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있잖아

해야하는 일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가 끼어들면

난 어떻게 해야해?

해야만 하는 일인데

내 능력 밖의 일이면

난 어떡해?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 숙제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인 숙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배웠다고

배웠는데 모르겠는걸 어떡하라고

힘들어

이해도 되지 않은 개념을 가지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

예습을 전부 하고 온 아이들 사이에서 예습 없이 덩그러니 놓은 나는

어떡하면 좋아?

힘들어

하나도 모르겠어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문제만 보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면

뭘 어쩌라는 거야?

왜 난 배운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왜?

어째서?

이것도 내 잘못

멍청한 내 잘못

예습을 하고 오지 않은 내 잘못

어디까지 내 잘못일까

나도 모르겠어

이젠 지쳐

힘들어

구해줘





나는

나는

난,

못 버티겠어

고작 수학문제

고작 개념

그 고작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작 문제를 풀지 못해서

나는,

죽고싶다

미쳤냐고 묻는다면 난 기꺼이 그 물음을 비웃어줄게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미쳤거든

어떡할까

어떡하지

죽어버리고 싶은데 어떡하지

죽을까

죽어버릴까

하면 된다고 했잖아

근데 안 되잖아

발걸음조차 옮기기가 버거운데 어떡해?

이해가 안된다고

문제도

개념도

풀이방식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가며 살아야하는지도

전혀 이해가 안되잖아

솔직히 지쳐

힘들어

무너지고 싶어

왜 무너지면 안 되는 거야?

왜?

내가 뭘 잘못했어?

그냥 죽여달라고 몇 번을 말해

죽여달라고

죽이라고

죽으라고!

근데 왜 아직도 살아서 이지랄이야?

왜?

누가 너보고 살으라 하는데?

네 상태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 감정을 위해 널 갉아먹는 벌레들?

내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칭하는 기만자?

벌레와 기만자의 감정을 신경 쓰는데







왜?

살고싶지 않다며

죽어

죽으라고

제발

그 역겨운 숨을 끊으라고

나는 무엇때문에 아직 살아있는 거야?

죽어

솔직히

이젠 지쳤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수학을 좋아하던 건 어릴 적 이야기

철없는 시절의 이야기

내가 어떻게 나를 죽이는 수학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수학문제 하나에 숨을 빼앗길 삶이라면 죽는 게 나아

그게 너한테 나아

그럼 너는 더 이상 없는 숨을 빼앗기는 거지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괜찮거든

그러니까 죽어

죽어

죽여

죽어

죽여

죽어

죽여

너를,

나를,

자신을 죽여

그게 네가 이 억눌린 숨을 부여잡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제발

네가 살으려면 내가 죽어야하고

내가 살으려면 네가 죽어야해

모순적이지만 이것이 현실

네게 남은 것이라고는 불타고 남은 잔재 뿐이야

넌 그 잿덩어리 속에서 가쁜 숨을 쉬며 장기를 망치고,

다시 그 잿덩어리를 태워 버티는 사람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사람

사람은 누구나 힘들다

알아

맞는 말이야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어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도 너무 나약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걸

내가 만약 죽어버린다면

그 뒤에는 뭐가 있을까

점점 죽음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미래에 겪을 많은 것에 건 기대로 현재를 불태워서 살았지만

이제를 그렇게 못하겠네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아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그렇지만

이제 슬슬 마무리 하려고

감사한 사람도 있고

더 없이 경멸스러운 사람은 배는 많은 삶은 살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소수의 감사한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남겨

사실 언제나의 글이기에 나는 내일도 살아있겠지

이 역겨운 숨이 이어져 있겠지

그럼에도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오늘은 마지막이기를 바라서











당신들의 기억 속에서 내가 사라지기를

2
이번 화 신고 2020-07-14 17:04 | 조회 : 507 목록
작가의 말
SSIqkf

2020.07.12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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