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오늘은 오랜만에 조금 가벼운 이야기

내가 지금 머리를 산발로 흐트리고 울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볼까

이렇게 서문을 열어버리면 여러분이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 미리 말하건대

정말 가볍고 쓸데 없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책이 절판 됐어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

절판 났네

절판은 아닐지도 모르지, 라고

희망어린 소리를 지껄이고 있긴 한데,

당장 읽을 수 없는 건 똑같잖아...

내 지인들은

나를

'덕질에 진심인(미친) 사람' 이라고 불러

내가 여기서 세상 불행하고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굴어도

밖에서도 그러고만 있는 건 아니거든

내게 일상은 중요하니까

일상이 중요한 건지

평범해 보이는 게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일상의 나는 아마

덕질에 미쳐있고

공부를 지독히도 싫어하며

그럼에도 꾸역꾸역 공부를 하자고 만나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는 아이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고

펜이나 돌리며 소설이나 읽고, 끄적이는 친구

자해나 자살 얘기를 농담처럼 꺼내서

방심하기 힘든 사람

뭐 그런 정도일까

그리고 그런 덕질에 미친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중고로밖에 구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유감스러운 소식이지

당장 내일 세상이 멸망하는 것보다 더

내 버킷리스트에 있을 정도니까

그 작가님의 책을 전권 사는 건

사실 나온지가 꽤 된 책이라

초판본이나 한정판 추가 굿즈를 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했고

그냥 2쇄라도 구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것마저 안 될 줄이야

처참하네



짜증나

요즘 왜 이렇게 구하려는 책들이 구하기 까다로운지

조금 전에도 이런 똑같은 일이 있었어

그 책들은 아예 절판이라 구하려면 중고로 구해야 하는데

싫다고

온전히 내 것이어야할 책이 누군가의 손을 탓다는 것 끔찍한 일이야

짜증나네

이제 집으로 가야하는 것도 짜증나고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할 것을 알기에 그것도 짜증나고

글이 안 써지는 것도 짜증나

어떡할까

아 사실,

공부는 던졌어

대입도 던졌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걸 진로로 만드려고 노력 중이야

철부지 같은 소리인 것을 알기에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고 다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지

지금 상태로 보면

대학은 가봤자 내게 괴로움을 더할 뿐이니

사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검정고시 까지도 염두해두고 있어

학비가 아까우니까 말이야

분명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가벼울 수 없는 이야기로 와버렸네

곤란해라

나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재주라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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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8-25 16:30 | 조회 : 897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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