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이 학교로 오는 게 아니었어

“하아…”

가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자신이 바라던 교실의 모습이 아니었다.

“야, 너 어제 그 프로 봤냐? XX 웃기던데!”

“나도 봤어! 우리 가족 다 X라뿜음~”

“학교 오기 싫어 죽는 줄 알았어…”

“급식 뭔지 아냐?”

가을은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 한시간 통학을 그냥 받아들였어야 했나?’

교실 안을 쭉 둘러보았다.

아무리 쉬는 시간이라 해도 그렇지, 산만하기 짝이 없는 난장판이었다.

교실 반대편에서도 너무 잘 들릴 만큼 크게 떠들고 있는 애들,

카드 게임을 가져와 요란법석하게 놀고 있는 애들,

매점에서 빵과 과자를 한가득 사가지고 나눠먹는 애들,

나잇값 못하고 남의 책상이나 의자 위를 밟아 올라다니는 애들까지.

벌써 몇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조금도 익숙해질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가을이 다니던 중학교는 별 문제 없는 멀끔한 중학교였다.

그곳에서 전교 5위권 내에 들던 가을은 지망했던 명문 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통학하기가 불편하고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이유로 결국 집 근처인 석천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학교가 어떤 학교이냐 보다는 본인이 어떻게 공부하냐가 더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가을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동네에 가을이 다니던 중학교 외에 다른 중학교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중학교는 공부를 별로 시키지 않기로 꽤나 입소문이 퍼진 학교였다. 그리고 그 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가까운 석천고로 진학했다.

가을의 염려는 그 중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학교 분위기를 흐리고, 다른 학생들의 공부까지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염려는…

‘생각했던 것 보다 심각하잖아…’

가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원래 지망했던 고등학교로 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을 백번 후회중이었다.

이런 산만함과 시끄러움 속에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아니 공부 안할거면, 남들 방해나 하지 말던가…!’

물론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고, 속으로만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쉬는시간은 어느새 1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반 아이들은 제자리에 돌아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오늘도… 우리 반 애들은… 엄청 활기차.”

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쉬는 가을을 알아차린 민규가 불쑥 말을 걸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가을은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민규 역시 가을과 같은 중학교를 나왔기에, 이런 광경이 익숙하지 않을 터였다.

그 역시 가을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쉬는 시간에 반에서 문제집을 푸는 그런 학생이었다.

공부는 커녕 뭘 하려 해도 집중하기 어려운 이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두 사람이 친해질 이유는 충분했다.

“겨우 10분 쉬는 시간에 도서관에 다녀올 수도 없고 말이야."

가을이 오늘은 가방에서 꺼내보지도 못한 문제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이제 그냥 포기했어. 그냥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있어야겠어.”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나름 할만 하던데?”

가을의 말에 민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집중력 엄청나네.”

가을이 내뱉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쉬는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제서야 반 아이들은 하나 둘 느릿느릿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지, 거기 빈 자리들은?”

수학선생님이 맨 뒤 창가쪽 네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가방이나 옷 등이 걸처져 있는 것을 보아하니, 결석은 아니고 아직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워낙 시끄러운 교실이었기에, 가을은반 애들 이름은커녕 얼굴도 다 외우지 못했었고, 빈 자리 네 개의 주인들이 누구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좀… 불량해보이는 그 애들 아닌가...?’

가을이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단순히 말 많고, 그저 공부할 생각이 없는 다른 같은 반 아이들이랑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었다.

얼굴이나 이름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절대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는 것이었다.

‘근데… 네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던 것 같은데…’

가을이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 명이면 어떻고, 세 명이면 어떤가. 어차피 본인과는 상관 없는 애들인데.

쯧 하고 혀를 찬 가을은 이내 신경쓰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까지 떠드는 애들은 없어서 다행이네.’






수업 시간이 한 10분 가량 남았을까, 교실 뒷문이 드륵 하고 열렸다.

반 아이들 모두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뭐하자는 거지, 지금 시간에 들어오는 건?”

느릿느릿하게 교실로 들어오는 네 명의 남학생들을 보며 수학 선생님이 앙칼지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앞장서서 들어온 남학생이 웃음기 있는 말투로 답했다.

“친구가 다쳐서 양호실에 같이 갔다 오느라고요~”

그가 자기 뒤에 걸어오는 왜소한 체구의 남학생을 가리켰다.

그러고보니 살짝 절뚝거리고 있었다.

가을은 눈쌀을 찌푸렸다.

‘저 애는 분명히 우리 중학교 애였던 것 같은데… 저런 애들이랑 같이…?’

딱히 아는 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세 명처럼 딱 봐도 불량해보이는 남자애들과 어울려 다니는 애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셋이 우르르 같이 몰려가서 수업을 빼먹어?”

수학 선생님은 인상을 쓰더니 절뚝거리는 애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을 복도에 나가 서 있으라고 지시했다.

나가면서도 자기들끼리 킬킬대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가을아, 아까 그 네 명 말이야. 누가봐도 거짓말 하는 거였지?”

“음… 글쎄…”

급식은 받아놓기만 하고, 지민은 수학 시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봤을 때는, 넷이 친구처럼은 안 보이던데.”

민규가 거들었다.

“그런데 같이 양호실에 다녀왔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가을은 이 대화에 별로 끼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신경 쓰이는 주제였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정신없는 반인데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일을 파헤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우리 2주 뒤에 있을 중간고사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가을이 화제를 바꾸자, 지민이 앓는 소리를 냈다.

“고등학교 들어오고는 이게 우리 첫 중간고사인데, 깔끔하게 잘 봐야지.”

가을이 말하면서 민규를 쳐다보있다.

가을의 시선을 알아차린 민규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교과서랑 문제집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는 거라니까.”

“와 짜증나.”

가을이 툭 내뱉었다.

중학생 때 부터 민규는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적이 없었기에, 가을은 늘 그를 제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원래 타고난 머리가 좋은 건지, 전교 1등 하는 방법을 좀 공유해달라고 해도 민규는 정말 교과서 같은 답만 내놓았다.

“아주 밥맛 뚝 떨어지게 만드는 대답이었어.”

가을이 별로 손도 대지 않은 식판을 집어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벌써 다 먹은거야?"

지민이 묻자 가을은 먼저 반에 가 있는다고 말하며 멀어져 갔다.









역시 반 이상이 소진 중학교 학생들인 만큼, 점심시간은 떠들썩했다.

급식실은 물론이고, 매점, 운동장 모두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오늘도 교실에는 아무도 없겠지.’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보통 점심시간에 교실 안은 거의 항상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가을의 반인 3반이 있는 2층 복도 역시 조용했다.

모처럼 조용히 공부나 할까 싶었던 가을은 어느새 교실 앞에 도착했다.

“어?”

평소랑 다르게 앞뒤 문이 닫혀있었다.

안에서 말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뭐야, 남아있는 애들이 있었네.”

결코 조용한 것 같지는 않았다.

가을은 문제집이나 챙겨서 도서관이나 가야겠다 생각하고는 앞문을 살짝 열었다.

“내가 챙겨 오라고 했었잖아, 태준아~”

“그게 그렇게 어렵냐?”

네 명의 남자애들이 서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 명이 한 사람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가을은 우뚝 멈춰 서서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뭐야, 쟤는 아까 그 절뚝거리던…’

가을이 세 명에게 둘러싸인 남자애를 알아보았다.

나머지 세 명도 자세히 보니, 분명 수학 시간에 늦게 들어온 애들이었다.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끼어들 생각 역시 없었기에 그냥 문제집만 가지고 나와야겠다 싶어 조용히 교실 안으로 들어간 가을이 자신의 책상으로 향할 때였다.



무언가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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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없을 오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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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7 11:37 | 조회 : 27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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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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