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당신이랑 얘기하는 건

정말 지쳐

내 모든 것이자 내 전부이던 분

자신도 모르게 나를 인형으로 만들고

자신도 모르게 내 숨을 옭죄고도

끝까지 논리와 현실을 말하는 사람

위로를 받고자 전화를 걸면

상처를 주는 대단한 사람

그렇게 나를 체념하게 만들고

그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그 사실을 지친 목소리로 말해서

내가 숨을 못 쉬게 만드는 사람

당신의 지친 목소리가 싫어

체념과 후회가 어린 그것들이 끔찍해

당신이 힘들지 않기를 바래

그리고 그런 내게 담담히 사실을 고해서

나락으로 밀어넣는 것 역시

당신의 역할

그 바로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통화하는 것 역시

당신의 역할

덧날 상처를 가리고

덧난 상처를 외면하고

그렇게 상처를 쌓고

쌓고

쌓아서 만들어진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비틀리고

망가지고

어그러진 관계

그 관계에 내가 다짐한 바가 있으니

당신에게 위로를 기대하지 않으리

언제까지나 표면적인 관계로

언제까지나 위태로운 관계로

서로의 무엇이 되려하지 말고

위로 받겠다

위로 하겠다

쓸데 없는 이야기를 꺼내지 말고

즐거운 이야기

하기 편한 이야기

그러한 것들만 하자

그렇게

이 미완의 관계를

묻어버리자

그렇게하면 우린 언제까지나 괜찮겠지

서로 곪아가겠지만

그건 각자의 몫

더이상

당신께 무엇을 바라지 않아

애초에

기대한 나의 죄

내겐 그럴 자격이 주어진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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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31 21:57 | 조회 : 645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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