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소리라는 건

참 곤란해

듣고 싶지 않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을

강제로 이미지화 시켜 주거든

귀를 아무리 세게 틀어막아도

소리가 들리는 건 부정할 수 없지

그리고

필요할 때 필요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도

곤란해

고양이를 찾으려고 나가니까

온갖 곳에서 고양이소리가 들리더라

정작 고양이는 없는데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어

어떤 게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암담하게만 느껴져서

지금도 마찬가지

집에 혼자인 게 싫어서

누군가 오기를 바라니까

계속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

저도 모르게 인터폰으로 시선을 향하면서도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을 알고

그걸 눈으로 보면

비참함은 배가 되어

내가 적막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지

쓸데없이 조용한 곳에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듣고픈 생각은 없거든

그러니까

이 지긋지긋한 환상의 소리가

끊어지기를

제발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1
이번 화 신고 2020-08-17 08:29 | 조회 : 924 목록
작가의 말
SSIqkf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