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 에디스(4)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에디스는 7살이 되었다.
귀족과 황족에겐 7살의 생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이유는 가정교사를 고용하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이제 자유롭게 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에디스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이제 10살이 된 에드윈은 더 심화된 수업을 받으면서 지내기에 에디스와 만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
에디스는 그게 몹시 아쉽고 슬펐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7살 아이가 배우기엔 너무나 이른 것이었지만, 에디스는 황족 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이를 지켜보는 황궁에 일하는 시녀, 시종, 하녀, 하인들은 안쓰러워했지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에디스는 황제, 로버트가 소개시켜준 그녀의 왕실교사, 오스왈드 그란스체를 향해 드레스 끝을 조금 들어 예를 갖추었다.
오스왈드는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에디스를 내려다 보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에디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에디스가 고개를 들기 직전, 오스왈드가 태연한 얼굴로 인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작은 빛,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전 오늘부로 황녀님을 가르칠 그란스체 후작 가의 오스왈드입니다. '오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우와. 엄청 사교성이 밝은 선생님이구나!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이토록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에디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 때, 아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터라 에디스는 잘 알지 못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에디스는 그녀의 오라비, 에드윈처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 웃음 꽃을 피웠다.
그녀를 바라보는 오스왈드가 어딘가 음흉한 미소를 띄웠지만,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한 에디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즐겁고도 무서운, 그런 모순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에디스는 오스왈드를 '오드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면서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며, 즐거워했다.
오스왈드는 에디스를 애교 많은 애완동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묻는 말에 답했다.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에디스의 '선생'에 대한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오스왈드가 에디스의 선생이 된 지, 약 2달이 흘렀을 무렵, 오스왈드는 갑자기 그간 배웠던 것을 시험 보겠다고 말했다.
에디스는 사전 공지도 없던 시험의 존재 때문에 오스왈드에게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였으나 씨알도 안 먹혔다.

"갑자기 시험이라니! 너무해요!"
"원래 시험은 갑작스레 보는 겁니다. 저도 아케데미 다닐 때, 그랬어요."

에디스는 입을 삐쭉 내밀며,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그녀가 펜을 들자 오스왈드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 시험의 결과는 황제 폐하께 가게 될 겁니다. 최선을 다해 보세요."

로버트가 그녀의 결과를 알게된다는 사실에 에디스는 힘없이 펜을 떨어트렸다.
다시 펜을 들었지만 어쩐지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누군가가 청소기로 그녀의 힘을 빨아들인 것 마냥.
그런 그녀를 흘깃 훑어본 오스왈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이미 거대한 충격을 받은 에디스는 오스왈드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표정인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인생 첫 시험에서 0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황제, 로버트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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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6 15:05 | 조회 : 1,143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자, 모두 말해볼까요. "꺼지세요, 선생아^^" // 오랜만에 쓰네요. 멈추지 않는 과제, 시험 덕분에 올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마 6월 말부턴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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