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스급 혅윶 오메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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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제는 한숨을 쉬며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았다.

베타인 한유진과 잤다.

일단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도 그럴게 정사를 끝내고 일어난 그의 옆에 있던건 다름 아닌 한유진이였기에.

그리고...목을 깨물었나...

아주 그런건 아니지만 극히 희박한 확률로 러트 중인 극우성 알파에게 목을 물린 베타가 열성오메가로 발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한유진은 분명 각인 됐을 것이다, 저에게.

굳이 여러 이유 중 한 가지라도 뽑자면

아까부터 나고 있는 이 역겨울 정도로 달디 단 향은 제 것이 아니였기에. 대충 상황을 정리한 성현제는 앞으로의 한유진과의 관계를 고민했다.

왜냐하면 성현제에게 한유진은 그저 섹파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어찌 해야 될지 그저 불쾌 하기만 했다.
아니, 애초에 우연이 맞긴 한 걸까. 성현제는 지끈 거려오는 머릿속을 애써 무시하며 어젯밤을 떠올렸다.
어제 분명 자신은 한유진에게 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문자를 보내고 5분 정도 흘렀을까 답장이 왔다.

'싫습니다. 성현제 씨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입니까? 거의 다 왔으니깐 손님 맞이 할 준비나 하시죠.'

성현제는 다가오는 러트에 의해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한유진이 전화를 받았다.

"내가...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유진군.."

짐승이 그르렁 거리는 듯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한유진은 못 들은 척 답했다.

"누가 S급 아니랄까봐, 타이밍 죽이시네요. 저 지금 문 앞 입니다. 들어갈게요."

그렇게 한유진이 들어왔고...그 다음에...섹스를 했나.
뭐가 어찌됐든 상관 없었다.
한유진은 저 때문에 발현했고 각인했단 사실만은 절대 변하지 않을테니까.
그는 헝크러진 머리를 쓸며 정사의 흔적을 달고 있는 한유진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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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진은 성현제를 좋아했다.

비록 섹파지만 몸을 섞으면 그나마 몸정이라도 들지 않을까, 그래서 성현제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앎에도 그는 이 절망적인 관계를 아슬하게 유지시켜 왔었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성현제의 러트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라며 생각했고(러트인지는확실치 않았지만 어쨌든 섹스라는 결과는 똑같았다.) 그래서 성현제의 집에 찾아간 것이였다.
그리고 그런 한유진의 기대에 신이 부응한 것인지 그저 타이밍이 좋았던 것인지 성현제, 그는 러트였었다.

워낙에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보니 러트 주기조차 알 수 없었기에 한유진은 절박했다. 아니, 그와 지내며 절박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던거 같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그가 러트잖아.
오로지 이 한 생각만이 그를 지배하여 성현제의 집으로 이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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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도는 좋았다. 결과 또한 어찌 보면 좋았다고 할 수 있...나..?
확실한 건 지금 그가 나를 떼어놓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건 한유진이 각성 했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보인 것은 이미 식어버린 침대였기에.

물론, 자칭 우아하고 고상하신 그는 직접적으로 말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나 눈빛이 어떤 말로 날 떼놓을까-,였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날 쳐다보는것은 꽤나 마음이 쓰리다는 것이였다.

그랬다. 잠시 망각하고 살았었다. 우리는 고작 섹스 파트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였다.
그럼에도 한유진은 그를 놓지 못했다.
미련한 사람이였고, 그래서 사랑도 미련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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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날 떼어놓고 싶다 해도 그건 정말 충격이였다. 성현제가 다른 섹파를 구해 우리가 늘 관계를 가져왔던 그 방에서 섹스를 했던 것이였다.
정사가 끝난 후 이름도 모르는 그녀가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한유진은 자신만 상처를 받을 것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성현제에게로 달려가 물었다.

"왜...어째서.."

"잘 알고 있지 않나 유진 군"

또다. 또 그 먹잇감을 보는 듯한, 마치 나는 이제 필요도 없다는 듯한 그런 얼굴. 그제서야 찬 물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한유진은 정신을 차렸다.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였구나.'
"하, 그래. 당신은 이런 사람이였지."

"이제 알겠다면 나가주게나, 유진 군."

"나가주게나? 야, 착각 하지마 성현제. 내가 내 발로, 스스로 나가는거야. 네 꼴도 보기 싫어서."
분명 당차고 멋있게 말을 할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졌다.
말을 끝 마친 한유진의 눈가는 벌겠고 그런 그는 당장 뒤돌아 한 때는 '그들' 의 집이었던 곳을 뛰쳐 나왔다.

성현제는 한유진이 뛰쳐나간 곳을 응시했다.

한유진의 향은 분명 복숭아 향이였을텐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순간만큼은 쓸쓸한 겨울 비의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매정하게도 성현제는 그 향에 안도했다.


잘 익은 복숭아의 향처럼 수줍고 달던 사랑은 이제 끝나버려 더 이상 한유진의 몸에선 사랑스런 향은 나지 않았다.

아니, 정정한다.

처음 며칠간은 술독에 빠져 늘 울며 보냈다. 그때는 복숭아 향을 폴폴 풍겼다.

2주째 되는 날엔 정신을 차리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 여전히 그와 관련된 추억이 생각나면 눈물은 비죽비죽 흘러나왔지만 그것도 마수를 키우며 바쁘게 지내다보니 차츰 차츰 잊어갔다.

3주째엔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4주째엔 다 잊었다는 듯 성현제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그때부터 성현제는 한유진의 근처에서 복숭아 향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한유진을 만나게 된 성현제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키운 애동들의 사나운 눈초리는 덤이었고.


한유진은 마치 저희들이 섹파로 맺어지기 전의 관계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못한 관계가 된 것 같았다. 또한 그의 향은 바뀌었다. 첫 사랑에 빠진 듯 했던 달콤한 복숭아는 사라지고 너무도 처연해서 저도 모르게 울 것 같은 겨울비의 쓸쓸한 향이 생겼다. 여하튼 한유진은 정말 사무적인 태도로만 자신을 일관 했으며 그 태도는 억지로 만드는게 아닌 정말 자신을 잊었다는 태도였다.

뭔가가 잘못됐다.

어느날, 전화 통화를 하다 소영이에게 한 가지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유진이 각인을 지우려 한다는 것을. 무언가가 머리를 크게 내리친 것 같은 감각이었지만 그런 상사의 충격은 제 알 바가 아니라는 듯 강소영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한유진 씨. 베타 아니였나요? 열성이라 향이 약해서 못 느낀건가? 아니면 흔한 향이라서 그런가?]

성현제는 지금 강소영이 하는 모든 말들로 인해 혼란스러웠으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었다.

"....흔한 향이라니?"

[네? 한유진 씨 향 복숭아 아닌가요?]

무언가 이상했다. 한유진의 향이 복숭아라니 소영이보다 자신이 더 한유진을 많이 만났기에 저가 착각할리는 없었다. 아니, 착각할래야 착각할 수도 없는 향이였다.

성현제는 혼란스러웠다. 뇌에 과부하가 걸린 것 마냥 생각은 삐걱거렸지만 다행히도 겉으로는 태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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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7 00:20 | 조회 : 1,912 목록
작가의 말
납치감금비엘은사랑

포타에 올렷던 거지만 그래도 난 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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