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폭죽 소리가 싫어
폭죽 소리는 주로 축제 때 나고
그건 마치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증명하는 소리 같잖아
사실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주제에
저 혼자 고고히 화려하게 빛나는 폭죽이
내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폭죽이 터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귀를 막고 노래를 틀어
창을 가리고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하지
내가
내 불행을 눈으로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른 사람의 행복에 흔들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덤덤하게
내 불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생 친구들 중에
자해를 하는 애들이 있어
그들 중 하나가 내 흉터를 보고 말하더라
클라스가 다르다고 이건 뭐 완전히 칼빵이라고
당연하지
당연한 일이야
어줍잖은 마음으로 그은 게 아닌 걸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고
매분매초 생각하다가
미치기 직전에 그은 것들인걸
죽음을 각오하지도 못하고
가볍게 죽음을 지껄이며 그어 생긴 게 아니란 말이야
어제
고양이를 잃어버렸어
아무런 타격이 없더라
사실 아무래도 좋을 일이긴 해
나는 그 아이에게 정을 주지 않았거든
반려동물은 이미 잃어본 적 있고
심지어 수명도 우리보다 훨씬 짧은데
정을 줄 리가 없잖아
멍청하게
난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한 태도가 고양이를 잃게 만든 것이라 해도 상관 없어
어차피 내 책임일 일
거기에 죄악 하나 추가된다 하여도 무게는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폭죽소리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
그러니까 내가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이것도
아무래도 상관 없어
우울이야 숨 쉬듯 따라오는 거니까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대화할 때
내 진짜 감정을 막아두는 편이야
안 그러면 이야기가 금새 우울하게 흘러가더라고
그런데 요즘 받게된 상담 쌤이
그러지 말고
진짜 감정으로 이야기해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해줬지
그걸 바랐으니까
나는 말을 꽤 잘 듣는 학생이거든
그 결과 내 이야기는 우울한 방향으로 진행 되었고
상담 쌤은 상담 끝 무렵에 내게 물었어
기분이 안 좋냐고
너무 멍청한 질문 아니야?
내가 자해 등의 이야기를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내 감정을 가리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걸 하지 말라고 말했으면서
뭐?
난 그럼 내 우울한 본심을 꺼내면서
가짜 감정을 유지해서
기분 잡치는 우울을 방긋방긋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
어렵고
개같아
다음 번에는 시도해볼 생각이기는 해
그걸 요구하시니
들어 드려야지
말을 잘 듣는 학생이 되려면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당신들의 입맛대로 행동할 거니까
당신들을 위하지는 않을 거지만
블루레몬 님
사과 받으려 한 말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짜증날 수도 있겠지
어쩌라는 거야? 하는 반발 심리가 생길 수도 있어
하지만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니었음을 알아주기를
난 단지 여러분의 물음에 대답할 뿐이고
거기에 여러분이 사과할 이유는 없어
듣고 흘려도 좋을 이야기니까
그냥
유흥거리 정도로 삼도록 해
적당히 동정할만한 모르는 이의 불행
씹기 좋은 이야깃거리잖아?
물론 여러분이 그럴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는 뜻이야
내 귀에 들려올 것도 아니고
얘기하는 사람의 심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