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1)

14-1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1)

정체를 알수없는 마법이 저택을 뒤덮고 난후, 깨어난 아가씨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이였다.

"아....잠시 졸다가 잠들어 버렸네..."

누가봐도 수상했던 이곳의 사람들의 태도.
지금은 모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평소와 똑같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가씨."

"응? 왜?"

난 입을 열려다 관두었다.
지금 아가씨가 이것을 알고 괜히 기웃거렸다가는 더 위험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숨죽여야 할때.

'조사는 다음으로 기약해둬야겠어.'

"난 수업하러 가야겠어."

"수업이요?"

"집에 와도 공부는 해야된다네."

아가씨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방밖을 나섰다.
내가 할 일은 아가씨를 배웅해드리는 것 뿐이였다.

『린의 시점』

머리가 띵하고 울린다.
아까보다는 나아졌지만 내 머리는 아직도 자신이 아프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뭔 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나는 아버지와 마주치고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존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딱히 그 사이에 뭔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고.

'술도 마시지도 않았는데.'

문뜩 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연약한 나다.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잔병치레에도 생사가 오가는 몸이 되고 말것이다.

'뭐, 그정도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는게 중요한거다.
나는 이 수업이 끝나고 아버지에게 말하기로 다짐하며 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내가 들어가자 나의 가정교사 토니 선생님은 날 알아보고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선생님도 잘 지내셨어요?"

"네, 이 자작가의 보살핌 덕분이죠."

난 방안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토니 선생님은 늘 그렇듯 책상 위에 책을 펼쳐놓으셨다.

"많이 성장하신것 같네요."

"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적어도 아무것도 못하던 예전의 나와는 다르다. 확실히.

"오늘은 뭘 배우고 싶으신가요?"

나와 선생님의 수업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하나의 책을 정하고 진도를 나가는 것과는 달리 내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였다.
물론 내가 준비 안하면 말짱 꽝이된다.

"오늘은....종교와 정치에 관해서요."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오랜만에 돌아왔더라도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기억에 잘 남아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서야된다.

"남은 날동안 그정도면 꽤 서둘러야겠군요. 속성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걸 대비해 일단 나라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실세를 담당하는, 귀족들.

"잘 부탁드립니다."

"종교와 정치는 꽤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그 부분을 위주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날부터 토니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핀과 알데는 기사수련장에서 '실전'을 하는 법을 배운다고 했고, 지니는 공방은 거의 쓰지 않고 도서관에 있었다.
가끔 공방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정치와 종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건 아시지요?"

"네."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간의 신념이 만들어낸 역사다.
신념은 마약과도 같아, 신념이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돌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거기에 종교가 들어가면, 그 신념은 더욱 굳건해진다.

"종교가 정치에 들어가게 되면, 명분을 얻습니다."

인간은 약한 생물이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몸으로던, 마음으로던. 그렇기에 신앙이 되어, 자리를 잡게 되면 무서워진다.

"종교는 정치를 지지해줍니다. 그리고 권력과 돈을 얻습니다. 정말 성실하신 사제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게 현실이지요.
정치는 종교를 보호해줍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얻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바는 잘 알았다.
이른바,

""저자는 이단이다.""

""신의 뜻으로 악한 자들을 처벌하라.""

나와 선생님이 동시에 내뱉은 말.
종교가 다수가 되어버리고, 권력을 업으면, 거기에 대항할 자는 거의 없어진다.
절대 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마수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마왕'이란 세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교회는 그들을 이단으로 지정하고, 용사를 파견합니다."

"토니 선생님은 마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가씨와 같을 겁니다. 마족은 하나의 종족일 뿐, 악마가 아니다."

"...제국의 교회도 다른 신을 믿는 자가 보면 이단일텐데 말이죠."

토니 선생님은 책상을 손끝으로 쓸었다.
얼굴에는 쓴웃음이 걸려있었다.

"뭐...욕심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겠죠."

"악마는 어떤 존재인가요?"

"악마는 솔직히 말해서 성가신 것입니다."

"그런가요?"

악마는 엄청나게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이 나온다.
무고한 인간을 꾀어낸다던가, 사람을 살육하던가.

"어떤 악마든 그 악마의 파편에 소원을 빌게 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대신 대가를 바치게 되고요."

"역시 영혼이라던가...?"

내 대답에 토니 선생님은 인자하게 웃으셨다.

"아뇨, 마력을 가져갑니다. 영혼은 쓸데가 없거든요."

악마들이 영혼을 가져가 봤자, 자랑하는 것 빼고는 쓸데도 없을걸요, 라고 말씀하셨다.

"악마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

"우리들이 생각하는 악마는 오랫동안 인간이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상상을 부풀리고, 변질 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지금의 악마입니다."

토니 선생님은 자기도 악마를 본적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악마를 보는 날이 있다면, 그것은 그날이 생애 마지막 날이겠지요, 라고 덧붙이셨다.

"자, 그럼 이제 정치의 심화단계로 들어가 볼까요."

토니 선생님은 얇은 책을 피셨다.
선생님이 말하시는 정치는 간단했다.

1번. 연기

2번. 말빨

3번. 눈치

이 3개만 있으면 대대손손 만수무강 할 수 있다고 말하셨다.
연기는 보기만해도 구역질나는 원수앞에서도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고, 세 치의 혀로 왕을 유혹하고, 눈치보면서 줄을 잘 서기.
얼마나 참된 관리인가.

"이 3개를 다 할 수 있는 인간이 있긴 하겠지만, 완벽하게 할수는 없겠지요."

그렇기에 역사가 바뀌는 거겠지?
아마 그럴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은 3시간 정도하고 끝났다. 오늘은 돌아온 첫날이니 좀 쉬라고 권하셨고,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아까 좀 자서 피곤하진 않은데 뭘하지?
아아, 예전 세상에서는 핸드폰게임하면서 놀았는데.....에?

'핸드폰?'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은말 뒤에는 무슨 뜻인가하는 의문이 따라왔다.
아무래도 이전 지식인것같은데, 어떻게 생긴지는 알아도 뭐에 쓰는건지는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슬슬 궁금해지는데.'

간간히 떠오르는 기억에 대해 정리해보자.
나는 린 아그네스 리그렛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정확하게 구분지을것은 나는 이전 기억이 강렬하지 않다.
드문드문 떠오르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기억.
하지만 내 자아는 내가 '린'이 아닌 저번 생의 것이라고 의식하고 있다.

'대체 전생의 '나'는 무슨 삶을 살았을까.'

내가 모르는 지식들이 떠오르는 것을 봐서는 평범한 이가 아닐것이다.
머나먼 고대인인가? '내'가 종종 떠오른 풍경과 물건들을 봐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가씨, 샤를님께서 잠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네, 간다고 전해주세요."

나는 상념을 떨치고 어머니께 갔다.
내가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뭔가를 쥐고 계셨는데, 잘보니 목걸이였다.

"아 왔구나."

어머니는 보배같은 미모를 변함없이 보이시며 내게 목걸이를 걸어주셨다.
조그만 보석들로 장식되어있는 예쁜 목걸이였다.
내 취향에 맞게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우리 딸이 유드그라실에 입학한 기념이란다. 우리 가족의 진심을 담았어."

"....감사합니다, 어머니."

나는 순간 울컥했다. 뭔지는 몰라도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랐다.
마치 처음 느껴보는 것처럼.

"어머니를 안아도 되나요?"

"얘는, 우리가 언제 그것까지 허락을 받는 사이였니?"

나는 어머니를 끌어않았다.
정말 포근해서, 안심이 되는 기분이였다.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어머니.

'이 일상을 지키고 싶어.'

내가 파멸하는 엔딩도 일어나지 않아.
우리 가문이 멸문 당하지도 않아.
그런 결말이 내가 도달할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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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07 17:18 | 조회 : 525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후, 요즘 필력이 딸리내요. 아이디어는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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