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 스테이지 1 - 휴식의 방






-여긴.....

수연은 자신이 처음 보는 백색 공간에 있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은 그의 무의식.
수많은 화살에 관통당해 쇼크로 기절한 후 죽어가는 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서서히 정신이 든 그는 자신의 다리를 서둘러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는 화살을 맞기 전처럼 멀쩡한 상태였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확인이 끝나자 그는 상황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지하 터널에 있던 함정에서 그는 분명 화살에 다리를 맞았고 그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멀쩡한 지금 그의 모습과 백색의 공간을 합쳐보면....

-나는 또다시 죽은건가.

허탈했다.
이왕 다시 살아난 거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는 생각이었는데 화살 함정에서 방심을 해 죽게 되다니.
전방을 확실히 막고 있었던 그의 허벅지에 화살이 박힌 것으로 보아 옆에서 화살이 발사된 듯 했다.
자만했다.
옆에서 발사 되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자신이 죽어가는 것이라 인지한 그는 그림자도 없어 공간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는 백색의 공간에 주저앉았다.

-...크큭.

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다.

-크흐흐흐...
입을 실없이 벌리고 몸을 떨며 웃는 수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죽는다.

두 번째 죽음이라 담담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죽음에 그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살 수 가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거대한 삶에 대한 집착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오열하던 그의 얼굴에 뜨거운 열기가 닿았다.

고개를 든 그의 얼굴 앞에 주먹만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간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그 불꽃에 가져다 댔다.

그의 손끝에 닿은 불꽃은 주춤하더니 순식간에 그의 팔을 타고 올랐다.

탐욕스럽게 그를 집어삼키며 그 크기와 밝기를 키워나가는 불꽃의 이름은 '삶'.

그는 불꽃에 휩싸여 입꼬리를 올렸다.



***



지하터널의 화살함정.

바닥에는 수연의 다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한가득 쏟아져 있었고 그의 다리에는 수십 대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움찔.
화살함정의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연의 손끝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손끝을 시작으로 미세한 떨림이 그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떨림이 몸 전체를 돌고 그의 심장으로 다시 모였을 때.

그는 눈을 떴다.

"푸하아아아...!"

터져나오듯이 호흡을 내뱉은 그는 깊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살았다!"

다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며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다리는 수많은 화살이 박혀 걸레짝이 된 상태였고 그가 엎드려 있는 곳은 좌우 전방까지 화살이 튀어나오는 곳이었다.

그의 앞쪽의 벽까지는 5미터 정도가 남은 상태.

"어쩌지..."

이곳에서 무턱대고 움직었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게 뻔했다.
더욱히 벽 끝까지 간다 해도 어떻게 될 지는 미지수.

잠시간 끙끙대고 고민하던 그는 벽의 바로 앞 1미터 까지는 타일이 깔려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 화살함정은 바닥의 사각 벽돌을 밟으면 발동되는 함정으로 그는 추정하고 있었다.
그럼 벽돌이 없는 저곳은....

"안전할 거야."

생각이 정리되자 그는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그의 손에 쥐고 있던 창대를 앞으로 최대한 뻗어 창끝 갈고리를 바닥의 타일에 걸었다.
이어 왼팔로 얼굴의 앞쪽을 가린 뒤 그는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는 지금 쓸 수 없는 상태이다.
유일하게 그의 몸을 움직일 수단은 두 팔 뿐.

"흡!"

숨을 훅 들이쉬며 그는 오른팔로 창대를 세게 당겼다.
그 반동으로 그의 몸은 앞으로 죽 밀려났다.

-핑

-카각!

다행이 발사된 화살은 한대.
그것도 앞쪽에서 발사되어 방패에 막혔다.

남은 거리는 2미터 정도.
다시끔 창을 뻗어 타일에 건 뒤, 그는 다시 창대를 세게 당겼다.

-츄아아악!

앞으로 미끄러져 나간 그는 마지막에 재빨리 몸을 틀어 타일이 없는 벽 앞 1미터 구간으로 들어갔다.

출햘이 심한 상태에서 격한 움직임을 하자 머릿 속이 쩡 하고 울리며 눈앞이 순간 하얘졌지만 그는 고개를 털며 정신의 끈을 붙잡았다.

벽 앞에 도착한 그가 함정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안도할 틈도 없이 벽의 한 가운데에 실금이 생기며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그그긍

알 수 없는 상황에 몸을 긴장하고 있자 시야 구석에 그동안 잊고 있던 빛이 깜박였다.

이어서 들려오는 기계음.

[스테이지 1 - 1 클리어. 휴식의 방에 진입합니다.]

휴식의 방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수연은 정신없이 좌우로 열린 두꺼운 벽을 지나쳐 기어갔다.

등뒤로 닫히는 벽을 보는 그의 귓가에 기계음이 들려왔고 그는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



-수연아. 우리 수연이는 커서 누구랑 결혼할래?

-응....나는 커서 엄마랑 결혼할거야!

-이녀석아. 엄만 내꺼야. 너한테 못 줘.

-으으으....

-어이구 하다하다 아들한테 질투하세요? 어구구 우리 수연이는 엄마가 그렇게 좋아?

-응!

-아유 수연이는 왜이렇게 귀여울까?

-에휴... 여보 나도 사랑해 줘. 사랑이 부족해.

-풉. 이리 와요. 뽀뽀해줄게.

-아아니 나...나중에 해 줘!

-엄마 아빠 뽀뽀해?

-어?? 어...

-쿡쿡. 왜 애기 앞에서 부끄러워해요.

-아니... 큼.



***



"으으음..."

몸을 뒤척이며 누워서 자고 있던 수연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뜬 그에게 보이는 것은 검은색 화살 수십 개가 자신의 얼굴 앞에 있는 것이었다.

"으아악!"

정신이 확 들며 몸을 일으킨 그는 앉은 상태로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깜짝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그는 자신이 휴식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와... 진짜 식겁했네...왜 화살이 여기 있어?"

자신을 놀라게 한 화살더미를 바라보던 그는 문득 그의 다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려다보자 갈기갈기 찢기고 구멍이 난 양복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구멍 사이로 보이는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살.

"내가 아직 꿈을 꾸는 건가?"

멀쩡해진 다리를 보고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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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8 17:38 | 조회 : 1,065 목록
작가의 말
처음

오늘 오랜만에 딸기우유를 마셨어요. 맛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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