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해야하는 일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가 끼어들면
난 어떻게 해야해?
해야만 하는 일인데
내 능력 밖의 일이면
난 어떡해?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 숙제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인 숙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배웠다고
배웠는데 모르겠는걸 어떡하라고
힘들어
이해도 되지 않은 개념을 가지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
예습을 전부 하고 온 아이들 사이에서 예습 없이 덩그러니 놓은 나는
어떡하면 좋아?
힘들어
하나도 모르겠어
문제를 풀어야하는데
문제만 보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면
뭘 어쩌라는 거야?
왜 난 배운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왜?
어째서?
이것도 내 잘못
멍청한 내 잘못
예습을 하고 오지 않은 내 잘못
어디까지 내 잘못일까
나도 모르겠어
이젠 지쳐
힘들어
구해줘
난
난
나는
나는
난,
못 버티겠어
고작 수학문제
고작 개념
그 고작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작 문제를 풀지 못해서
나는,
죽고싶다
미쳤냐고 묻는다면 난 기꺼이 그 물음을 비웃어줄게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미쳤거든
어떡할까
어떡하지
죽어버리고 싶은데 어떡하지
죽을까
죽어버릴까
하면 된다고 했잖아
근데 안 되잖아
발걸음조차 옮기기가 버거운데 어떡해?
이해가 안된다고
문제도
개념도
풀이방식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가며 살아야하는지도
전혀 이해가 안되잖아
솔직히 지쳐
힘들어
무너지고 싶어
왜 무너지면 안 되는 거야?
왜?
내가 뭘 잘못했어?
그냥 죽여달라고 몇 번을 말해
죽여달라고
죽이라고
죽으라고!
근데 왜 아직도 살아서 이지랄이야?
왜?
누가 너보고 살으라 하는데?
네 상태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 감정을 위해 널 갉아먹는 벌레들?
내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칭하는 기만자?
벌레와 기만자의 감정을 신경 쓰는데
왜
왜
왜
왜?
살고싶지 않다며
죽어
죽으라고
제발
그 역겨운 숨을 끊으라고
나는 무엇때문에 아직 살아있는 거야?
죽어
솔직히
이젠 지쳤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수학을 좋아하던 건 어릴 적 이야기
철없는 시절의 이야기
내가 어떻게 나를 죽이는 수학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수학문제 하나에 숨을 빼앗길 삶이라면 죽는 게 나아
그게 너한테 나아
그럼 너는 더 이상 없는 숨을 빼앗기는 거지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괜찮거든
그러니까 죽어
죽어
죽여
죽어
죽여
죽어
죽여
너를,
나를,
자신을 죽여
그게 네가 이 억눌린 숨을 부여잡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제발
네가 살으려면 내가 죽어야하고
내가 살으려면 네가 죽어야해
모순적이지만 이것이 현실
네게 남은 것이라고는 불타고 남은 잔재 뿐이야
넌 그 잿덩어리 속에서 가쁜 숨을 쉬며 장기를 망치고,
다시 그 잿덩어리를 태워 버티는 사람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사람
사람은 누구나 힘들다
알아
맞는 말이야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어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도 너무 나약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걸
내가 만약 죽어버린다면
그 뒤에는 뭐가 있을까
점점 죽음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미래에 겪을 많은 것에 건 기대로 현재를 불태워서 살았지만
이제를 그렇게 못하겠네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아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그렇지만
이제 슬슬 마무리 하려고
감사한 사람도 있고
더 없이 경멸스러운 사람은 배는 많은 삶은 살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소수의 감사한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남겨
사실 언제나의 글이기에 나는 내일도 살아있겠지
이 역겨운 숨이 이어져 있겠지
그럼에도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오늘은 마지막이기를 바라서
당신들의 기억 속에서 내가 사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