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가 널 처음 본 곳은 중학교 미술실이야, 태형아.
기억하지 못해도 좋아.
네가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차라리 모두 잊어버려.

네가 날 처음 봤던 페인트 향이 물씬 풍기던 그곳도, 내가 너를 처음 보고 내뱉었던 그 말도, 너를 보소 내가 달빛을 떠올렸던 그 날도, 내가 너에게서 항상 내뱉는 그 말도, 모두 잊어버려.

그렇다면 나는 너에게서 의미가 없어질 거야.
그러길 바라, 태형아.
난 그렇게 너에게서 의미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네가 나를 잊어도 좋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야.
그런데 나라는 인간을, 나라는 존재를 너의 기억 속에 소설의 허구 인물로 남겨줬으면 좋겠어.

너를 사랑한, 네가 사랑한 전정국이 아닌, 소설 속에서의 김태형을 사랑한 소설의 주인공 전정국으로.

네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놀라줬으면 해.
세상에 너랑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이 책의 주인공이고, 마치 다른 주인공인 전정국이 너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라고.

그래, 맞아.
너야.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너에게 주인공 전정국이 속삭이는 거야.
사랑한다고.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김태형.


이 소설은 마치 주인공 전정국이,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그러니까 다른 주인공 김태형에게 맣을 거는 듯한 형식으로 구성되었어.

그래서 지금 네가 느끼는 신기함은 그저 신기함일 뿐이고, 이 책에 나오는 전정국은 내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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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4 11:55 | 조회 : 1,416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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