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만둘까
지루해
지쳤어
피곤해
내가 바라는 일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전부 내게 족쇄가 될 뿐이야
무엇도 즐겁지 않아
우습게도
글로써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정한 순간
글은 내게 무엇도 되지 못하네
피곤해
졸려와
무기력감
권태감
공허함
무엇도 날 충족시키지 못해
언제나처럼 기대는 내 온 몸을 옭아매고
내 목을 조여
당장 눈 앞의 것도 볼 수 없게 만들어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정작 기대에는 부응할 수가 없어져
죽을까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즐겁지 않다면
오히려 색을 잃어갈 뿐이라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게 지겨워
모든 게 권태로워
무력감
무기력감
내 가장 큰 족쇄
죽어버릴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아?
무엇도 즐기지 못하고 있잖아
모든 것에 지루함 밖에 느끼고 있지 못하잖아
있다면 그건 한 순간의 쾌락뿐
그 이상의 무엇이 되지 못하잖아
아
죽을 걸 그랬어
작년 생일
똑같은 결심을 했었지
생일을 기일로 만들겠다는
한심한 결심
내 무력감에서 비롯된 결심
결국 작년 생일에 죽지 못하고
바로 내일이 17번째 생일
내일은 죽을 수 있을까
이 권태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냥
편하게
잠들고 다시 깨어나지 못하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