라면 멸은 그것을 없애는 흐름이었다. 그래서 근원으로 부터 선택받은 거이 대부분의 권위자들은 멸자를 특히 절대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절대멸자를 싫어하고 경계했다.

그냥 멸자도 아니고 절대멸자를 권위자가 저렇게 걱정하다니. 유성헌이 차원이동을 한지 몇백년이 지났음에도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메세지를 보냅니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저렇게 메세지를 계속 보낼수 있을 정도면 상당히 상위권에 속하는 권위자인것 같은데 알려진 신도도 없었고 백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들은 적도 없었다.

[이틀이나 지났는데 왜 안일어나?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이틀동안 안절부절 못하며 지켜보고 있는 꼴이 우스워서 한숨같은 웃음이 유성헌의 입에서 나왔다.

“몸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

영양 실조에 피로가 축적된거 빼면은.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습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이상한 권위자를 무시한채로 유성헌은 떠있는 다른 시스템 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당신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느순간 퀘스트가 끝나 있었다.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처절하고 서럽게 울고 있던 것일까?

유상헌은 지쳐보이는 얼굴이 마치 이 세계에 처음 떨어져서 고된 일에 지쳐있었던 자신과 겹쳐서 보였다.

사실 힐러까지 협박해서 이 소년을 치료하고 여관에 방을 잡아둘 필요까지 없었다. 같은 차원이동자라 할지라도 유상헌은 동료를 만들 생각은 없었고 배신당하는 기분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다.

죽지 못하게 막은 것은 그저 시련을 달성해서 ‘예지자의 진리의 눈동자’ 를 얻기 위해서 였다. 다음 스테이지를 깨고 더욱더 강하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것을 얻었으니 이제 버리고 가도 상관없었을 텐데. 자신은 굳이 저 꼬마를 들쳐 업고 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랜 고뇌의 결과.

그는 결국 인정해야했다. 자신이 같은 차원이동자인, 그것도 같은 나라에 살았던 자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지금도 과거의 자신을 겹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충고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당신
에 메세지를 보냅니다.]

유성헌은 갑자기 경고하는 권위자의 행동에 한쪽 눈썹을 구기며 메세지를 열었다.

[그건 그만둬.]

무엇을 그만두라는 말이지? 권위자들의 말은 항상 무언가를 빼놓고 아리송하게 말했기에 유성헌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을 말이지?”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침묵합니다.]

한때 인간이었던 자들이 같잖은 신 행세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성헌은 날카로운 눈으로 허공을 노려봤지만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저 옅은 걱정이 느껴지는 시선만을 높은 능력치가 알려주었다.

그때 말라 뼈가 그대로 보이는 손가락이 살짝 움직이더니 긴 속눈썹이 흔들리며 흑요석처럼 검은 눈동자가 흐릿했던 초점을 맞추어 나갔다.

“일어났군.”

일어나자 마자 들리는 불쾌한 목소리에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저 미친놈이 왜 있는 거야.

서둘러 몸을 일으켜 침대 끝으로 몸을 붙였다.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에도 유성헌의 표정의 변화는 없
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나를 따라오도록.”

“내가 왜?”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여전히 반항적이고 적의가 가득한 눈을 보자 유성헌의 금갈색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드래곤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을 긴장시키는 위압감에 등뒤에서 식음땀이 흐른다.

저 행동이, 저 말들이 과거의 아주 오래된 기억을 일
깨운다.

“닥치고 그냥 따르도록.”

닥치지 못해?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거야.

“그것이 너에게도 좋을 것이다.”

그게 너에게도 좋지 않니? 맞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아?

구토감이 든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어지럽고 숨이 막힌다. 그 여자의 그림자가 나의 숨통을 조르고 나를 조롱한다.

벗어날수 없다고.

“시끄러워.”

유성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당신이 뭔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야?”

미약한 살기까지 일으키며 자신을 노려보는 소년의 태도에 유성헌이 자신의 격을 일으켜 소년을 속박했다.

“…헉!”

거대한 기운이 나를 압박했다.

목을 옥쬐이고 손과 발에 무거운 족쇄라도 찬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손가락을 움직이지도 눈을 감지도 못한채 구속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감각이 과거의 기억을 점점 되살려 갔다.

[최후의 신의 가호가 당신의 정신의 일부를 보호합니다!]

최후의 신의 가호 덕분에 조금 숨쉬기는 편해졌으나 구속감은 그대로 였다.

토 나올것 같다.

입속에서 쓰고 신 위액의 맛이 느껴졌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을 보호합니다!]

그때 갑자기 느껴는 더 거대한 기운이 부드럽게 나를 덮어가며 지키려는 듯이 감싸안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나를 구속하고 있던 구속구를 벗겨내듯이 몸이 서서히 가벼워졌다.

“방해하지 마. 주제 파악을 하는 중일 뿐이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을 노려봅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경고합니다!]

계속해서 권위자들의 적인 절대멸자인 저 꼬마를 보호하려고 드는 처음보는 권위자의 태도에 유성헌은 어이없다는 듯이 시선이 느껴지는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침대에서 일어나서 방문을 열더니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결계를 쳐두었으니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있도록.”

탁!

문이 닫히자 거친 숨이 밀려나왔다.

“…허억, 허억!”

식은땀이 나고 있는 이마를 대충 손등으로 닦고 호흡을 진정시켰다. 아직도 시끄럽게 뛰고 있는 심장이 짜증났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괜찮냐고 묻습니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는 듯한 말투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기절할것 같았다.

“벗어나고 싶어.”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대가를 지불하고 당신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벗어나고 싶다면 도와줄게. 내 힘을 빌려줄테니까 네 옆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저 사람은 아니, 저 권위자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돕는 것일까. 방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가 불쌍합니까?”

어린 외모에는 맞지 않는 말투였다. 하지만 이게 나에게는 진짜 말투였다.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놀랐겠지. 나는 내가 인정한 사람에게만 존대를 하니까. 이것이 나에겐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절대 꺽이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날으로 부터의.

“도와주세요.”

가엾게 보이고 불쌍해보이고 비참해보여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이런 나를 차별없이 바라봐 주는 사람.

어쩌면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나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아니라 신에 가까운 존재지만.

7
이번 화 신고 2019-06-14 20:52 | 조회 : 1,226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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