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오늘 하루종일 남의 짜증을 들어주며 살았어.
성적을 위해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친구관계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어.
개중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난 오늘 그 애를 위해 내 시간, 체력, 심력을 소모했어.
그 애는 셋 중 무엇하나 나에게 소모해주지 않는데.
있잖아, 난 너에게 대체 뭐야?
너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너의 짜증을 받아주며,
너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개?
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너무 힘들어서 그분한테 전화를 걸었어.
근데 그분의 지친 목소리에,
깊은 한숨에,
난 그 분의 한탄을 들어주고,
달래주고 있었어.
정작 누구도 나는 달래주지 않는데.
아니, 내가 힘들다는 것도 모르겠지.
내가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힘든 걸 숨기고,
숨기고,
숨기니까.
거짓된 진실만을 보이니까.
근데 그거,
너무 힘들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차에 치여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아무렇지 않게 들 정도로.
힘들어 죽겠는데 힘들다는 사람을 달래고,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를 외치고,
가까스로 입꼬리를 당겨 웃는게,
웃는 거야?
그렇게 우는 듯, 웃는 듯,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있으면
얼마나 비참한데.
왜 아무도 내 웃음 밑에 깔린 울음을 알아봐주지 않아?
당신은 항상 얘기하셨죠.
내가 거짓말을 하면 다 티가 나니 하지말라고.
그렇다면 제발, 이 거짓말을 알아채줘.
내가 쓴,
이 금이 가 깨지고 있는,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꿋꿋히 자리를 유지하는 가면을 벗겨줘.
제발 한명이라도 내가 쓰고있는 가면을 눈치채 줘.
쉬어도 된다고, 가면을 벗어도 된다고 말해줘.
제발 누가 나좀 이 숨막히는 가면 밑에서,
구해줘.