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 마녀님

달그락, 달그락

따스라운 했살 아래 새하얀 해골 하나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해골을 지켜보는 내가 있다.

"해골아, 배고프다아"

"마녀님 저 설거지 중입니다만?"

"배고파아아"

"설거지 중입니다만?"

"흑ㄱ 우리 해골이가 나를 굶겨 죽일지도 몰라..!"

"아니 무슨소리세요!!? 지금 바나나 잘 까드시고 계시면서어!!"

"어머, 얘! 바나나랑 밥이랑 같니? 확 사골국 해먹을라!"

"헉ㄱ...! 진짜 마녀님 너무한거 아시죠?!"

"... 니가 제에에에에에일 너무하거든..?"

"..! 저같이 충실한 해골한테 무슨 그런 말씀을..!!!!"

"쿡쿡.... 그래 그래 그니까 밥줘."

"... 좀만 기다려요"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무장갑을 착 착 벗고는 가지런히 모아 쌀을 씼었다.

"진짜 마녀님은 제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잔짜 걱정되어서 원"

"... 풋.. 네가 왜 없겠니? ㅋㅋ 너는 항상 내 곁에, 있을꺼야"

"..허얼........ 이거 노동착취인건 아시죠? 확 집 나가버릴라"

"어머머머머, 지금 이거 너무 부려먹는다고 시위하는거니? 그런거니?"

".. 부려먹고계신다는건 알고... 계셨군요??"

"흥! 해볼테면 해 보시든지ㅋ"

"....이씨"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도중에 밥과 반찬이 어우러진 소박한 밥상이 나왔고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숟가락을 집어 한입 떠먹었다.


"하하 역시 우리 해골이"

"왜요, 괜찮아요?"

"여전히 드럽게 맛없네"

"아, 젠장"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정성을 봐서라도 그냥 드세요"

"그래 그래.."







그녀와 나의 대화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평화롭게 밥을하고

그녀가 먹고

투덜거린다.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그녀가 공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해골아"

"네"

".... 초엽아"

"............. 네.."




".. 미안"

역시나,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어버렸다.

'아아, 내가 또 울린건가..'



"미안합니다"

"흐윽..... 흐으으.. 으아하아아...미안... 정말..흐ㅇㄱ 미안해..!"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

투덜거리고

분노하며

운다.



내가 아닌 나를 찾으며

그녀는 나를 위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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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5 19:06 | 조회 : 994 목록
작가의 말
하르림

이건 사랑이야기 그리고 슬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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