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화 - 스테이지 1




귀에 물이 들어찬 듯한 먹먹함과 멀미같은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감았던 눈을 뜨자 터널같은 공간이 보였다.
기억나는 것은 마지막으로 들었던 목소리의 말.

'죽는다.'

죽음.
이미 한 번 격었기에 더욱 더 싫어지게 된 그것은 수연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을 도왔다.

목소리에 따르면 이곳은 스테이지 1일 것이다.
생명의 위험마저 감수해야 할 위험한 곳인 것.

수연은 왼팔에 매어져 있는 원형팡패를 다시끔 단단히 동여맸다.
오른손에 있는 창은 중간보다 약간 뒤쪽을 잡아 무게중심을 창끝으로 향하게 했다.
몸을 살짝 낮추고 사주경계.

그러기를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각의 터널처럼 생긴 이 공간은 뒤쪽은 벽으로 막혀 있었으며 앞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벽과 천장은 석재로 만들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나무 뿌리같은게 보이는 것이 이곳은 지하인 듯 했다.
어느 정도 안전한 것이 확인되자 그는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이수연
레벨 : 1
칭호 : (없음)
체력 : 10
마나 : 0
힘 : 5
민첩 : 5
스킬 : (없음)

《선천》
1.?
2.?
3.?

《후천》
(없음)
포인트 : 5

<상점>
(※5레벨 이후 이용 가능)


뭐라도 있을까 싶어 연 상태창에는 여전히 변화된 것은 없었다.

수연은 이왕 이렇게 돈 거 차분히 자신의 상태창을 살피고자 했다.
상태창에는 체력이 10 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목숨을 뜻하는 듯 했다.
10 이라...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지는 않은 것은 확실했다.
자신의 힘과 민첩은 5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역시 결코 높은 수치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으로써 그리 둔한 편은 아니였지만, 마찬가지로 그다지 센 편도 아니였다.
마나는 말 그대로 마법이나 스킬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에너지원인 듯 했지만, 자신에게 마나는 하나도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마법이란건 공상인 곳에서 살아왔으니.

스킬...은 마나로 쓸 수 있는 내 능력이겠지.
이건 선천과 후천 스킬로 나뉘어져 있다.
선천 스킬은 아마.. 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을 뜻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물음표로 가려져 있어 무슨 스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건 아마 나중에 알수 있으려나.
후천 스킬 역시 내게는 하나도 없었다.

그 밑에는 5점의 포인트가 있었다.
아마 기본으로 지급해 준 것 같은데, 어떻게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밑에 상점은 5 레벨에 열리는 듯 하니 지금 당장 쓸 수 있지도 않았다.
인터넷처럼 검색할 수 있으면 좋은 텐데.
별 생각 없이 포인트 글씨를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상태창 위에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이건 뭐..."

아!


《포인트》
설명 : 스테이지의 시련을 이겨내거나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 레벨 업 보상 등으로 얻을 수 있다.
포인트는 스탯이나 상점에서 소모할 수 있다.


새롭게 떠오른 창은 포인트의 설명이었다.
세상에.
검색은 아니지만 설명 정도는 볼 수 있었다.
포인트 외에 다른 몆 가지를 클릭해 보자 선천스킬 외에는 대부분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설명에 의하면 체력 마나 힘 민첩 등의 스탯들은 포인트를 통해서도 성장이 가능했지만 운동같은 행동을 통해서도 성장이 가능한 듯 했다.
또한 내 생명력 같아 보이는 체력은 다른 스탯이 성장함에 따라서 오르는듯 했다.

그외의 설명들은 대부분 내가 추측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킬의 습득 조건은 알지 못했지만.
뭐, 이건 앞으로 차차 부딫히면서 알아갈 수있겠지.

수연은 어느 정도 상태창에 대한 확인이 끝난 후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터널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다.
군데군데 걸려있는 노란 횃불이 유일한 빛으로서 터널 안을 밝혀 주었지만 결코 밝지는 않았지게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했다.

쓰읍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수연은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몸을 낮추고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눈밑부터 가슴까지를 가린 채 나아가는 수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앞을 응시했다.

무엇이 나올 지 모른다.

마물과 마족이라고 했으니 마물, 마족이 다 나올 수 있다.

저벅.

저벅.

저벅.

고요한 지하터널 안은 수연의 발소리만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

후우...

주변이 너무나도 고요하자 수연은 자신의 숨소리마저 너무나 크게 들려와 거슬렸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나가던 수연의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끊어지려 할 즈음.

횟불이 몇 개 없어 확실하진 않지만 저 멀리 앞쪽에 벽이 보였다.

'막다른 길?'

설마 아무 일 없이 끝나는건가?

그럴 리가.

오히려 처음으로 생긴 터널의 구조의 변화였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수연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을 때 였다.

푸슥.

그의 내딛은 발 밑에 있던 정사각형의 벽돌이 아주 살짝 밑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핑

정말 작은 소리가 수연의 귀에 들림과 동시에 왼팔의 방패가 강한 충격을 받고 그의 턱을 쳤다.

"크윽...!"

수연은 얼얼한 왼팔과 턱의 고통을 참고 째빨리 방패로 얼굴을 가리고는 엎드렸다.

푸슥 푸슥.

-피피핑

-카카캉!

그의 주변의 벽에 무언가가 부딫히며 불똥이 튀겨왔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자신을 공격해 왔다.
이 사실에 수연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며 등이 싸늘해졌다.

그렇게 엎드려 방패로 머리를 가린 상태로 가만히 있던 수연은 더 이상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 것을 깨닿고는 조심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방패를 확인했다.
방패의 아래쪽에는 검은색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지금까지 공격해 왔던 무기는 화살인건가? 하지만 어디서...?'

그가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보았다.
역시나 보이는 것은 막다른 벽.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수연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마물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정 또한 존재할 것.'

머릿속에서 함정이라는 잠재적 결론을 내리며 그는 엎드린 상태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바닥에 닿아 있던 팔꿈치에 무게가 실리자 또다시 약하게 줄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핑

"젠장!"

재빨리 방패를 얼굴 앞으로 들어올린 수연은 방패의 가장자리에 튕겨나가는 검은 화살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뭐지?
함정의 발동 조건을 생각하던 그는 자신이 움직일 때 마다 바닥이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패로 단단히 가리고선 발등으로 바닥의 벽돌을 꾹 눌렀다.

푸슥.

-핑

-카각!

수연은 바닥의 벽돌에 일정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앞쪽의 벽에서 화살이 발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함정의 작동 원리는 대충 알았다.
이제 생각해야 할 것은 함정의 파훼 방법인데...

그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가 엎드려 있는 이곳에서 저 벽까지의 거리는 대략 50미터.

'가능할까.'

그가 생각한 방법은 방패로 얼굴을 가리고선 무게중심을 분산시켜 최대한 벽돌을 누르지 않으며 천천히 벽으로 기어가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생각만 하고 있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 수연은 천천히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푸슥.

-피피핑

가는 내내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지만 그의 팔꿈치나 무릎에 벽돌이 눌려 화살이 발사되었다.
한참을 기어가던 그는 잠시 멈추어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반 정도 남은 건가.'

좋다.
이대로면 문제 없다.

약간 자신감을 얻은 수연은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핑핑

계속해서 들려오는 발사음.

하지만 엎드려 있는 그에게는 별 다른 해를 끼치지 못했다.
그에게 날아온 화살도 방패에 막혔다.
욱신거리는 왼팔을 달래며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기어갔다.

-핑핑

-슈슈슉

"이것도 나름 스릴 있네."

자신의 위와 옆으로 스쳐가는 화살을 보는 그는 점점 여유로워 지기 시작했다.

-핑 피핑

-턱

계속해서 나아가던 그의 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턱?'

그의 의문은 순식간에 풀렸다.

"끄아아아아악!"

그의 허벅지에 화살 한 대가 깊숙히 박혀 있었다.
머릿속을 하얗게 만드는 고통에 그는 엎드린 상태로 몸을 경련하듯 떨었다.

푸슥.

-핑
-핑핑

-터터턱

두꺼운 고기를 써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며 그의 통증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 갔다.

"으그으으윽... 끄으윽..."

수연은 수용량을 넘은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턱
-터터턱

귓가로 들려오는 육편을 가르고 화살이 박히는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잠시 후.

여전히 엎드려 있는 수연은 더 이상 경련하기를 멈추었고 화살 역시 발사되기를 멈추었다.



***



수연은 또다시 죽게 되었고, 그의 짧은 두 번째 삶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게 되었다.





<완결>

























뻥.

뻥입니다 여러분.

헤헤...


죄송합니다...

1
이번 화 신고 2019-05-15 18:42 | 조회 : 940 목록
작가의 말
처음

사랑합니다 여러분 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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